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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 김용택]⑦ "아이들은 사색과 명상을 안 해요"

우리 동네 버스는 일곱 시 버스

뿡뿡 빵빵 뿡뿡 빵빵 들어왔다가

뿡뿡 빵빵 뿡뿡 빵빵 나가지마는

어쩔 때는 한 사람도 탄 사람이 없어

뿡뿡 빵빵 뿡뿡 빵빵 부아가 나서

뿡뿡 빵빵 뿡뿡 빵빵 달려가지요

한 번 왔다 한 번 가는 우리 동네 버스는

한 번 왔다 한 번 가는 일곱 시 버스

<우리 동네 버스>

[서상국 MC]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셔서 그런지 아이들처럼 생각하시는 게 굉장히 맑으신 거 같아요. 아이들은 지금만 생각하잖아요?

[김용택 시인]
그렇죠.

[서상국 MC]
걱정되는 건···

[김용택 시인]
절대 생각 안 했죠. 아이들은 사색과 명상을 안 해요.

[서상국 MC]
잘못 해서 엄마한테 혼나는 것만 안 하면 지금이 중요하잖아요.

[김용택 시인]
그리고 또 엄마한테 혼나더라도 또 한번 해 보고 말죠.

[김규종 MC]
아이들은 사색과 명상을 하지 않는다.

[김용택 시인]
절대 안 앉아있죠, 가만히.

[김규종 MC]
늘 지금과 여기에 행복하면 그만이다.

[김용택 시인]
그 애들이 초등학교 때요,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됩니까?"

[김규종 MC]
맞아요, 맞아.

[김용택 시인]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뭐 내가 조금만 뭐 있으면 "선생님, 나가서 놀아도 돼요?" 막 이러는데 예를 들어서, 한 학교에 우리가 내가 선생을 시작할 때 학생 수가 한 700명 됐어요. 굉장히 많았죠. 그런데 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거의 다 놀죠.

[서상국 MC]
미어터지죠?

[김용택 시인]
미어터지죠. 그런데 "나가서 놀아도 돼요" 그러면 나가는데 나가서 노는데 막 뛰어다녀요. 아무것도 손에도 없어도 막 뛰어다니면서 그렇게 재밌는 거죠. 도대체 저 인간들은 손에 쥔 것도 없죠, 누가 뭐 덜한 것도 없죠. 뭐 없는데 땅, 뛰어다닐 땅만 있으면 행복한 거죠.

놀라운 거죠. 저렇게나 원 뛰어다니면서 재밌을 수 있을까? 쫓고 앞에 도망가고 서로 싸우고, 하나도 가만히 앉아서 '진작 수성구에다 아파트를 사놔야 했었는데' 명상을 하는 게 없다는 거죠. 뛰어놀 땅만 있는 아이들, 행복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이 벌어지죠.

우리가 얼마나 많이 가져야 할까, 얼마나 많이 쌓아 비축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들죠. 저는 이제 그런 것들을 애들한테 많이 배웠죠

[김규종 MC]
그런 그 삶의 양상이 선생님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김용택 시인]
저도 이제 좀 형편없이··· 몇 년 전만 해도 참 맑았는데

[김규종 MC]
아, 진짜요?

[김용택 시인]
좀 지저분해졌죠.

[김규종 MC]
별말씀을 다 하시는데···

[서상국 MC]
저는 계속 말씀을 나누면서 선생님 눈을 바라봤거든요. 선생님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시고 말씀하실 때 너무 재밌게 말씀을 하시니까 진짜 아이들의 눈을 보는 거 같아요.

[김용택 시인]
감사합니다. 저희 안사람이 제가 얘기하고 뭐 어디 갔다 이렇게 탁 들어오면 '하, 저런 지금도 저 사람한테 내가 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 말을 해요. 어떻게 저 인간한테 안 반할 수가 있을까?

그 말이 진짜인 거 같아요. 어떨 때, 어떨 때는 내 모습을 안사람이 얘기해 주는 거 보면 어떻게 새하고 저렇게 행복하게 놀고 집을 들어올까. 저렇게 멋지게 걸어 들어올 수 있을까?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럴 때가 있는데, 아마 지금이 그런 것 같습니다.

[김규종 MC]
정말 부럽고 좋은 말씀인데요. 청취자들이 귀를 쫑긋해서 선생님 말씀에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 같은데, 그분들께 혹시 들려주고 싶다. 시, 인생, 뭐 김용택 또는 사모님, 세상, 역사 뭐 뭐든 좋습니다.

[김용택 시인]
제가 뭐 김수환 추기경도 아니고 이게 좋은 것 같아요. 잘 안되지만 제가 말씀하는 건 저도 잘 안되는 겁니다, 사실은. 알아서 나름대로 자기의 삶을 가꾸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알아서 사는 게 중요해. 우리가 알아서 사는 법을 아이들한테 하나도 안 가르쳤던 거지. 알아서 살아야 하는데 다 체제가 만들어 놓아져서 이 체제 속에 들어가서 살아라, 이렇게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아버린 거죠. 강제교육이라고 볼 수 있죠.

저는 우리가 돈을, 권력을 얼마나 많이 가져야 어떤 큰 권력을 가져야 또 돈을 얼마나 많이 쌓아둬야 행복할까. 그런데 내가 봤을 때 자기 자신만 또 행복하면 안 되잖아요?

별 의미가 없는 거죠. 자기 혼자 돈 많이 벌고 출세해서 돈 많이 비축하고 행복하게 살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래서 나와 우리가 같이 살아야 하는데 알아서 나름대로 자기 자신을 가꾸는, 그렇게 살면 좋지 않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때로 하는데 잘 안되죠. 어떻게 알아서 삽니까?

그래도 저는 알아서 나름대로 삶을 가꾸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하고 우리가 아파트를 비교해보자면 15평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은 30평 가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50평 가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15평 아파트가 정말 싫으면 다른 데 가서 살고 싶잖아요?

그럼 30평으로 가면 거기도 싫어질 수가 있어요. 중요한 건 15평을 잘 갖고 사는 거죠. 여기서 행복하게 살 줄 알아야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잖아요.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잖아요? 그러면 30평에 가서 행복하고 어디서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하죠.

[서상국 MC]
행복을 조건이 주는 것이 아니라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은 행복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용택 시인]
그러니까 교육적으로 살 줄 아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살 줄 알아야 하죠, 인생이라는 게. 그런데 그 교육이 빠졌죠.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도 다 생략하고···

[김규종 MC]
그러게요.

[서상국 MC]
산과 강과 또 아이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오시면서 시를 쓰신 선생님인데 얘기를 듣다 보니까, 세상과 전혀 동떨어져 있지 않고 계속해서 세상과 소통하면서 세상을 따라가면서 세상을 또 앞서가면서 그렇게 사시는 게 아닌가···

[김용택 시인]
앞서가는 게 아니라 곧잘 따르는 편이죠.

[서상국 MC]
오늘 선생님 모시고 정말 좋은 얘기 많이 들었는데, 진짜 앞으로도 좋은 강연도 많이 해주시고요. 좋은 시도 많이 써주시고, 그리고 또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 많은 대중과 또 소통하면서 계속해서 활발하게 활동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김용택 시인]
저는 참 복을 많이 받은 사람 같아. 대구 MBC에서 저를 이렇게 오라고 하시다니 진짜 정말 감사합니다.

[김규종 MC]
아니, 저희가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용택 시인]
이렇게 대구까지 와서 또 여러분들하고 이렇게 얘기를 하게 돼서 오늘 참, 가는 들판이 아름답겠습니다.

[서상국 MC]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용택 시인]
감사합니다.

(구성 이수민)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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