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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 김용택]② "소쩍새 울음소리 듣고 땅속의 뱀이 눈을 뜬단다"

병원에서 창을 열고 내다보니 꽃은 피어 만발하고 잎은 피어 청산인디 내가 왜 병원에 있냐

봄은 가고 여름도 가고 병원에서 있으면 세월이 지질할줄 알았더니 이것 저것다 지나고 설이 돌아오면 내 나이가 팔십칠인디 나도 모르는 순간에 나이도 많이 먹었다

<나는 참 늦복 터졌다>(박덕성, 이은영 지음, 김용택 엮음)

[김규종 MC]
선생님의 시의 뿌리, 우리 작가의 얘기에 따르면 ‘어머니와 고향’이라고 딱 못을 박았는데, 선생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용택 시인]
글쎄, 그렇게 못을 박으면 빼지도 못하니까. 그건 뭐 글 쓰시는 분들, 그렇게 해놨겠지만, 저는 사실은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로워서 그렇다고 해서 내가 태어나고 자란 태생적인 어떤 생태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늘 같은 풍경이지만 늘 새롭게 한 발짝씩 어떤 본질이라고 보면 또 너무 어려운데···

[김규종 MC]
모태 같은 거요?

[김용택 시인]
어떤 걸 찾아가는··· 좀 달라지는 그런 것은 있죠.

[김규종 MC]
그런데 어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베껴서 시를 쓰셨다 이렇게 고백도 하셨던 거죠?

[김용택 시인]
그게 많죠. 농사지으신 분들은 이 말이, 언어가 일 속에서 나와요. 일은 틀림이 없어야 해요. 씨를 뿌리고 싹이 나고 자라서 수확할 때까지 틀림이 없어야 이게 수확을 우리가 할 수 있어요. 그러하듯이, 농사지으신 분들의 언어는 농사지은 곳에서 나오기 때문에 정확합니다. 정말 오랫동안 갈고 다듬은 언어예요. 그래서 농사짓는 분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자연이 무엇을 시키는지 알아요.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는 거죠.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이치라는 게 있잖아요. 이치에 벗어나지 않아요? 삶이? 그래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거잖아요. 그래서 언어가 정확해요.

예를 들어서, 봄에 소쩍새가 있거든요? 소쩍소쩍 하고 우는 소쩍새가 울면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죠. "용택아, 소쩍새가 운다. 소쩍새의 울음소리 듣고 땅속에 있는 뱀이 눈을 뜬단다" 그래요. 대단한 말이잖아요? 그 말은 무슨 말이냐면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은 한곳에 정착해서 살았기 때문에 이 교육이, 계속 교육이 연결돼 있었던 거죠. 그래서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들이 계속 그 말을 해왔어요. 그 말은 무슨 말이냐면 우리 산천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소리라는 거죠, 소쩍새는. 이게 교육이 된 거죠. 자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고 있죠. 그래서 공부를 안 하고 책을 안 읽어도 우리 마을에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요. 이상하죠? 공부를 안 했는데, 책을 안 봤는데 마을에서 사는 게 아무 지장이 없어요.

[김규종 MC]
그러니까 문맹인들도 많겠습니다.

[김용택 시인]
그렇죠, 거의 뭐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랑은···

[김규종 MC]
뭐 글자 배우실 필요가 없잖아요?

[김용택 시인]
그럴 필요 없죠. 자연에서 하는 말을 잘 알아 들으면. 예를 들어서, 뭐 꾀꼬리가 울면 어머니가 이러는 거죠.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가 나고, 보리타작하는 도리깨소리 듣고 토란이 난단다" 그래요. 그 말 무슨 말이냐 하면 꾀꼬리가 울 때 참깨를 심었던 거죠. 그것이 교육이 되어 있었죠.

[서상국 MC]
그러니까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계속 거슬러 올라가서 똑같은 자연 현상이 있었기 때문에 진리라고 하잖아요? 자연의 이야기니까. 그런데 약간 저는 곁다리 얘긴데, 우리가 지금까지 이제 진리라고 믿어왔고 자연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틀림없다고 믿어왔던 일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지 않습니까?

[김용택 시인]
그것은 자연 현상이, 지금 우리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자연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거죠. 무시한 거죠. 자연이 시키는 일을 안 해버리는 거죠. 자연이 파괴되고 기후가 변하고 온난화되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는 게 대체적인 이야기잖아요. 지금 코로나 현상을? 그런 걸 보면 자연이 하는 일, 하는 말, 자연이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거죠.

[김규종 MC]
그러니까 자연을 무시하고 거기서 발생한 기후 위기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김용택 시인]
그게 이상한 게 세계가 모든 사람이 다 기후 위기를 말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정신을 차려서 좀 뭔가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하는데, 말은 알아듣고, 알아듣긴 알아들어요. 이렇게 살면 안 된다, 이게 너무 지구가 파괴된다, 그래 놓고 하는 짓들 보면 갈수록 더 파괴를 하고 있는 거죠.

[서상국 MC]
알아듣는 사람하고, 실천해야 하는 사람하고 달라서 그런가?

[김용택 시인]
그렇기도 하고, 우리가 그런데 저걸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관된 삶을 살 수가 없는 사회예요, 자본주의 사회라는 게. 일관되게 살 수가 없는 삶의 구조가 되어있는 거, 사회 구조가 되어 있는 거죠. 우리가 이걸 지켜야 하면 따라서 이것도 지켜야 하고 이게 일관된 거잖아요. 그런데 이건 우리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해놓고, 돈을 죽으라고 벌잖아요. 그니까 일관적이지 않잖아요.

[김규종 MC]
그렇죠.

[김용택 시인]
그런데 그게 이제 구조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게 어렵죠.

[김규종 MC]
네, 작은 얘기로 들어와서 하나 여쭙겠는데요. 아까 어머니 얘기를 좀 많이 들어봤는데, 선생님하고 어머니하고 그리고 며느리 함께 쓴 책 '나는 참 늦복 터졌다'

[김용택 시인]
네, 그것도 좋은 책이죠. 제가 생각할 때 참 좋은 책이에요, 그 책이.

[서상국 MC]
어떻게 좋은 책입니까?

[김용택 시인]
어머니께서 병원에 계셨거든요. 누워 계시는데, 누워있으면 얼마나 뭐 속이 속상한 일이 많겠어요? 아프고 뭐 괴롭고 고통스러운데, 그걸 알고 있는 우리 안사람이 어머니가 너무 괴로워하고 아픈 것만 생각하고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어느 날 가서 "어머니, 살아온 얘기나 좀 해주세요" 그러니까, 얘기를 너무 재미있게 잘하는 거죠, 아픈데. 그래서 그 얘기를 집에 와서 하길래, "여보, 당신 어머니는 당신, 어머니 닮았지?" 그렇게 얘기를 길게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무슨 얘기를 했냐?" 그랬더니 사는 얘기를 하는데 같이 살았어요, 사실 며느리하고. 그래서 우리 어머니께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시작하면, "어머니 그 얘기는 제가 할까요?" 그럴 정도로 같이 오래 살아서 다 아는데도 재밌는 거죠. 그래서 내가 그러면 당신 가서 다음에 숙제를 내자 어머니한테, 다음에 내가 올 때는 어머니가 살아오면서 제일 좋았던 때를 생각해 놓으세요, 그런 거죠. 그래서 어머니한테 다음에 가서 좋았던 때를 얘기를 시키는 거죠. 너무 재밌게 많이 해서 녹음을 해 왔더라고요. 이게 너무 아름다운 거죠.

너무 또 길게 한 거죠. 안사람이 좀 짜증 나니까 "어머니, 그냥 제일 좋았던 때가 언제예요?" 이렇게 물어본 거죠. 그랬더니, "용택이 선생 된 때가 제일 좋았다"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김규종 MC]
스물한 두 살 때.

[김용택 시인]
그래서 그걸 안사람이 이렇게 스케치북에다가 매직으로 크게 "나는 용택이 선생님 된 때가 제일 좋았다" 이렇게 써서 "어머니 이거 베끼세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30분을 베낀 거지, 한 문장을. 그러니까 너무 재밌는 거, 어머니도 재밌고 가르치는 거죠, 글을. 그러니까 어머니도 재밌고 안사람도 재밌고. 글씨를 계속하는데 너무 글이 금방 느는 거예요, 글쓰기가.

그러다가 어느 날 수, 자수, 어머니가 바느질을 잘하세요. 수를 어느 날 비단 가게를 지나다가 안사람이 '저거다!' 그러면서 비단 쪼가리를 이렇게 좀 사서 실하고 바늘하고 색실하고 사다가 주면서 심심하면 누워서 수를 놓으시라고 그랬더니, 너무 또 잘하시는 거예요. 어마어마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만든 걸. 그러다 보니까 "그것이 너무 재밌네" "그러면 그냥 흘려보낼 게 아니고 어머니에 대한 글을 한번 써봐라, 이제.” 그랬죠. 그랬더니, 안사람이 글을 썼죠.

[김규종 MC]
그래서 세 분의 합작으로 나온 게?

[김용택 시인]
그런데 이제 저번에 어떤 유튜브에서 우리 안사람 글을 읽는 그게 있더라고요? 보니까, 유튜브가. 그런데 안사람이 여기서 친구한테 친구가 보내줬다고 해서 들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김규종 MC]
좋습니다.

[김용택 시인]
그래서 책이 됐습니다.

(구성 조명지)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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