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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 김용택]④ "시가 되어 있지 시를 쓰려고 해본 적은 없어"

산벚꽃 흐드러진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한 살림 차려 마치게 살다가 

푸르름 다 가고 빈 삭정이 되면 

하얀 눈 되어 

그 산 위에 흩날리고 싶었네

<방창>

[서상국 MC]
이제 시에 대한 영감, 이 얘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아까 영화 시에서도 뭐 그런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했는데, 선생님 마음에서 시가 돋아나는 순간, 시가 이렇게 '뿅'하고 나오는 순간, 어떨 때 있을까요?

[김용택 시인]
이게 시를 좀 저도 뭐 쓰다가 보니까, 이게 머리, 나이가 들면 이게 녹슬기 마련이잖아요? 뭔가 이렇게 번쩍번쩍하게 되는 이게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궁여지책으로 날마다 아침에 내 시를 보고 나서 글을 한 편씩 써요. 어떤 글이든지 글을 한 편씩 쓰죠. 날마다. 지금 3년째 되었는데 글을 써놓고 나서 한 2~3개월 있다가 다시 읽어보면 그 속에 시가 들어있습니다. 네.

[서상국 MC]
묵히시는군요.

[김용택 시인]
그렇죠. 글이, 일반적인 글이, 나는 그냥 썼는데 몇 개월 후에 봤더니, 이게 시가 있죠. 그걸 추려냅니다. 시를 쓰는 시간을 따로 갖지 않고 날마다 글을 쓰기 때문에 짧은 글들을 써요.

어떤 때는 강을 건너갔다 와서 쓰고, 어떤 때는 뭐 한 30분 걸어갔다 와서 쓰고, 자연을 자세히 보고 뭐 이러다가 보면 그걸 쓰다가 보면 써놓고 나서 한 2~3개월 다시 보면 그게 시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이다음 봄에 낼 시집은 거의 그렇게 그냥 글을 써놨는데 오늘 봤더니, 오 이게 정말 시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다 추려냈습니다. 그걸 이제 시로 쓰죠.

[김규종 MC]
어떤 의지를 가지고 논리적이나 사변적인 글을 쓰시는 게 아니고···

[김용택 시인]
그런 적은 없습니다.

[김규종 MC]
서정적인, 영혼이 풍성한, 마음이 열려있는, 그런 눈길을 가지고 자연과 선생님의 어떤 인간 내면의 소통이나 교감을 글로 담아냈는데, 어느 때 보니까 문득 그게 시가 돼 있더라.

[김용택 시인]
그렇죠. 시가 되어 있어요. 시가 되어 있지. 시를 쓰려고 해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시가 써지면 좋고 안 써지면 마는 거고.

[김규종 MC]
넘어가는 거고.

[김용택 시인]
넘어가는 거지 꼭 시를 써야 한다는 게 어디에 있고···

[김규종 MC]
선생님 쓰신 시 가운데 '야, 이건 정말 내가 시인이지만, 내가 상도 많이 받았지만, 이건 진짜 잘 썼다' 혹시 그런 시 혹시 기억하시는 게 있으신지요? 자화자찬 한번 하시면···

[김용택 시인]
시인들이 시집을 낼 때 그 시집 속에 한 다섯 편 정도는 마음에 드는 시가 있어야 합니다.

[김규종 MC]
다섯 편.

[김용택 시인]
그런데 이제 진짜 이게 어려운 문제인데 시를 정말 잘 쓴다고 써놓으면, 써놓고 읽어보면 어떻게 이런 시를 썼을까? 세상을 향해서 다 용서하고 싶어요. 마음이 너그러워져요.

패주고 싶은 놈도 금방 용서하고요. 다 용서가 되는데 그렇게 쭉 가면 좋겠는데 한 이틀 가면 도로 마찬가지가 돼요. 그래서 또 시를 또 쓰겠죠.

그런데 시를 쓰면서 중요한 건 다른 분들은 다른 일을 하시면서 자기 삶을 정리해 놓고, 편안해지잖아요? 누구든 어떤 일이든지. 예를 들어서, 선생을 잘하면 오늘 선생을 잘했으면 진짜 마음이 좋잖아요.

기분 좋잖아요. 어떤 일이든지 그러하듯이 시인도 시를 써놓고 굉장히 좋은 때가 있어요. 자기 삶을 정리할 때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벗어났다, 다른 가는 거죠.

그런 때가 있어서 시를 쓰고나서 시를 쓸 때 좋은 때가 있고 또 정말 좋은 내가 정말 자랑할 수 있는 시는 거의 없고, 하, 그래도 이건 괜찮다 하는 시들은 더러 시집 속에 있죠. 그렇다고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서상국 MC]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에요?

[김용택 시인]
겸손이 절대 아니에요. 이거 겸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정말로 시가 '이건 뭐 정말 좋은 시다' 하는 시는 뭐 한 지금까지 써 놓은 시 중에서 한 30~40편 좀 될 거라는 생각이 들고···

[김규종 MC]
총출간하신 시가 몇 편이나 되는지요, 선생님?

[김용택 시인]
그건 잘 모르겠는데 상당히 되는데 한 뭐 한 500~600편 되겠죠. 그런데 그것을 추려봐라 그러면 한 30~40편은 그래도 뭐 크게 시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시들이 있다는 생각을 갖죠.

어떨 때는 굉장히 긍지를 가질 때가 있습니다. 어떨 때는 '뭐, 이 시는 진짜 좋은 시이지 않을까? 세계에다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김규종 MC]
굉장히 부러운 말씀입니다.

[김용택 시인]
안사람은 뭐 요새 쓴 시들을 좋아하죠. 저도 요새 쓴 시를 좋아하고. 다음에 낼 시집을 좋아하고. 몇 년 전에, 코로나 전에 제가 노르웨이하고 덴마크를 간 적이 있는데, 노르웨이에 가서 일반 시민들 앞에서 강연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번역, 통역으로. 사람들이 너무 감동을 해서 제가 진짜 놀랬습니다. 그 초청을 계속 매번 하겠다 그러는데 코로나가 왔는데, 그냥 뭐 내가 다니면서 하는 강연이었는데 거기에서 했더니, 그렇게 시민들이 좋아해서 감동을 해서 계속 시간이 늘어나고, 질문하고.

[김규종 MC]
혹시 연령대가 기억나시는지?

[김용택 시인]
나이가 많더라고요, 보니까.

[김규종 MC]
60~70대 이상 된···

[김용택 시인]
아니, 그렇진 않을 것 같아요. 50대에서 60대.

[김규종 MC]
50대에서 60대. 인생의 어떤 원숙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선생님 말씀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용택 시인]
그런 것도 같고 제 시도 이렇게 몇 편 좋아하더라고요.

[김규종 MC]
굉장히 유쾌한 경험이셨겠네요.

[김용택 시인]
굉장히 제가 오, 이거 좀 색다른 경험이었죠.

[서상국 MC]
코로나도 이제 풀렸으니까. 또 가시겠네요?

[김용택 시인]
한 네 나라를 초청을 받아놨었습니다. 러시아 쪽하고 멕시코하고 LA는 다시 한번 가기로 하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갔죠.

[김규종 MC]
내년쯤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구성 이수민)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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