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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 김용택]⑥ "살다 보면 뭔 수가 나요"

오늘도 한 가지

슬픈 일이 있었다

오늘도 또 한 가지

기쁜 일이 있었다

웃었다가 울었다가

희망했다가 포기했다가

미워했다가 사랑했다가

그리고 이런 하나하나의 일들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평범한 일들이 있었다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중

[서상국 MC]
최근에 인생의 순간에서 시로 만나는 삶의 순간에 대한 책을 내셨어요. '인생은 짧고 월요일은 길지만 행복은 충분해'

[김용택 시인]
재미없는 책인데···

[서상국 MC]
제목 자체는요. 요즘 세대들이 딱 보고 손을 내밀만한 그런 책이거든요? 굉장히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그런 제목인데···

[김용택 시인]
뭔 말인지 잘 모르고···

[서상국 MC]
이게 시집입니까? 어떤 책입니까?

[김용택 시인]
어떤 출판사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시집을 나이별로 한 살, 두 살, 세 살, 100세까지 거기에 맞는 시집을 내보자 그래서 시를 한 800편을 추렸죠. 그래서 100편을 냈죠.

100편을 넣었어요, 시집을 나이에 맞게. 그런데 이게 또 생각은 나이에 맞게 한다고 하지만 5살하고 6살하고 무슨 차이가 납니까? 이게 그렇잖아요? 아니 60살하고 61살하고 무슨 차이예요? 그

런데 그 책을 제가 내면서 생각한 건 나이하고 인생을 안다는 것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이다.

[김규종 MC]
딩동댕.

[김용택 시인]
우리 집에 아기가 손자가 4살짜리하고 9개월짜리가 왔어요. 그 아이들을 우리가 뭘 모른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 돼요. 알고 있습니다. 다 말을 못 해도 듣고 있고 눈치로 다 알고 있어요.

걔들이 인생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초등학교 2학년이, 3학년이 얘들 인생을 모른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거예요. 다 알고 있죠. 다 알고 있어요. 이게 알고 있다는 거죠.

모든 인간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알고 있어요. 제가 강연할 때 전혀 새로운 지식은 제가 못 해요. 지식이라는 게 이게 굉장히 보편화됐어요. 모든 지식이.

[김규종 MC]
맞습니다.

[김용택 시인]
그래서 저 사람이 뭘 모른다고 생각하고 강연하면 큰코다쳐요. 다 알고 있는 것을 종합해서 정리해 줄 뿐이죠.

[서상국 MC]
선생님, 정리 잘 못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김용택 시인]
정리를 제가 잘하죠.

[김규종 MC]
책에 대한 정리만 빼고···

[김용택 시인]
책에 대한 정리만 잘 못 하지 이게 정리가 중요하잖아요. 정리해야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때문에 내가 살아왔던 삶, 내가 사는 삶, 내가 경험하고 체험했던 삶을 정리를 하면서 우리 시대를 아울러주는 거죠.

[김규종 MC]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있다면 21세기에는 김용택의 정리가 있다?

[김용택 시인]
그 말도 좀 일리가 있죠.

[김규종 MC]
뭐 일리가 있을 거 같은데, 제가 그렇다면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인생, 시인이 생각하는 인생은 뭡니까? 저는 좀 어렵더라고요. 인생 이제는. 다 알고 있다···

[김용택 시인]
그 인생이야말로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죽는 게 인생의 끝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이야말로 정말 모르죠. 정말 모르죠. 이런 생각을 하죠. 그래서 한다는 생각이 이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지금보다 더 나쁠 수도 있어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 그 누구도 인생에서 예외가 없어요. 다 겪을 걸 겪고 삽니다. 우리가 대통령이 되면 아무것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아도 보세요. 살아온 우리가 경험한 대통령들이나 아무 문제가 없는 대통령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하듯이 모든 인생은 모든 것으로부터 다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다 겪을 것 겪고 살죠. 지금보다 좋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않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 전혀 정말 지금보다 더 어마어마한 우리가 고난을 겪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인생이잖아요.

그래서 인생을 생각해보면 50대 50이라는 거죠.

그런데 나는, 나는 잘 산 것은 한 30%인 것 같고, 못 산 것은 한 70%인 것 같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말씀하시는데 늘 이런 말을 해요. 어렸을 때 보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얘기를 하는데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는 거죠.

[서상국 MC]
맞아요.

[김용택 시인]
그런데 이 별일이라는 게 간단하게 별일이 아니고 인생인 거죠. 인생 어마어마한 일들을 우리가 겪고 살잖아요? 별 얘기 다 했는데 살다가 보면 무슨 수가 난다. 무슨 수가 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거잖아요?

그러니까 인생이라는 게 무슨 수를 찾아서 무슨 수를 찾아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이게 사실은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이게 개인적이고 사회적이어야 하는 거죠. 인생이라는 게 우리가 배운 사람이면 사회라는 걸 우리가 생각할 필요가 있는 거죠.

[김규종 MC]
꼼수 두지 말고 자충수 두지 말고··· 남한산성에서 김훈 선생이 그렇게 쓴 표현이 생각나는데 선생님하고 동갑이시죠? 올해 48년생이니까.

[김용택 시인]
맞죠.

[김규종 MC]
그래서 당면한 일을 당면하고 살 뿐이다. 그 표현이 저는 되게···

[김용택 시인]
다 맞는 말인데···

[김규종 MC]
지금 선생님 말씀하신 게 핵심이잖아요.

[김용택 시인]
그런데 김훈은 말을, 진짜 글을 잘 쓰세요. 진짜 글을 잘 쓰는데 산문을 잘 쓰는데 나는 생각은 있는데, 산문은 안 돼.

[김규종 MC]
시인이 산문까지 잘 쓰면···

[김용택 시인]
그러면 안 되겠죠. 못 써요 시를. 그래서 김훈 책을 아주 좋아하죠. 아주 좋아합니다, 뭐.

[김규종 MC]
알겠습니다.

[서상국 MC]
선생님이 말씀하신 인생은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는데···

[김용택 시인]
살다 보면 뭔 수가 있어서 그 수를 찾아가면서 사는 거죠. 어머니, 또 내가 그때 버텼어요. 뭐라고 버텼냐면 사람이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 요새는 그 생각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

그래야 편안한 삶을 사는 거죠. 진짜 마음, 옛날에 어머니가 맨날 그래요. 사람이 마음을 곱게 써야 해요, 맨날 그랬거든요? 그 말이 지금 요새 생각이 나지.

[김규종 MC]
어머니가 아마 노자를 배우신 것 같은데,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疏而不漏)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것을 어머니가 해석을 그렇게 하신 거 같은데요?

[김용택 시인]
어머니는 글자를 모르는 양반이어서 서양사의 어떤 시인은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르쳐다 줄 것이다,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르쳐 준다" 그렇게 말했는데 우리 어머니는 너무 간단하게 뭐 살다 보면 뭔 수가 난다···

[김규종 MC]
그런 것처럼 어려운 말을 쉽게···

[김용택 시인]
농사 짓다 보니까, 그런 속에서 그런 말이 나왔겠죠.

[서상국 MC]
어려운 깨달음보다 그런 말 한마디가 그냥 인생을 짧게 얘기해 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용택 시인]
늘 쓰던 말을 우리가 한번 다시 환기해서 우리들 삶을 들여다보는 게 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죠.

[서상국 MC]
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때로는 시가 답이 돼 줄 거다,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더라고요.

[김용택 시인]
진짜 어렵거든요.

[서상국 MC]
시에서 어떻게 답을 찾을까요?

[김용택 시인]
제가 글을 쓰다가 시를 쓰다가 보면 복잡한 일이 있잖아요? 저라고 뭐 예외일 수는 없고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니까요. 여러 가지 어려운 국면들이 있으니까. 정말 틈이 안 보이고 끝이 안 보이는 어떤 절망이 있을 때가 있죠.

그럴 때 어떤 시를 내가 한 줄을 썼다, 그게 숨통이 되는 거죠. 또 어떤 시를 한 구절 읽었는데 어휴, 뭔가 이렇게 싹 풀리는 그런 게 시 속에 있습니다. 뭐 다른 거, 다른 것에도 있겠죠. 다른 글에도 있고 뭐 남이 뭐 충고하는 말에서도 그걸 느낄 수가 있겠죠.

저는 시인이기 때문에 시를 한 편, 한 줄을 읽다 보면 '휴, 아휴 됐다' 뭐 이런 느낌을 받을 때도 있죠. 제가 글을 써놓고도 그러고.

[김규종 MC]
선생님 쓰신 시 구절 가운데 "당신의 인생은 지금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나요?" 라고 물어보셨는데 저희가 거꾸로 질문을 던져드리면, 선생님의 시간은 어느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까?

[김용택 시인]
저는 지금은 요새는 뭐 별로 형편없는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잘 안 되죠. 우리가 생각대로 인생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말대로 인생을 살아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희 어머니가 맨날 말로 밥을 하면 조선 팔도 사람이 다 먹고 남는다 그랬으니. 이게 말대로 안 되는 거고. 생각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인데 이런 생각을 더러 할 때가 있어요.

어떤 생각을 하냐면 지금이 좋으면 되겠구나. 지금, 지금이 좋아야 하지 아직 오지도 않는 세상을 가지고 우리가 너무 걱정을 많이 하고 살잖아요? 저도 똑같죠. 지나가 버린 것들을 갖다가 걱정하고 근심하고 그러죠.

그래서 저는 늘 저한테 참 무책임한 말인데 다른 사람한테도 그렇고 나한테도 그렇고 '지금이 좋으면 되지 않을까?' 나는 지금이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죠.

(구성 이수민)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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