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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 김용택]③ "안사람에게 책을 왜 읽냐고 물었더니···"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서상국 MC]
아내분하고 편지도 그렇게 자주 주고받으시나 봐요? 이것도 책으로 나왔던데요?

[김용택 시인]
그렇죠. 옛날에 우리 애들이 미국에서 공부했는데 미국에 떨어져 살았죠. 그러니까 너무 서로 심심하니까 편지를 하더라고요. 너무 심심하니까. 나는 답장으로 편지를 하고 그랬죠. 그래서 책이 됐죠. 지금은 안사람은 옛날에는 뭐 시집이나 소설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요즘에는 지금 한 3년 됐는데 하루에 한 5시간, 6시간 책을 읽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고전들을 읽고 있죠. 그래서 읽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그러죠. 그거를 발표하려고 한 건 아니고.

[김규종 MC]
두 분 편지 주고받으셨다니까 제가 사는 데가 청도인데 거기 이영도 시인하고 부산에 옮겨왔던 청마 유치환 선생하고 주고 받았죠? 그러면 그분들도 책을 내고 그랬잖아요. 그런 느낌이 갑자기 드는데, 사모님하고 선생님하고 금슬은 뭐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없이?

[김용택 시인]
아이고, 금슬이야 뭐 지금 나이가 몇인데 좋겠습니까? 편하죠.

[김규종 MC]
거문고 금(琴)과 가야금 슬(瑟), 뭐 이런 거 아닙니까?

[김용택 시인]
어떤 식이냐면 나이가 들어서 이렇게 살다 보니까, 옛날 젊었을 때처럼 뭐 애정이 막 끓어 넘친다던가 또는 뭐 사랑이 풍부해진다, 이건 아닌 것 같고, 안사람이 책을 많이 읽는데 제가 물어보죠. 거의 뭐 하루에 요새도 책 또 갖고 와서 아마 미술관에서 그림 보고 책 읽고 있을 텐데, 책을 거의 하루 한 열한 시부터···밥을 두 끼밖에 안 먹습니다, 저희가. 아침에 한 10시까지 아침이 끝나요, 10시 반쯤. 순창 찻집에 가서 한 5시나 이때쯤 와요. 밥을 먹어요. 그 사이에 책을 읽죠. 책을 읽어서 "도대체 어떻게 책을 그렇게 읽냐?" 그랬더니, 뭐라고 하냐면 살림을 잘하려고, 살림을 잘하려고 책을 읽는다는 거죠. 너무 제가 놀랐죠.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운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책이란 공부란 자기가 하는 일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지. 책을 통해서 공부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저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공부해서 선생을 하면서 책을 읽는 건 선생을 잘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되지 공부를 해서 뭐 다른 것이 되려고 한다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선생을 잘하면 정말 선생을 사랑하고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고 선생 자기 직업을 좋아하면 다른 직업도 좋아할 수가 있는데, 이 직업이 싫어서 다른 데로 가면 그 직업도 싫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나는 우리 안사람은 살림을 잘하려고, 당신을 이해하려고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거죠.

[서상국 MC]
참 금슬이 좋으시네요.

[김용택 시인]
금슬이 아니라니까. 그건 금슬하고 상관이 없는 일이고, 금슬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서로 믿음이 가는 신뢰가 가는 그런 뭐 친구 같은 삶이죠.

[김규종 MC]
정말로 동반자입니다.

[김용택 시인]
그렇죠.

[김규종 MC]
동행이고···

[서상국 MC]
진메마을이라는 데 살고 계시잖아요. 여기 몇 가구 안 된다고 들었는데, 농촌 현실이 말이죠. 첫 시집을, 섬진강을 쓰실 때 80년대, 그때보다는 정말 많이 변했을 거 아닙니까? 어떻게 변했고, 지금의 농촌을 보면 어떤지 이 이야기를 좀 듣고 싶습니다.

[김용택 시인]
우리가 농촌이라는 말은 사실은 농촌은 없는 것 같아요. 농촌은 없고 농업이 있죠. 전문적인 농업인들이 있죠. 전문적으로 농업 인구가 있지. 그러니까 농촌이라든가 농사 이런 것들은 사실은 이미 다 됐죠. 나는 그걸 인정하라는 거죠. 국가 정책도 이제 그동안에 우리들이 농업 정책에 수조 원이, 수백조가 들어갔을 텐데 그 수백조가 들어가서 효과가 있었느냐, 아무것도 없었죠.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돈이 됐죠, 사실은.

그러니까 우리가 현실을 인정해서, 정책이라는 게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거죠. 농촌은 없습니다. 우리 마을도 이장이 논 다 져요. 논은 이장이 다 혼자 집니다. 그 근방의 어떤 마을에는 어떤 젊은 사람이 한 사람이 못자리부터 해서 딱 지어주죠. 그러지. 옛날처럼 뭐 농촌 공동체 이런 게 전혀 없고 농촌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하나가 되어버린 거죠. 도시화 됐죠. 정서적으로 도시화 됐고, 경제적으로도 도시화 됐고, 사회적으로도 도시화가 됐죠. 그렇지만 우리가 농촌, 농업을 살려야 된다. 이런 말들은 진짜 제가 생각하면 진짜 억울해요. 그렇게 많은 돈이 농촌 살리기를 했는데 농촌은 하나도 안 살아난 거죠.

[김규종 MC]
한 70년을 넘게 농촌에 사셨는데 농촌은 소멸했다, 농촌은 없다, 그리고 전문적인 농업인들만이 살고 있다. 자, 그렇다면···

[김용택 시인]
그래서 농업인들을 키워서 농사를 짓고 그래야 하지, 아이고 지금 농촌에다가 예산, 지금 예산도 지금은 안 주는 것 같아요.

[김규종 MC]
점점 줄죠? 그런데 한 30년쯤 지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선생님? 2050년···

[김용택 시인]
마을들이 이제 많이 소멸하겠죠.

[김규종 MC]
빈집들은 완전히 폐가가 되고···

[김용택 시인]
폐가가 지금은 거의 없고 다 집을 뜯었습니다. 빈 집터가 있는데, 빈 집터들은, 우리 동네는 거의 산이 되었죠.

[김규종 MC]

[김용택 시인]
옛날에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던 사람들이, 살았던 사람이 거꾸로 돌아가는 거죠. 그럼 뭐 오래되면 없어지는 마을들이 많이 있겠죠.

[김규종 MC]
그러니까 자연 재자연화 뭐 그쪽으로 되겠네요, 그러면?

[김용택 시인]
그렇죠. 뭐 자연, 뭐 그렇죠.

(구성 조명지)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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