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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시인 김용택]① "마블 영화·연속극 안 보면 안 돼"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이게 아닌데> (노래 장사익, 작사 김용택)

[서상국 MC]
농부인 아버지처럼 정직하게, 풀과 나무와 흙과 바람과 물과 햇빛으로 시를 쓰고 싶다고 이야기하신 분이시죠. 자, 오늘 시인의 저녁에서는 미리 말씀드린 대로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을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용택 시인]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상국 MC]
자, 영화 얘기부터 조금 해볼 텐데 영화 보시는 거, 참 좋아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보시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도 하셨어요. 그래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여기 출연하셨더라고요. 어떻게 출연하시게 되셨어요?

[김용택 시인]
이창동 감독님이 어느 날 전화가 왔어요. 한번 뵙자고. 그래서 바쁘니까 서로 전화를 하면 안 되냐고 해서. 그런데 전 주 서울 이대 강연이 있어서 거기 강연 가기 전에 대구를 내가 강연을 온 적이 있어요, 학부형님들을. 그래서 전화가 와서 "녹화를 좀 해 가면 안 되냐?, 강연을 어디 가냐?"고 그래서 내가 대구 간다고 그랬더니 "잘됐네요" 하면서 녹화팀 보냈더라고요. 저는 잊어버리고 있었죠.

그런데 1년 후에 전화가 와서 자꾸 보자고 그래서 바쁘니까 전화로 하자고 그랬더니, 지금 어디 계시냐고 해서 이대에 있다고 그랬더니, 그러면 직원을 하나 보내겠다고 그러더라고요. 와서 봤더니, 이게 뭐죠? 시나리오라 그러나요? 그걸 갖고 온 거죠. 봤더니, 시라는 게 있어요, 시라고. 그래서 봤더니, 거기 김용탁이라는 사람이 나와요. '이 사람 장난하고 있네' 그러고 있는데, 한번 내가 일산에 갈 일이 있어서 한번 뵀죠. 그래서 한 번 뭐 시라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그래서 시집도 안 팔려 죽겠는데 그것까지 만들면 어떻게 되냐. 그래서 뭐 출연은 누구를 했으면 좋겠냐? 주인공을 미자를 누구로 하면 좋겠냐? 나중에 뭐 윤정희 선생 한다고 해서 딱 맞다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한번 은막에 데뷔를 해 보시는 게 어떻겠는가?" "아, 나 못 한다"고, 내가 뻗었더니, "제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그러더라고요. 그럼 "시키는 대로 하면 되면 한번 해보겠네" 했는데 어려웠습니다. 네, 진짜 어려웠어요.

[김규종 MC]
그래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연기도 자연스럽고···

[김용택 시인]
아이고, 전혀 안 그럽니다. 저는 진짜 제가 뭘 외우질 못해요. 외우는 걸 못 해요. 외운다고 하면 그냥 쥐 머리에 쥐가 나요.

[김규종 MC]
아, 그래요? 그래도 영화 속에 선생님 이런 말씀하신 기억이 나는데, 미자가 "선생님 시상을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윤정희 씨가 그런 거죠. "시상은 쫓아가는 게 아니고요. 시상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윤정희가, 계속 미자가 계속 시상을 쫓아다니고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선생님 평소 생각이 시는 그렇게 어떤 이미지 같은 게 어느 날 문득 선생님께 떨어지는 건가요?

[김용택 시인]
이런 것 같아요. 시라는 것이 삶 속에서 나오게 되어 있는데, 우리가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게 새로운 언어가 별로 없어요. 언어가 다 써먹은 거지. 맨날 써먹고 또 써먹고 또 써먹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무슨 얘기를 하다가, 또 뭘 보다가 이 말이 새로 들리는 때가 있죠. 새롭게 들릴 때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말을 하는데 이 말이 전혀 새로운 말인 거지.

[서상국 MC]
낯설게 들리는 것.

[김용택 시인]
낯설죠. 그런데 그 말이 진짜 낯선 말은 아니고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말인데, 낯설게 들리는 건 시인이 어제하고는 다른 오늘을 저 사람이 지금 생각을 보고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어떤 새로운 문장, 새로운 언어가 나타났을 때 그 문장이나 그 언어로 삶을 이렇게 넓게 보는 거죠. 조직을 하는 거겠죠, 부분들을. 부분, 부분들을 조직을 해서 그것을 통일화시키겠죠. 이걸 우리가 건축술이라는 말이 있는데, 건축술이라는 말하고 똑같은 거죠. 건축이라는 게 낱낱이 부분들이 어떤 원리에 따라서 조직화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통일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집이 되는 거잖아요? 그와 같이 건축과 똑같다는 생각을 하죠. 집을 짓는 것하고 똑같다. 새롭게, 말이 새로울 때 내가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그때 시가 오지요.

[김규종 MC]
그 새로운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하는 거는 최소한 두 가지는 전제가 돼야 할 거 같은데요. 첫 번째는 관찰자의 마음이 열려있어야 할 것, 두 번째는 남들에게 유심히 눈을 떼지 않고 마음을 열어놓을 때, 그래서 그것이 나의 세계로 하나로 합쳐져서 조각될 때.

[김용택 시인]
그렇죠. 세상에 대한 모든 일에 대한 관심을 갖는 거죠. 그러려면 공부가 안 되면 절대 안 되죠. 책을 안 읽으면 안 되고 세상에 연속극도 안 보면 안 되는 거죠. 사실 연속극 안 보면 안 되죠. 영화 안 보면 절대 안 됩니다. 영화를 사람이 놓치는 순간 시대를 놓치는 것하고 똑같은 거지. 영화라는 게 우리가 살아왔던 세계와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 우리가 살아갈 미래를 한군데 모아 놓은 거잖아요, 여기에. 두 시간짜리, 한 시간 반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죠. 그래야 이제 우리가 어디로 갈지를 알게 되는 거고. 영화의 모든 장르가 다 결국에 가서는 저 끝에는 미래를 얘기하는 거죠. 기계와 인간이 전쟁하는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그런 걸 얘기하는 거잖아요, 사실은.

[김규종 MC]
그럼 선생님은 요즘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마블이나 SF나 안 빼놓고 다 보시겠어요?

[김용택 시인]
마블 다 봤죠. 마블 뭐 24개인가 나왔을 텐데, 다 봤죠. 마블을 안 보면 안 되죠.

[김규종 MC]
그러니까 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까? 미래를 우리들이 예견하는 데 필요한 어떤···

[김용택 시인]
필요한 거는 그렇게 절실하고 절박하게 필요한 건 아니더라도 상상력이라는 게 끝이 없다는 거죠. 인간은 상상력이라는 게 진짜 어마어마한 세계가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세계에 도달, 어마어마한 세계에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 것이 있는데, 저는 이제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한 관심을 두는 거죠.

[김규종 MC]
자 그러면 이건 재미난 질문인데 가장 근자에 보신 영화 중에 ‘야, 이건 좀 봤으면 좋겠다’

[김용택 시인]
뭐 여러 가지 영화들이 있는, 여러 가지 장르 영화들이 있는데, 저는 뭐 SF 영화를 많이 보는 쪽이죠. 그리고 특히 한국 영화가 굉장히 영화를 잘 만들죠. 어마어마하죠, 한국 영화 자체가.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오징어 게임이라든가 또 시리즈들 있잖아요? 그런 영화들도 재미없는 것도 많지만 정말 필요한, 그러니까 연속극을, 사람들이 많이 보는 연속극을 보면 시대에 어떤 방점이 찍혀 있어요. 그래서 연속극을 안 보면 또 안 되겠죠. 연속극, 중요한 연속극 다 찾아서 봅니다. 시리즈로 보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우리가 흘러가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것들이 언론에 다 들어 있는 거죠. 그래서 영화에 들어있는거고. 그래서 뭐 영화를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 봐왔죠. 또 장르를 불문하고 다 좋아하죠.

[김규종 MC]
그런데 임실에 개봉관이 있습니까, 혹시?

[김용택 시인]
임실이 아니고, 제가 예고편을, 영화 리뷰를 이제 굉장히 꼼꼼하게 챙겨요. 꼼꼼하게 챙겨서 이걸 극장에서 봐야 할지,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할지, 집에서 좀 이렇게 돈이 떨어졌을 때 봐야 할지 이걸 딱 알죠. 이 영화는 되겠다, 안 되겠다, 딱 보면 알아요, 예고편을 보면. 이 영화는 되겠다. 이건 재미없겠다, 그리고 딱 알아요. 아무리 유명한 배우들이 나와도 지금은 소용없습니다. 절대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면 안 되죠.

[김규종 MC]
그래서 보시고 싶은 영화는 영화관에, 전주 가서?

[김용택 시인]
아니, 전주가 아니고 순창에 객석 50명의 극장이 작은 극장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중고등학교 때 순창극장에서 영화를 다 봤잖아요, 6년간을.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거기 가서 순창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거죠.

[김규종 MC]
시네마 천국이네, 진짜.

[김용택 시인]
너무 극장이 쾌적하고 좋아요. 50명 객석, 50개 정도 되는데 큰 극장에 가면 냄새 나잖아요? 그런데 거긴 진짜 쾌적해요. 순창극장에 와서 보고 있습니다.

[김규종 MC]
60년 전 영화관이나 지금 영화관이나 똑같은? 그러나 내부만?

[김용택 시인]
그렇죠. 내부만 달라져 있지. 그래서 극장이 순창에 있어서, 안사람하고 둘이 영화 보러 가면서 '이런 호강이 어디에 있나?' 이거 시골에 가면서···

[김규종 MC]
5분? 선생님 거기서 5분, 10분 걸리죠?

[서상국 MC]
그런데 선생님 영화뿐만 아니라 노랫말도 선생님의 시가 많이 쓰이고 있잖아요. 그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김용택 시인]
뭐 작사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있겠죠. 그래서 지금은 최성수 씨가 아마 제 노래를 한 다섯, 여섯 곡인가 지금 만들어서 녹음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규종 MC]
그 노래 잘하는 최성수?

[김용택 시인]
네.

[김규종 MC]
그래요?

[김용택 시인]
장사익 선생도 하나 만들어서 노래를 불렀어요. 이따금 TV에서 부르더라고. 노래, 자기 내 노래 부르면 방송에 나가 노래 부른다고 전화를 해요. "제가 저녁에 선생님으로 노래를 부르게 됐다"하면서.

[김규종 MC]
장사익 선생이 부른 노래로 혹시 제목을 기억하십니까?

[김용택 시인]
'이게 아닌데'라는···

(구성 조명지)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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