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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검사 임은정]⑨ "검찰 지키는 팽나무 되겠다"

"제 소신이 이처럼 업무에서 배제될 정도로 옳지 못하다면, 이러한 제가 검사의 직분을 감당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입니다. 하여 제게 너무 과분한 검사라는 직분을 이제 내려놓습니다. 고단했지만, 고단함 이상의 보람에 행복한 12년이었습니다. 그간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고 부족한 저에게 마음을 열어준 소중한 가족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개별로 전하는 것이 도리겠지만, 마음의 준비 없이 급히 사직하게 되어 부득이 고마웠다는 말씀을 게시판으로 우선 전합니다."

"제 능력 부족으로 상급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지만, 해당 재심 사건의 무죄 구형은 검찰의 마땅한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저는 지금 무죄 구형을 하기 위해 법정으로 갑니다. 절차 위반과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기에 사직서를 제출합니다만, 공범들에 대하여 이미 무죄가 확정되었고, 공안부 역시도 무죄 선고가 확실시된다고 예상하는 사안이어서 제 소신이 근거 없는 고집이 아니라는 변명을 사족으로 덧붙입니다.

저의 사직이 과거사에 대한 종래 입장의 전향적인 재검토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p.73

[김규종 MC]
이제는 우리들이 어느 만큼 이제 궁금한 것들을 많이 여쭤보고 거의 이제 끝으로 가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 고발, 검찰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임 검사께서 겪으신 여러 가지 시련 우리들이 지금 얘기를 듣다 보니까 가끔은 소름도 돋고 그러는데. 그래도 책 제목이 '계속 가보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한 건데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버티면서 싸워보겠다, 그런 생각이신 거죠?

[임은정 검사]
보시다시피 제가 아직 싸울 만한 기운이 남아 있는 것 같잖아요?

[김규종 MC]
웃으시는 거 보니까···

[김근우 MC]
체력이 엄청 좋아 보이시고.

[임은정 검사]
기왕 가니까 웃으면서 가야죠

[김규종 MC]
그리고 어차피 제가 보니까 웃는 사람이 이기거든요? 최후의 승리는 나한테 있다, 그리고 내 뒤에는 든든한 하느님이 계신다, 그 법과 정의, 이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검찰 조직을 위한 게 아니다.

[임은정 검사]
제가 정말 힘들 때 기도 응답을 전달받은 게 있는데, 종교 방송하는 게 죄송한데 종교 아니면 제가 못 견뎠으니까. '여호와의 자녀로 인하여 새롭게 변하는 것을 보게 되리라. 시작은 미약하나 저 크고 담대한 파도와 같고 폭풍과 같은 힘을 막을 자가 없도다' 이런 축복을 받았어요. 그래서 힘들 때마다 저는 그걸 보거든요? 저는 변하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더디지만. 그러니까 더딤을 보는 사람은 지칠 건데요. 변화를 보는 사람은 기운을 낼 거예요.

[김규종 MC]
멋진 말입니다.

[김근우 MC]
사실은 저는 아까부터 임 부장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어떻게 보면 우리 임 부장님이 좀 진정한 검찰주의자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검찰이 아닌 사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그렇고, 사실 평범한 사람이면 지금쯤 3선 의원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여전히 검찰이라는 이 강고한 조직 안에서 투쟁을 하고 계신 부분도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향후에 정치를 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여전히 많은 것들이 사실이거든요? 물론 미래에 대해서 단언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지금의 어떤 정계 투신설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시죠.

[임은정 검사]
자기 그릇을 모르고, 분수를 모르고 함부로 하게 되면 자기만 다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의 권한만큼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잖아요? 저는 제 그릇은 알아요. 제가 조금 전에 경찰국 이야기도 안 하잖아요. 저는 아는 게 검찰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안에서 만약 제가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밖에서 조금 더 할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다면 안에서 더 싸우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요. 제가 있는 힘은 여기서 다 쓰고 가고 싶어요.

멋진, 좀 웃기지만 워낙 안에서 욕을 먹어서, 멋진 검사로 되게 욕심이, 대검에 이준 검사 흉상이 있거든요? 저도 거기에 조그마한 흉상 하나, 그 옆에 이준 열사 흉상보다는 좀 작아도 조그마한 임은정 흉상이 있으면, 검찰 열녀비 만들어라, 제가 그런 말을 하는데 검찰을 위해 죽겠다고 하면서 제가 검찰 열녀비 만들려고 제가 막 하거든요? 나름 그렇습니다, 우습지만.

[김규종 MC]
그런데 궁금한데요. 검사들 정년은 몇 살이에요?

[임은정 검사]
63세라던가?

[김근우 MC]
보통은 중간에 나오시잖아요.

[임은정 검사]
그렇죠.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길게 있을 줄 몰랐는데 가다 보니까 에이 하면서··· 아직까지는 버틸 만해요.

[김규종 MC]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임은정 검사]
그렇죠. 그런데 63세까지 하기는 조금 그렇고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제가 힘들기는 힘들거든요? 웃으면서 강한 척하지만 아무리 괴롭혀 봐라 내가 나가나, 이 마지노선이 일차적으로 내가 나갈 수 있는 나름의 저의 명분, 저의 마지노선, 그거는 국가배상 소송이랑 제가 좀 진행하고 있는 몇 가지 대법원판결까지는 보고 간다, 만약 그때 내 힘이 남았다면 조금 더 가 본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근우 MC]
검찰 조직에는 동기끼리 승진을 같이하면서, 예를 들어, 내 동기 중에서 누가 누가 차장을 달았는데 내가 못 달면 나는 나가고, 약간 이런 기수 문화가 있잖아요? 이거는 어떻게 보면 강제적으로 이렇게 가야 하는 건가요?

[임은정 검사]
아니, 그건 아니고. 예컨대 의정부지검에 제가 있을 때 제 동기들은 부부장, 부장, 다 승진했을 때 저는 평검사로 있었고, 저는 평검사로 퇴직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부장이랑 이야기하다 부장이, 자네들도 부장 승진하고서, 우리는 검찰은 올라갈수록 좀 편하거든요? 자네들도 부장들이 좀 여유 있는 게 좋지 않아? 이런 말을 했을 때 제가 부장님한테 "부장님, 저 내년에도 평검사고요. 내후년에도 평검사고요. 쭉 평검사거든요?" 그랬더니 부장이 아니라는 말을 못하더라고요. 저는 검찰을 지키는 터줏대감이다, 이런 자부심이 있고. 혹자는 제가 검찰과 싸운다고, 싸운다는 것도 맞지만 어찌 보면 저는 검찰을 지킨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내가 검찰을 지킨다, 그런데 우리 검찰에서 그렇게 생각을 안 하겠지만.

[김근우 MC]
검찰의 노송이 되겠다.

[김규종 MC]
등이 굽은 소나무.

[임은정 검사]
검찰을 지키는 팽나무?

[김규종 MC]
굉장히 멋진 말인데 이제는 청취자들한테, 청취자들은 꽤나 궁금해할 것 같은데, 임은정 검사가 생각하는 검사, 임은정 검사가 생각하는 검찰의 모습, 앞으로의 모습? 어땠으면 좋을지.

[임은정 검사]
마땅히 있어야 할 검찰의 상을 새로 만들 필요도 없어요. 법률에 나와 있거든요? 공익의 대변자로서, 정의의 대변자로서,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가 있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며,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따뜻한··· 이런 아름다운 미사여구들이 있어요. 그게 잘 안됐을 뿐이지. 법률을 바꿀 필요 없고요. 그거 지키면 됩니다. 그것이 있어야 할 거고. 저는 법률을 바꾸고 이런 것은 위정자의, 국회의 몫이고 저는 그 법률을 지키고 집행하는 게 검사의 몫이니까요. 그걸 하려고 제가 노력하는 거죠.

[김규종 MC]
알겠습니다.

[김근우 MC]
검찰을 지키는 늙은 팽나무가, 등이 굽은 팽나무가 되고 싶다고 밝히신 우리 대구지검 임은정 부장 검사님과 함께하고 있고요. 사실 이제 슬슬 마지막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서. 우리 지역이 굉장히 보수적인 지역이라는 데는 대한민국의 누구도 토를 달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방면으로든요. 그런데 대구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한다,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꽤 있는데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검찰 내부에서 검찰 개혁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 오신 입장에서, 사실 바로 그 검찰 개혁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가장 높은 지역이 아마 대구·경북일 거거든요? 대구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신지.

[임은정 검사]
제가 지난 주말에, 이상화 시인 생가에 카페가 있던데, 거기 가서 이상화 시인이 사랑했던 200살 된 라일락 나무도 보고 왔어요. 여기는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잖아요? 이게 보수적이라는 것이, 저도 보수적이라는 말을 들어요. 제가 법무부에 있을 때 법안 검토할 때 경국대전까지 끌어왔거든요? 저는 역사를 사랑하니까.

'원칙을 지킨다'가 보수잖아요. 그러니까 여기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투쟁하셨던 분, 저항 정신이 있었던 분이고, 전태일 열사의 고향이기도 하고, 보수적이고 낙후적인 게 아니라 지킨다, 대한민국의 얼을 지킨다, 그렇게 얼을 지키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은 없고, 그렇다면 과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내일을 열어간다고 저는 믿으니까, 의기소침하거나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닌 것 같고요. 많은 사람의 생각이 부딪히면서 변하는 거잖아요? 저는 여기서 오히려 서울에 있었을 때보다 더 생각이 열린 분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서 따뜻하더라고요? 저를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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