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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검사 임은정]④ "너희들 빠져라, 검사는 나다"

"저도 그랬지만 아마도 모든 검사가 집단 우울증에 빠졌을 겁니다. 힘겨워하던 후배가 긴한 부탁을 하더군요. 위로가 되는 글을 써달라고. 검사 게시판에 쓴 글들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는 위태로운 처지라, 동료에게 위로가 되고 힐링이 되는 글들을 더러 섞곤 했습니다. 그래야 욕을 덜 먹으니까요. 생존을 위한 글을 쓸 차례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라, 그 무렵 제가 받은 위로를 동료와 급히 나누었습니다."

"제게 글을 부탁한 그 후배는 <뜻밖의 위로>에도 댓글을 달지 않더군요. 그 무렵 이프로스에 한 달 시한부 익명 게시판이 개설되었는데, 누군가 익명으로 저에게 총선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는 등 저에 대한 색안경이 짙어진 때였습니다. 그래서 임은정파로 찍힐까 무서워하는 후배의 처지를 이해했습니다. 저보고 '선배님이 조금 더 세게 쓰신다면, 후배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겁니다'라고 말한 다른 후배조차 댓글 하나 안 쓰고 있었으니까요. 들불만도 못한 후배가 얄미워 검사실에 들러, 댓글 안 써주냐고 짐짓 채근하기도 했습니다." <계속 가보겠습니다> p.62

[김근우 MC]
사실 저도 언론사라는 조직에 속한 입장에서 내가 속한 조직의 어떤 입장을 거스르고 또 내부의 어떤 치부를 고발하고 이런 것들이 사실 굉장히 쉽지 않다는 거를 비단 임 부장님도 그렇고 저도 마찬가지지만 일반 회사 다니시는 분들 다 공감을 하실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특히나 검찰 같은 경우에는 철저한 동일체 원칙에 따라서 운영이 되는 보수적인 조직인데, 여기서 이런 결정을 하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았을 일이거든요?

사실은 구체적인 계기에 대해서 아까 전에 어느 정도 말씀은 해 주셨습니다만 조금 어떻게 해서 나는 이렇게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시게 된 거예요?

[임은정 검사]
그러니까 부끄러움이 쌓였던 거죠. 제가 법무부 있을 때 제가 일어났었어야 하는, 제가 책에도 살짝 썼지만 사람이 어떤 것을 부끄러워하는지에 따라서 그 뒤의 선택이 달라지잖아요? 살짝 개기다가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선배가 있는데 개긴 걸 후회해요. 그러면 안 개기면서 영합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안 개긴 걸 후회했어요. 그렇게 되니까 '나 더 이상 그렇게 안 살아'라고, 후회가 계속되니까 그 후회를, 아픔을 알잖아요? 나는 그렇게 안 살기로 했으니까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예컨대 그때 2012년 무죄 구형 때문에 검사들이랑 할 때 저는 모든 검사와 싸우게 될 거라는 각오는 했어요.

그때 제 느낌이 뭐였냐면 너희들은 검사가 아니다, 공판 검사석에 앉을 수 있는 검사는 나밖에 없다, 너희들 빠져라, 내가 검사니까 내가 앉겠다.

이런 나름의 비장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비장할 것도 아닌데 그때 딴에는 제가 죽을 줄 알았으니까. 제가 처음, 진짜 온실 속 화초가 비바람 몰아치는 소리 들리는데 캄캄한 비닐 밖으로 뛰쳐나가는 순간이었으니까. 저한테는 그 결단의 순간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때 제가 '검사는 나다', 이런 결단을 했죠.

[김규종 MC]
아까 잠깐 우리 김근우 기자가 이야기한 잔 다르크,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는데, 내부 고발 이후 혹시 임은정 검사가 정말 옳다, 나도 임 검사의 같은 편에 서서 임 검사와 함께 전진해 나가겠다, 손을 잡아주고 격려해 주는 그런 동료들 없었습니까?

[임은정 검사]
당연히 없지 않았고요. 꽤 있었는데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과 조용히 미안해하면서 하는 사람이··· 그러니까 응원을 하는데 미안해하는 사람. 대부분은 조용히 응원하면서··· 워낙 탄압이 심하니까요. 블랙리스트가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드러내놓고 응원했던 선배 하나가, 특히 제가 무죄 구형하고 나서 제가 정신적으로 널브러져 있었어요. 숨도 못 쉬는 상황이어서 '자르려면 자르던가' 하면서 널브러져 있는데 저를 공개 지지하다가 적격 심사로 잘렸던 박병규 선배가 저 1년 선배인데, 그 선배랑 원래 안 친해요. 안 친한데 그 선배가 전화해서 살아남으라고 막 고함을 치면서 정신 차리라고 하는 거예요. 특별 대리 선임하라고, 죽을 거냐고 막 할 때 되게 고마운 거예요. 그 선배가 그러고 나서부터 공개적으로 제가 정직 먹고 쉬고 있을 때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주여,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성경 구절 등등등 게시판에 올리면서 저를 계속 공개 지지하다가 잘렸죠. 그래서 너무 미안했어요.

[김근우 MC]
요즘 유행하고 있는 법조 드라마에 나오는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들이 좀 임 부장님께도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임은정 검사]
그러니까 있으니까 제가 숨을 쉬는 건데요. 내부 고발자에 대한 탄압이 정말 무서운 조직이고요. 제가 예를 드는 게 김홍영 검사가, 자살했던, 김대현 부장의 갑질로 결국 자살했던 김홍영 검사가 그만두지 않고 자살했던 건 도망갈 데가 없다는 느낌이거든요? 조직이 이게 변호사 시장으로 가면 어차피 검찰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해요. 여기서 찍히면 죽는 거거든요?

이게 그리고 좀 슬픈데 정권과 무관하게 검찰은 영원하거든요? 그러니까 잘 나가던 사람들이 쭉 잘나가는 거예요.

[김근우 MC]
늘공(직업 공무원)이니까···

[임은정 검사]
늘공(직업 공무원)이라서 정권과 적당히 영합하면서 출세를 다 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혹시나 하던 사람들이 자꾸 꺼져가고, 그다음에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그쪽으로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고요. 없지는 않은데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은 지금도 박병규 선배 하나인데 워낙 이런저런 사태 때 검찰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으샤으샤 했던 집단행동들이 있어서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개적인 따, 이런 것들 모욕, 이런 것들이 워낙 노골적이라서 드러내기가 어려운 상황이죠.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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