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이 검사 게시판에 '조직의 분열을 조장하는 글을 계속 쓴다면 징계하겠다'는 구두 경고를 서슴지 않던 암흑기라, 검사 게시판과 SNS에 조심스레 글을 올리며 징계에 넘겨지지 않을 정도의, 징계에 넘겨지더라도 징계 취소소송에서 쉽게 승소할 수 있을 정도의 수위를 지켰습니다. 쉽게 승소한다고 해도 대법원까지 5년쯤 걸리니 감당해야 할 개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글의 주제를 정하고 단어를 선택하면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습니다."
"2018년 7월 CBS, <경향신문>에서 연이어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는데, 마침 <검사내전> 김웅 검사가 다녀간 곳들이라 쾌재를 불렀습니다. 김웅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그 차별을 합리화할 정당한 사유를 알려 달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2달간 전자 공문까지 오가는 지청장과의 논쟁 끝에 어렵게 승인을 받아 <경향신문> 인터뷰에 응했고, 결국 검찰청 공무원 행동 강령이 개정되었습니다. 이젠 신고서를 제출하고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네요" <계속 가보겠습니다> p.183
[김근우 MC]
2013년에 정직 처분을 받으신 이후에도 검찰 내부 게시판에 계속 글을 올리셨고요. 경향신문에 연재도 또 하셨어요. 사실은 현직 검사분이 이렇게 언론사에 계속해서 기고를 하시고 연재하는 게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거든요?
[임은정 검사]
아니에요. 좀 하시더라고요, 이게.
[김근우 MC]
많이 하시나요, 요즘은?
[임은정 검사]
법률신문에는 약간 돌아가면서 부장급, 초임 부장들이 하는 거고, 그다음에 칼럼은 법무부에서 약간 홍보 담당처럼 해서 하는 경우가 있고, 제가 경향신문 할 때 김웅 당시 검사도 칼럼 좀 쓰다가 국회 뛰어가 버린 상황이었었는데. 저처럼···
[김근우 MC]
검찰의 입장과 배치되는···
[임은정 검사]
그러니까 그전에 승인제였을 때는 허락된 사람만 쓰는 거죠. 허락된 사람만 책을 내는 거고요. 허락된 사람만 말할 수 있는 거고, 저 같은 사람은 안 되는 거였는데. 하여튼 신고제로 바뀌고 나서 저도 칼럼까지는 저한테 주제 넘는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제가 인터뷰, 경향신문 인터뷰랑 이런 거 등등 할 때 내부 투쟁 과정에서 하도 못 하게 해서 성질이 나서, 이렇게 할 거 한 발 좀 더 나가보자, 세게 한 번 더 가보자는 마음으로 확 가버린 거죠.
[김근우 MC]
아까 전에 뜻을 함께하시는 분들이 밖에서도 찾는다고 처음 시작하실 때 말씀해 주셨는데, 일종의 그러기 위한 임은정 부장검사의 가장 큰 무기가 글이다, 이렇게 이해를 해도 괜찮은 걸까요? 지금 책을 내신 것도 물론 마찬가지입니다만.
[임은정 검사]
글이 곧 저의 스토리죠. 이게 그냥 하면 우리 회사에서는 갑자기 검사 게시판에 사직 인사 세게 쓰시고 국회 나가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로 인하여 국회 가려고 게시판에 사직 인사 쓰는 거 아니야? 이런 분들은 되게 많아요.
[김근우 MC]
격문을 쓰시고 나가시는 건가요?
[임은정 검사]
네, 갑자기 안 하시던 행동하시는 분들이 좀 있는데, 저는 처음에 '도가니 일기' 했을 때부터 국회 얘기가 나왔었는데, 제가 웃기지만 그때 국회의원 됐으면 지금 3선이잖아요?
그걸 계속 견뎌내는 것, 저한테는 계속 투쟁을 할 때 저는 생존 자체가, 안에서 버틴 것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전선을 넓히지는 않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목표 포인트라고 할까? 판결 하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계속 문제 제기하면서 저 나름의 벽돌을 쌓고 있는 중이라서요.
그런 것들이 스토리와, 글을 못 쓰는 편은 아니라서, 그런 부분들이 저한테 아주 유리한 도구가 돼서 사람들한테 제 말에 좀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좀 많잖아요?
그거는 감사한 일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규종 MC]
글은 곧 사람이다,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글을 읽어보면 임은정 검사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하는지 금방 알 수가 있을 텐데, 그런 글을 어떤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고 또 곡해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하십니까?
[임은정 검사]
그게 정말 슬픈데 게시판에 글을 쓰면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내부 채팅창으로 말이 날아오잖아요? 말 화살들이? 댓글도 화살이 막 날아오고, 댓글은 당연한 거고 쪽지와 채팅으로도 막 쇄도해요. 위로와 응원, 무서워서 댓글을 못 달아 미안하다 하는 응원도 있지만 조직론자라고 하시는 그런 분들이 SNS나 정치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당신의 진심을 믿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2012년부터 계속 듣고 있는 중이기는 한데.
그런데 좀 웃기지만 정치하러 가신 분은 김웅 선배고 윤석열 대통령이지 저는 아니거든요? 제가 늘 인내할 때 생각하는 게, 저는 역사를 좋아하니까, 역사, 아무리 말로 덧칠하고 하더라도 역사의 도도한 물결은 그 오염 물질을, 때를 벗긴다는 자부심은 있어요.
내부 고발자가 일 못 한다, 성질 더럽다, 별 얘기 다 듣는 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견뎌내는 것, 그 시간을 견뎌내면 결국 그런 것에 대해서 누명은 벗겨질 거라는 자부심도 있고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승리의 기억도 있고요. 그러니까 버티는 거죠.
[김근우 MC]
격문을 쓰고 정계에 투신하시는 이, 같은 회사 다니시는 분들에 대한 얘기를 해 주셨는데, 사실은 저도 그랬습니다만 저도 정치부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임은정 부장님의 정계 투신에 대해서 굉장히 가능성을 높게 본 역사가 한 10년이 됐을 거예요. 정말로 아까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아까 3선이라고 말씀을 해 주셨잖아요, 그때 됐으면? 그 이후에 제가 생각하기에 이 정치판의 속성을 보면 굉장히 많은 제안이 왔을 것 같거든요? 제안도 굉장히 많이 왔을 것이고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도 없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금까지 계속해서, 검찰에 남아서 내부에서 투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건가요?
[임은정 검사]
영입 제의는 왔는데요, 흔들린 적은 없고요. 영입 제의가 왔을 때 제일 기뻤을 때가 2016년 2월이었나? 1월이었나? 그때가 총선 때 문재인 대표였어요, 민주당. 좀 영입하려고 한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칼같이 자르려고 하다가 우리 신랑이랑 의논을 하고 뭐라고 했냐면 "적격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잘리면 생각해 보겠다"고 그랬어요.
그때 알았어요. 그때 안 잘린 여러 이유가 총선 앞두고 자르면 국회의원 꽃길 깔아줄 일 있냐, 여기에 대해서 수뇌부에서 전략적 인내를 했다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희망 사항이 있다면 적격 심사로 자르려면 잘라보라고 했지만 적격 심사 관련해서 퇴직 명령 취소 소송이 좀 되게 피곤한 일이라서 "넌 무능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이렇게 소송 공방전 주고받는 게 되게 모욕적이에요.
제가 어떻게 모든 일을 잘했겠어요? 실수를 했다면 침소봉대하면 너무 힘드니까, 구차한 싸움을 하려니까 눈앞이 캄캄한데. 정치판 가라고 깔아줄 일 있냐고 한다는 얘기도 들려서 안 잘렸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김규종 MC]
검찰이라는 조직이 한 개인을 잡으려고 든다면, 작심을 하게 되면 잡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저는 임 검사가 이겨내신 게 정말 대단한 생각이 드는데, 아까 우리가 민청학련 사건이나 박형규 목사 재심, 혹은 윤길중 재심 이런 얘기는 했으니까, 그 이후에 2015년에 남부지검 성폭력 은폐 사건, 그리고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 이 사건들이 책에 나오는데 이거 조사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어요?
[임은정 검사]
괴롭죠. 그러니까 제가 우리 검찰이 심한 건 아는데 이렇게 심한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소문으로 듣는 것과 직접 확인하는 건 다르잖아요? 특히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은 우리가, 검찰이 좀 조작까지는 아니고 좀 몰아가기 수사하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록을, 이 정도면 조작인데? 이게 검사들이 공식 서류를 은닉하고 숨기고, 이게 재소자 참고인들의 말을 화장을 조금 하는 게 아니라, 화장 조금 할 수는 있다, 화장하는 사례는 좀 들었는데, 이 정도면 마스크를 씌워서, 탈을 씌워서 간 게 아닌가 싶을 만큼의 충격이어서, 그런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는 거잖아요? 무섭더라고요.
사람들의 그런 얘기, 메이드 인 중앙지검, 뉴스 죄수와 검사 시리즈 등등 많은 말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100% 사실은 아니겠지만 적지 않은 사실은 실제이겠다는 생각은, 제가 검찰을 바꿔야겠다고 저를 생각하게 했던, 제가 생각했던 검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거니까 놀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