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달성군에서만 올 한 해 6만 그루 넘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잘려나갔습니다.
산림청이 집계한 대구시 전체 감염목 규모를 이미 넘어선 숫자입니다.
나무를 다 베어낸 곳에는 다른 종류의 나무로 숲을 만드는 '수종전환'이 진행 중인데 저희 취재진이 돌아보니 새로 심은 나무마저 다 말라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지자체 별로 매년 수십억 원씩 예산을 쏟는 소나무재선충병 대책, 실태 파악부터 방제와 복원까지 허점 투성이란 지적입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산 한쪽이 들판처럼 평평합니다.
키 큰 나무 하나 없습니다.
재선충병이 퍼진 소나무 숲이 있던 자리입니다.
면적만 7.25ha.
대구 달성군은 여기 있던 5,199그루 소나무를 다 베어내고 어린 편백나무를 심었습니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심각한 곳을 아예 새로운 숲으로 만드는 산림청의 수종 전환 정책입니다.
그런데 어린잎들이 모두 붉게 변했습니다.
말라 죽어 가고 있는 건데 이런 게 한둘이 아닙니다.
◀김종원 생물학자▶
"(이 지역은) 아주 건조한 지역에 해당합니다. 토질도 그렇고 대지의 기후도 그렇기 때문에 일본 특산종 편백나무를 줄 세워 심어놓더라도 오래 하지 못하고··· 얘들이 참고 살 형편이 못 되는 환경 조건이에요."
이 땅에 안 맞는 수종을 심은 겁니다.
달성군은 새로 심을 나무의 종류는 산림청의 조림 권장 수종 중에 산 소유주의 의견을 반영해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달성군 관계자▶
"동의가 일단 필요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토지 소유자 의견을 따라갈 수밖에 없고 산림청에서도 딱히 지침이··· 조림 권장 수종을 제시해 주는 것 말고는 별도로 있지는 않거든요."
이렇게 모두베기하고 다른 수종의 나무를 심는 특별방제구역, 달성군에만 3,619ha입니다.
건너편 벌목 안 된 숲은 온통 적갈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눈 내린 듯 하얗게 변한 것도 있습니다.
단풍 든 활엽수들 사이 소나무는 재선충병에 감염돼 다 고사했습니다.
다사읍과 하빈면 일대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자체와 산림 당국이 봄여름이면 살충제를 뿌리고 가을·겨울엔 감염목을 잘라 훈증, 파쇄하며 재선충 방제를 해온 곳입니다.
그런데도 소나무재선충병을 잡지 못한 겁니다.
◀김원호 녹색연합 활동가▶
"1년에 거의 천억 원 넘게 예산이 전국적으로 투입이 되는 건데도 이렇게 됐다는 건··· 지금까지의 방제 정책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예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그런 토론을 좀 면밀하게 할 필요가 있고···"
달성군이 지난 4년간 베어낸 재선충 감염 소나무는 17만여 그루입니다.
산림청이 파악한 대구시 전체 감염목 수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같은 기간 국비와 시비에 군비까지 15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재선충병 대응에 쏟아 부었습니다.
방제는커녕 실태를 파악하는 것조차 재선충병이 퍼지는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이동삼,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