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탄핵 정국으로 숨 가쁜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여야 정치권의 후폭풍도 거센 상황으로,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 정국 주도권을 쥐고 가고 있고, 국민의힘은 당내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또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결정하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이번 ‘월간정치’는 본격적인 탄핵 정국에서 여야 정치권의 후폭풍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제부터는 여야 정치권에 불어 닥칠 후폭풍, 그리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에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국민의힘, 우리나라에서 보수 정당으로 불리는 국민의힘은 탄핵을 반대했어요. 그것도 당론으로 반대했습니다. 이후에는 찬성했던 의원들을 따로 의원총회 할 때 핍박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8년 전의 탄핵과는 조금 상황이 다른 것 같은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오히려 보수가 궤멸할 지경에 이른 일인데, 보수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하는 점은 많은 분에게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 내부 사정을 좀 아실 것 같은데요. 박 실장님, 왜 이런다고 보십니까?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그건 정치의 영역이죠. 법률적인 영역을 넘어서 정치의 영역인 것이고요.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어떤 정치적 집단이 있다면 국민이 자꾸 그것을 나의 모든 생각과 동일하다고 여기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사회자분은 그게 안타까우신 모양인데, 그건 국민의힘이 책임져야죠.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탄핵을 반대하든 찬성하든, 각자 헌법기관인데 아마 역사의 준엄한 평가가 뒤따를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동일한 생각을 해주길 바라겠지만, 그것을 재단에서 강요하기는 힘듭니다.
국민의힘은 이제부터 대선까지도 생각해서 여러 사안을 논의하겠죠. 이 와중에 어떤 의원들은 혜안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고, 어떤 의원들은 단지 국회의원 한 자리를 지키면서 거수기 노릇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쪽도 200표 가까운 찬성을 일사불란하게 내놓고 있잖아요. 192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이 일체 반발 없이 만장일치로 행동합니다. 이 부분은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한두 명이라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그 역시 정치적, 사회적, 법적인 속사정을 떠나 정의로만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김현권 의원님, 여당이 이렇게 반성이 사라졌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저는 두 가지를 주목합니다. 첫째, 8년 전과 지금 여당의 행동이 다른 이유는 의원들의 구성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8년 전만 해도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절반은 됐습니다. 그래서 민심과 정당이 함께 가기 위한 노력을 당시 여당은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의원 구성이 바뀌어 영남당으로 전락했습니다. 현재 60%를 넘어서 거의 70% 가까운 의원들이 영남 출신입니다. 지역 정치 지형상 이분들은 민심을 굳이 따라갈 필요가 없습니다. 선거에 아무런 걱정이 없으니 이런 점이 주목됩니다.
둘째,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문제가 되었던 최순실과 당시 여당 의원들은 직간접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탄핵의 책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 김건희 여사 문제나 명태균 씨 문제처럼 여당 의원들 거의 모두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인수위 때 직접 관여했고, 여당 공천에도 관여한 흔적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여당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탄핵에 반대할 때 국민의힘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다음 대선에 나오지 않으면 당장 탄핵에 찬성할 수 있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이는 한 예일 뿐이지만, 여당 내에서는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가 매우 심한 것 같습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게 지금 여당의 솔직한 고민과 관심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국민이 관심 있는 것은 헌법 가치, 헌법 질서 수호, 민주주의 이런 것들이거든요. 차기 대선은 그때 가서 또 선택할 문제예요.
그런데 정작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은 대선에 관심이 있는 거예요, 차기 대선에. 국민의 관심은 민주주의인데 여당은 대선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는 한 꺼풀 바꿔서 얘기하면 권력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예요.
[김상호 사회자]
야당이 이재명 대표가 그렇다고 생각한다고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물론 야당도 권력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는 없죠. 그렇지만 관심이 있는 것을 차후의 문제로 두고 가슴속에 두고 또 드러내지 않으면서 우선 문제를 풀어나가고 집중해야 할 것에 힘을 쏟는 것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여당은 자기네가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건 숨겨야 해요. 그걸 말로 꺼내서 현재의 상황을 해석하고 판단과 행동을 결정하는 데 그것에 의존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죠.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그런데 이재명 포비아라는 게 구체적으로 개념 정리부터 좀 하죠. 그게 뭐죠? 이재명을 뭐 두려워한다?
[김상호 사회자]
포비아의 뜻은 두려워한다는 건데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공포심을 갖고 있다?
[김상호 사회자]
뭘 하더라도 싫다까지 포함되겠죠.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아, 그러니까. 뭐 제가 보기에는 중첩적인 감성의 정치, 감정의 선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재명 포비아라면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우리가 반대한다는 것이 있을 것이고, 또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굉장히 국가적으로 위태로울 것이다 하는 국민의힘의 어떤 전략적, 전술적 정치 기술 시각이 있겠죠.
그런데 글쎄요. 그건 뭐 국민의힘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바라볼 수 있지만, 그것도 와닿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게까지 포비아로 갈 필요성이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김현권 의원이 말씀하신 대로라면, 누가 권력에 더 집착하고 있느냐 하는 그 부분이 서로 공방이 되는 것이죠. 정당이든 정치인이든 권력을 추구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다만, 그 권력 행사를 자기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이 부분에서 국민적인 지지를 더 얻어가느냐는 문제인데, 어느 쪽이 지금 더 권력에 집착하는지 글쎄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도 권력에 집착하는 오판 때문에 이렇게 사단이 벌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과도한 권력 집착은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죠.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러니까 차기 권력을 누가 가질 것이냐에 대한 판단과 권한은 분명히 국민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는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할 권한은 없는 거예요. 정말 자기가 권력을 갖고 싶으면, 내가 왜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 그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증명하는 것이 빠른 일이지요.
지금처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위기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거기에 집중되어 있고, 몸을 던져서 그것을 방어하고 있는 이 와중에 여당이 노골적인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판단을 흐린다는 것은 국민들 앞에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지금 당장은 탄핵 정국이 되어서 좀 좋은 쪽에 승기를 잡는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반사이익을 민주당이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거꾸로 잘못하면 이번 상황에서 잘못 대처했다가는 오히려 반사이익이 아니라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박재일 실장님, 먼저 말씀 부탁드릴까요?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실장]
민주당 입장으로서는 권력이라는 정치 정권을 탈환 내지는 정권을 다시 가져가겠다는 게 민주당의 최일선 목표 아니겠습니까? 0순위잖아요, 그건.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는 엄청나게 좋은 환경이 지금 조성된 것이죠.
아까 우리가 계엄이 재가되느냐 안 되느냐 이렇게 약간 얘기했지만, 그건 별개로 하더라도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핀치에 몰려 있고 어마어마하게 불리한 상황인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을 변명해 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데, 그런 정치적 지형이라면 당연히 지금 민주당이 월등하게 유리한 위치를 점했죠.
그리고 제가 좀 냉정하게 표현한다면, 민주당의 아마 목표였을 겁니다, 그건. 예를 들면, 이건 계엄의 부분과도 연계되지만, 과연 미스터리한 윤석열 대통령이 왜 저렇게 계엄까지 선포해서 이 난리를 쳤느냐 하는 것인데, 정치적으로는 실수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말려들어가는 부분도 있잖아요. 그리고 민주당은 제가 보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정통성을 내심 아니면 또 공개적으로 한 번도 인정해 준 적은 없어요, 취임식 이래로. 인정했다는 흔적이 없어요.
물론 윤 대통령이 급작스레 대통령이 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고, 또 김건희 여사의 여러 납득하기 힘든 행보나 스캔들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주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윤 정권을 제대로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었고, 중간 지점에서는 탄핵을 공공연히 얘기했잖아요. 그리고 지금 탄핵까지 됐잖아요.
헌법재판소에 최종 판결이 나야 되겠지만, 그런 목적을 이룬 상황에서는 민주당은 다음 차기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잡는 데 엄청나게 유리한, 근접해 있는 그런 상황임은 부인할 수 없죠. 물론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점이 이 정권 들어와서는 너무 노골화됐다는 점도 제가 부연하고 싶습니다.
[김현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 점에 있어서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르고요. 민주당 입장에서 0.73% 차이의 패배라는 것이 매우 아쉽기는 하지만, 민주당은 단 한 번도 그것이 부정 선거였거나 정통성이 없는 대통령이다라는 발언이나 접근을 한 적이 없고요. 그런 점에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수행에 있어서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과 염려는 일관되게 있었지만, 그것이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요.
저는 이번 12월 3일 밤에 비상계엄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 국회가 민주당 중심으로 보여준 움직임은 국민들에게 매우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요. 최근에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떻게 움직였는가, 그 단체방의 대화록이 공개되지 않았습니까? 그거를 쭉 보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지도부의 결정을 그 순간에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아는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도 지도부의 의견을 묻지 않고 모두 국회로 모이고, 담장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했거든요. 그래서 "아, 국민의힘 의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DNA는 좀 차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