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모습을 보입니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유럽 국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모아 노인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이미 높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65세에 머물러 있는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고, 정년 기준인 60세도 은퇴 시점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토크 ON’은 해외 선진국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는 어떤 결정이 필요한지 논의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세대 간 갈등보다는 서로 빈틈을 채우는 방안을 국가와 사회 전체가 함께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 속도는 빠르지만, 이미 이런 경험을 한 해외 사례들을 참고하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상이 교수님, 해외에도 이런 문제를 겪은 사례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처했나요?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론화를 통해 정당 정치가 이끌고, 긴 논의 과정을 거쳐 고령화 시대 복지와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노인 연령 기준이 대체로 67세에서 어떤 나라는 70세까지 올라갔습니다. 독일의 경우, 학교 선생님은 67세가 정년이고, 68세에 은퇴하며 바로 연금을 받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퇴직 연령이 60세이고 노인 기준 연령은 65세로, 5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해소하려면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놓고, 국민적 의제로 공론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전문가들만 논의하는 영역에 묶여 있었습니다.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이 문제를 핵심 과제로 삼아 국민적 의제로 이끌어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퇴직한 분들한테는 이 연금 보릿고개가 너무나 현실이고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 대책이 없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지점도 많고요. 그래서 이미 사회적으로 공론화될 수 있는 토대나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 저는 이렇게 보는데 이 교수님, 이거 어떻게 보십니까?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는 조금 전에 이상이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이런 정치와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어떤 기준의 원활한 도출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거기에서 우리가 논의의 중심에 세워야 할 주체는 기업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정년 제도라는 것과 그와 연동된 노인 연령 기준이 사실 근대적 자본주의의 탄생 과정에서 필요했던 것이고, 자본가들이 이를 필요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에 대한 관리 도구로 기능했던 부분도 있었고, 이런 경직적인 연령 기준이 오늘날까지 유지되어 왔던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 복지가 취약한 상황에서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머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죠. 그래서 기업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의 중심에 서고 대안을 많이 내놔야 하는 시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까 해외 사례를 보았지만, 미국 같은 경우 정년이 폐지된 상태입니다. 물론 국가 중심의 복지가 유럽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있지만, 기업 복지를 통해 완충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복지에 대해 책임지고, 중심적인 주체로서 기여할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사회는 갈등에 휩싸일 것이고, 기업도 장기적으로 존속하기 어렵습니다. 생산 연령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니까요. 이런 점에서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 기업 역할을 말씀하셨으니 저는 노동계의 역할도 주문하고 싶습니다. 사실 기업이 정년 연장이나 노인 연령 상향 조정 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나오며 청년 이슈를 끌어다가 청년과 노인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이데올로기 투쟁을 선도했던 것도 사실은 기업과 관련된 연구자들이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도 저는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임금 체계가 연공서열 중심으로 너무 경직돼 있어서 기업의 부담이 큽니다. 60세 정년을 65세로 늘리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임금은 더 많이 지불해야 하니 기업이 경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노동계, 특히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 더욱 유연한 임금 체계 개편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얘기가 처음 나온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도 논의됐지만 결국 철회됐습니다. 이 이유가 두 분이 말씀하신 기업과 노동계의 갈등 때문일까요? 아니면 다른 요인도 있을까요?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그게 핵심입니다. 제가 이와 관련해 발제도 해보고 토론회도 해봤습니다. 은행 노사가 정년 연장 문제로 대립할 때 은행 현장에 가서 강연도 하고 토론도 했는데, 서로 팽팽하게 양보를 안 하려고 합니다. 저는 양쪽의 심정을 다 이해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지금 국민만 고통받고 있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교수님도 비슷한 이유라고 보십니까?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실은 우리 사회에 그런 다양한 갈등들이 있습니다만 이런 부분이 굉장히 첨예한 갈등의 이슈이고, 그러면서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이게 봉합되고 좀 합의를 도출하는 이런 합의의 구조가 성숙해 있지 못하다 보니까 조금 전에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의 주장은 하지만 뒤로 이제 한 걸음씩 물러나면서 합의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런 구조들이 너무 지금 확산하여 있지 않은가, 그런 좀 아쉬움이 있는 거죠.
그래서 이제 그런 맥락에서 사실은 우리가 정당 정치라는 것도 잘 활용해야 하는 거고, 그런데 우리 정당의 구조들을 보면 정책 정당들이 없지 않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그렇게 봤을 때 이런 이슈 대립에 대해서 서로의 주장도 내세우면서 목소리를 좀 좁혀갈 수 있는 이런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모든 면에서 그런 것들이 너무나 부족한 것 같습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 논의를 해야 한다, 이것도 두 분이 동의하고 계시고 논의를 할 때 이 부분만은 중요한 요소로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지점과, 궁극적으로 우리가 이 목표 지점을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 왜 이걸 하는가를 생각할 궁극적인 지점, 이 두 말씀을 듣고 오늘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마지막 말씀은 이진숙 교수님 먼저 듣겠습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늘 저희가 토론회 이슈가 노인의 연령 기준 상향이었습니다만, 사실은 이런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때는 전제가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전제는 뭐냐 하면, 현재처럼 이런 생애주기 편제가 노인은 65세 이상, 아동은 만 18세까지 이런 식으로 나누는 게 과연 적절할까, 이런 것들을 한 번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노인의 어려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를 해왔습니다만, 실질적으로 오늘날의 사회에서 아동들이 겪는 어려움들도 예전의 어려움들과는 많이 달라졌거든요. 그리고 이제 연령과 교육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의 특성들도 과거와 굉장히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아동의 연령도 사실은 상향될 필요성이 있고, 오랫동안 양육과 돌봄, 교육, 성장이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지만 오늘날의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에 아동 연령의 상향과 노인연령의 상향, 이런 것들은 전체적인 생애주기 관점에서 다시 한번 논의되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좀 정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최근에 주목할 만한 정치의 역할을 기대할 부분이 생겨났더라고요. 제가 우연히 자료를 찾다 보니까 사실은 민주당의 여러 공약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 민주당 국회의원 한 분이 정년 연장 방안을 입법 발의했더라고요.
거기 보니까 기업 규모에 따라서 정년을 연장하는 시행 시기를 조금 달리 하는 거죠. 그러니까 50인 이하의 기업은 법이 만들어지고 나면 1년 안에, 그다음에 50인에서 300인 기업은 2년 후에, 그리고 300인 이상 대기업은 5년 후에 이렇게 해서 2033년까지는 정년을 65세까지 다 연장한다.
게다가 이번에 국민의힘 당 대표께서 11월 27일에 "정년 연장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겠다"라고 하는 의지를 밝혔단 말이죠. 그러니까 지금 여야 간의 정쟁 한가운데에서도 이 이슈의 중요성은 인식하기 시작했으니, 이번에 이게 잘 이루어져서 정쟁 대신 정책 경쟁의 시대가 열려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김상호 사회자]
이번 주 토크 ON에서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문제를 주제로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두 분 모시고 좋은 말씀 들었습니다. 두 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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