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따뜻하고 평안한 성탄절 휴일 보내고 계십니까?
여기 성탄절을 기쁜 마음으로만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구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1년째 임금이 체불됐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건설업체에서 하청받아 팀장 역할을 하던 개인업자가 돈을 주지 않고 잠적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노동 당국도 사라진 업자가 체불 사실을 확인해 줘야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도건협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앞에 현수막이 붙었습니다.
여기서 일한 이주노동자가 밀린 임금을 달라고 호소합니다.
◀A 씨 이주노동자(2024년 12월 16일)▶
"저는 OOO이라고 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집에 가야 합니다. 월급 빨리 주세요."
이 남성은 여기서 거푸집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2023년 10월부터 12월 사이 석 달 치 임금 684만 원을 1년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결국 돈을 받지 못한 채 12월 17일 고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남성을 포함해 이주노동자 15명이 받지 못한 임금은 임금 7천400만 원.
이들은 전문건설업체 대표와 하도급받은 개인업자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습니다.
이 현장에서는 원청업체인 주택건설업체가 콘크리트·철근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 줬고, 이 업체는 다시 팀장 역할을 하던 개인업자 B 씨에게 일부 공사를 맡겼습니다.
건설업체들은 공사대금을 줬다고 했지만, 노동자들은 B 씨로부터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노동청은 밀린 임금을 줘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은 팀장 B 씨라고 밝혔습니다.
B 씨는 그러나 현재 종적을 감춘 상태입니다.
이럴 때 바로 위 단계에 있는 전문건설업체가 B 씨와 연대해 체불 임금을 주도록 책임을 지울 수 있지만 문제가 또 생겼습니다.
노동청은 체불 금액이 얼마인지 확정되지 않아 사건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
"개인업자가 (노동청에) 나와서 본인이 예를 들어서 원청에 얼마를 돈을 받았는데 그중에 원래 얼마를 근로자한테 나눠줬어야 하는데 자기가 얼마를 안 나눠줬다 이게 와서 진술이 확인이 돼야 해요. 그게 확인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처리가 불가능하거든요."
체불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대지급금 제도 역시 체불액이 확정되지 않아 이 제도마저 활용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돕고 있는 이주민선교센터는 출퇴근 대장을 보면 누가 어느 정도 일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서, 모두가 책임을 떠미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박순종 목사 대구이주민선교센터▶
"원청에서 이주 노동자들에게 먼저 돈을 지급하고 나중에 개인업자가 나타나면 원청에서 개인 업자한테 돌려받으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노동청은 달아난 B 씨를 전국에 수배했지만 언제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는 사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먼 타국 땅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MBC 뉴스 도건협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