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북구에서 발생한 집단 전세 사기는 부동산 담보신탁과 신탁등기의 허점을 고스란히 노출했습니다.
임차인들이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떼보더라도 담보 신탁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던 겁니다.
이런 허점을 악용한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등기부등본에 신탁 관련 내용을 표기하게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대법원도 부동산 신탁등기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심병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구시 북구 침산동 집단 전세 사기는 부동산 담보신탁과 신탁등기의 허점을 악용했습니다.
건물주는, 소유권을 가진 부동산 신탁회사의 동의도 없이 17가구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전세보증금 15억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부동산 담보신탁을 악용한 전세 사기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동산 담보 신탁과 관련한 피해 상담은 2018년 212건, 2019년 343건, 2020년 348건, 2021년 297건, 2022년 354건으로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늘고 있습니다.
많은 서민이 함정에 빠져 전세보증금을 날리고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신탁회사는 부동산을 담보로 가지고 수수료인 신탁보수를 챙기면서 자신들의 동의 없이 자행되는 불법 임대차 계약에는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정태운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 대책위원회 위원장▶
"도대체 신탁은(회사는) 뭐 하는 곳입니까? 지금 와서 자신들과 관계없는 임대차 계약이라고 하면 끝인가요?"
허점 많은 부동산 담보 신탁과 신탁등기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입니다.
◀김태근 변호사(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운영위원장)▶
“신탁제도를 변호사들도 정확히 잘 모르는 부분들이 많단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신탁제도를 부동산 소유자들이 자신에 대한 책임 회피용으로 활용한 측면이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탁제도를 계속 방치하고 있죠.”
전문가들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신탁등기 관련 정보를 표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부동산 등기부등본에는 신탁원부 번호만 확인할 수 있고 대출 규모 등 구체적인 정보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2022년 4월 부동산 신탁등기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신탁등기 관련 정보를 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용역 1년이 지나도록 전세 사기를 막을 이렇다 할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