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북구의 집단 전세 사기 의혹 사건, 속보로 시작하겠습니다.
17가구가 15억 원이 넘는 전세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지만,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건물주는 반성이나 피해 회복은 고사하고 피해자들을 조롱까지 하고 있는데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하겠다던 정부의 발표가 무색해 보입니다.
심병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대구시 북구 침산동 도시형생활주택의 17가구 세입자들은 전세금 15억 5천만 원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오 모 씨 피해자▶
"저희는 이게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전세금을 구제받는 게 최우선이죠."
건물주는 집단 전세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반성이나 피해 회복 노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송국에 제보한 사람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세입자 사이 갈등을 유도하고 분열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건물주 피의자▶
"방법 다 찾아 얘기했는데 000호(가) 그렇게 안 합니다. MBC 방송국(에) 뭐(제보) 하겠다, 뭐 하겠다, 법적으로 하겠다. 이게 법적으로 할 문제가 아니고 빨리빨리 풀어서 최소한의 방법을 찾아가지고 적게 피해를 (줄여야 하는데)…"
건물주는 대구 모 신협에서 빌린 24억 원 이상의 대출금을 세입자들이 대신 갚고 소유권을 가져가는 방안을 신협 측과 협의했다고 주장합니다.
전세금과 대출금을 합한 집값은 전용면적 84제곱미터 기준으로 2억 4천만 원에서 3억 2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매를 위해 감정평가한 금액은 평균 2억 5천여 만 원입니다.
통상적으로 여러 차례 유찰되는 것을 감안하면 세입자들이 실제로 살 수 있는 금액보다 수천만 원 더 비싸게 집을 사는 셈입니다.
◀피해자 대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도 분명히 이 감정사무소에 (의뢰해서) 공매가 진행될 거고 한 1회, 2회 유찰 정도를 감안하고 진행했기 때문에 이 가격 자체는 좀 뻥튀기된 것 같다, 라고 주변에 있는 감정평가사는 얘기를 하고 있죠."
전세 세입자가 당장 1억 원이 넘는 큰돈을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 분양을 받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준비하던 세입자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건물주는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피해자에게 사과는커녕 오히려 조롱하듯 전화하기도 했습니다.
◀건물주▶
"그런데 방송이 왜 약하게 나왔지? 심병철 기자에게 돈을 안 줬나?"
◀피해자 대표▶
"돈을 왜 줍니까?"
◀건물주▶
"그런데 왜 약하게 나왔어? 지금 사기로 (고소)해서 계속 얘기해야 하지."
건물주에게 거액을 대출한 신협은 첫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5월 16일 명소소송에 들어갈 테니 건물에서 나가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피해자 대표▶
"왜 우리(신협)의 입장은 안 봐주고 방송을 내보내냐, 하면서 저희한테는 법대로 명도 소송과 변호사 선임을 해서 명도 소송을 진행할 테니 너희가 나갈 준비를 해라, 이렇게 저희한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전세 사기 피의자와 금융기관은 피해자들을 이간질하고 명도소송을 진행하며 세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