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이라는 목표를 두고 2022시즌을 시작한 시민구단 대구FC의 여름이 수상합니다. 한때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찬란했던 날을 보냈지만, 급격하게 무너진 팀은 최근 승리 없는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리그에서 3경기를 연속해서 진 건 2021년 여름 겪었던 4연패 이후 처음 겪는 아픔입니다.
과연 대구FC의 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지금 상황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반전을 위해서 대구가 찾아야 답은 또 무엇일까요? 대구MBC스포츠+가 대구FC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답을 고민해 봤습니다.
길었던 무패행진이 불러온 나비효과
대구의 시즌 개막은 새 감독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교차로 시작됐습니다. 전임 감독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우승'이라는 목표를 건 대구FC는 알렉산더 가마 감독을 야심 차게 영입했는데요. 리그 적응까지는 그리 쉽지 않았고 10경기 정도는 사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AFC챔피언스리그 예선과 FA 컵을 거치며 조금씩 팀에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가마 감독, 5월부터 팀을 빠르게 정비하더니, 팀 창단 이후 최다인 12경기 무패 행진을 기록합니다. 3개 대회를 동시에 치르며 거둬낸 리그 12경기 무패는 분명 유의미한 성과였죠. 하지만, 그 내부를 살펴보면 조금의 아쉬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패의 기간, 3승 9무에 그치며 승점을 18점 더하는데 그쳤다는 점이죠. 6승 6패와 다를 바 없는 결과를 거뒀다는 점은 팀에게 안 보이는 위기로 돌아왔습니다.
무패행진의 끝자락에 거둔 4경기 연속 무승부는 그대로 부메랑처럼 돌아옵니다. 주중 춘천 원정에서 당한 패배까지 대구는 최근 9경기에서 승리가 없습니다. 5무 4패는 매우 끔찍한 결과, 홈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였던 대구FC가 당한 홈 2연패는 특히 뼈아팠습니다. 무패와 무승이 교차하며 팀은 무너졌고, 길었던 상승 곡선의 여파처럼 침체의 기간도 꽤 길게 이어집니다.
반복되는 베스트11···지쳐버린 팀
특히 무패행진이 거듭되며 팀은 별다른 변화나 전환점을 가지기 힘들었습니다. 부상이나 경고 누적과 같은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늘 같은 스쿼드로 경기를 운용했는데요. 무패를 이어가는 '힘'이기도 했지만, 폭염이 이어졌던 2022년 여름, 특히 더위가 특징인 대구에서는 '독'으로 작용했습니다. 선수들의 피로는 쌓였고 이는 부상이나 부진으로 이어집니다. 뒤늦게 일부 스쿼드에 변화를 주고 있지만, 다소 늦은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가마 감독이 부임한 뒤 보여준 축구의 특징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이런 대목에서 들기 시작합니다. ACL과 FA 컵, 리그까지 3개 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같은 스쿼드로 모든 대회를 치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고 팀의 변화를 통해 선수단의 건강한 긴장감을 부여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죠. 수원삼성과의 경기에서 퇴장당한 뒤 최원권 수석코치가 이끄는 팀에서는 젊은 선수와 그동안 주전으로 뛰지 못했던 선수들이 나서면서 변화도 느껴졌지만, 승리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팀의 에이스 세징야의 빈자리도 아쉬운 대목이겠죠. 대구FC라는 팀에 있어 세징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팀 전술에 기초가 되는 선수이기도 한데요. 그런 집중도는 그가 있고 없고에 따른 팀 성적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한계로 돌아옵니다. 물론, 세징야가 뛴다면 상대 수비가 그에게 집중되고 이를 통해 제카와 페냐, 고재현 같은 선수들이 좀 더 활발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대구라는 팀에 있어 상대 팀은 세징야만 잘 차단하면 어느 정도 수비는 성공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는 거죠. 세징야의 부상이나 부진, 피로가 팀의 성적과 직결되는 구조는 분명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보입니다.
수비 바탕 역습 축구의 대구···약해진 수비라인
팀 컬러로 꼽히던 수비라인의 붕괴는 특히 아쉬운 대목인데요. 부상이 많았던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출전하는 경기에서 의욕이 앞선 탓인지 조급한 모습을 보이며 안정감이 사라졌습니다. 주장 김진혁은 공수를 오가다 보니 결국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수비 라인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지며 사소한 상황에도 심판을 먼저 보다가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죠. 이런 모습은 훈련 과정과 팀 미팅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인데 역시나 지도력에 대해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지쳐버린 팀에 떨어진 집중력, 이 부분은 팀의 반등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보입니다.
중반을 넘어선 지금 상황에서 대구FC의 지표를 보면 공격 면에서는 그래도 선전하는 모습입니다. 실점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 합쳐보더라도 현 순위에 비해 나쁘지 않은 수치들인데요. 그렇다면 결국 팀 운용과 경기의 효율성에 대해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대목부터 무승부가 많은 지점까지, 대구는 분명 약점이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고 그 대목에 대해 선수단에서는 전술 변화를 포함한 유연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결국, 승리가 답이다
위기에 빠진 대구FC, 2021년 8월에도 비슷한 위기가 있었지만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연패 뒤 거뒀던 연패 숫자만큼의 연승을 거두며 가능했습니다. 결국 승리가 답입니다. 팀 분위기는 승리가 없는 날들이 길어지며 더욱 무거워졌고, 이 무거워진 분위기는 다시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죠.
다가오는 일정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주말엔 울산 원정이 기다립니다. 마지막으로 울산에서 펼쳤던 경기, ACL 출전을 앞뒀던 리그 9라운드에서 대구는 1대 3으로 크게 졌습니다. 이 패배 이후 팀은 각성했고 달라졌습니다. ACL 예선을 통과했고 돌아온 리그에서 무패행진을 시작했죠. 무너짐의 마침표였던 울산 문수를 다시 향한 대구가 이번 라운드 선두 울산을 잡는다면 가장 좋은 분위기 반전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원정에서 승리가 없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징크스로 느끼는 팀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이어지는 일정은 ACL이죠. 플레이오프부터 쉽지 않은 도전을 이겨냈던 대구FC엔 사상 최초의 8강 진출이 걸려 있는 한판 대결입니다. 전북현대를 상대하는 일본에서의 16강전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습니다만, 이 또한 팀의 분위기 반전을 위해 승리라는 성과를 거둘 경우, 최근 이어졌던 부진 탈출에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
8강에 진출한다면 ACL 일정은 더 길어질 수 있는 상황, 대구FC가 홈에 다시 돌아오는 건 8월 말 마지막 일요일 밤, 김천과의 맞대결입니다. 이 역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군팀이라는 특성상 가장 팀이 좋지 못한 시기에 놓인 상대, 홈에서 연패당했던 흐름을 끊고 기분 좋은 승리를 기록한다면 역시나 스플릿 라운드를 앞둔 대구FC에 상위 스플릿의 가능성을 더하는 요소가 될 텐데요.
이 모든 건 승리라는 요소를 기대하고 감안할 때 가능한 기대치입니다. 기대가 현실이 될지, 우려가 될지, 대구FC엔 많은 고민과 변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잔인할 정도로 힘겨운 8월을 대구가 어떻게 마칠지는 다가오는 울산전을 통해 일단 판가름이 가능해 보입니다. 만만치 않은 매치업인 만큼 좋은 결과가 주는 효과도 엄청날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