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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투지가 아니라 투자가 없다"고?···위기의 삼성스포츠단, 삼성라이온즈는 이상 없나?

한때 우리나라 모든 프로스포츠의 타이틀 스폰서이자, 모든 종목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명문 구단의 이름은 '삼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과거 삼성 스포츠단 최초의 독립 법인이었던 삼성라이온즈가 있었습니다. 

삼성 계열사의 자격으로 자리했던 야구단은 KBO리그 출범부터 이름을 지켜온 팀으로 국내 최다인 한국시리즈 17회 진출과 리그 최다 연속인 4년 연속 통합 우승 등 모두 8번 정상에 오른 명문구단입니다. 낡은 대구시민운동장을 떠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며 더 큰 내일을 기대했던 삼성. 하지만, 이후 삼성은 비밀번호와도 같은 순위인 99688을 기록하며 암흑기에 접어들었죠. 2021년 잠시 1위 결정전과 포스트시즌을 치렀지만, 다시 7, 8위를 오가며 하위권 팀의 이미지를 떨치지 못합니다.

삼성이 가졌던 과거의 명성과 비교하면 어울리지 않는 순위를 보이는 삼성라이온즈, 하지만 야구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삼성 스포츠단의 위기에 대해 깊게 알아봅니다.


모든 리그에서 가장 아래 위치한 삼성 스포츠단
2023년 가을 우리 프로스포츠계의 가장 큰 충격, K리그 명문구단 수원삼성의 몰락입니다. 1995년 12월 삼성전자를 모기업으로 창단한 수원삼성, 1996년부터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며 리그 순위표상 위치는 물론 관중 동원에서도 늘 상위권에서 떠나지 않았던 강호였는데요. 리그 우승 4회와 FA컵을 5번이나 차지했고, 리그컵이나 아시아 무대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던 명문구단이었지만, 팀 창단 첫 최하위와 강등을 동시에 경험해야 했습니다.

축구단보다 더 많은 8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남자배구, 삼성화재 역시 추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7년 연속 우승 뒤 2014-15시즌 준우승을 끝으로 챔피언 결정전에서 멀어진 삼성화재, 2020-21시즌 창단 첫 최하위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역시 꼴찌를 차지하며 과거 명성이 무색해진 상황입니다.

농구단의 상황은 더욱 참담합니다. 남자농구 서울삼성 역시 2000년대 2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강호로 자리했지만, 어느덧 하위권이 더 익숙한 팀으로 몰락했습니다. 어느덧 삼성 스포츠단 가운데 이제 꼴찌를 경험하지 않은 건 삼성라이온즈가 유일한 상황입니다.

사진 제공 한국축구프로연맹
사진 제공 한국축구프로연맹
제일기획의 삼성, 돈이 줄었다?
흔히 삼성스포츠단 몰락의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바로 제일기획으로의 이관입니다. 2014년 봄 삼성전자가 주된 운영을 담당했던 수원삼성이 제일기획 자회사가 된 뒤, 농구단과 배구단이 차례로 제일기획 아래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2016년 초 결국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던 삼성라이온즈까지 독립법인에서 제일기획 산하 자회사로 처지가 바뀌었는데요.

아무래도 지배구조의 변화와 계열사 간 위치 이동의 여파는 각 구단의 운영에 있어 유·무형의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투자 규모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지언정, 투자의 자유로움이나 공격성에서는 변화가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와 성적이 직결되는 구조가 익숙한 프로스포츠에서 이런 변화와 맞물려 성적 하락까지 이어진 점은 우연이라 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야구단의 경우는 조금 다른 사정도 있습니다. 과거 FA시장에서 큰손이었던 삼성라이온즈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지만, 다른 구단과 투자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힘든 상황인데요. 지난해 선수단 평균연봉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은 2022시즌 우승팀 SSG랜더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돈의 규모 면에서는 쓸 만큼, 썼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줄어든 건 '투자'가 아닌 '투지'
돈의 규모에서 부족하다 하기 어려운 야구단 사정을 놓고 보면 과연 삼성이라는 이름이 어느 순간 약해진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신생구단들의 유망주 영입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도전자들의 노력이 기존 강팀에게는 부담이 됐다는 지점도 분명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울러, 반복되는 우승과 함께 팀 전력에서 공백이 늘어난 점도 이유가 될 겁니다.

하지만, 삼성이 가을에서 소외된 가장 큰 이유라면 어느 순간 익숙해진 '우승'에서 온 선수단의 투지와 모기업의 의지가 아닐까요? 더 이상 우승이라는 가치에 대해 큰 박수를 보내지 않는 상황에서 선수단의 경기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연하게 우승이 모든 목표가 아니라고 말하는 팀의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모기업에서 관심도 같이 줄어들면서 투자의 힘도 예전과 비교하긴 힘들어졌습니다. 규모는 비슷해도 투자의 과감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을 가진 모기업 오너들의 야구장 방문이 결과로 나타난 다른 팀의 사정에서 삼성의 최근 성적은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데요. 

모처럼 과감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인 야구단은 구단 최초로 외부 인사이자, 선수 출신인 이종열 단장을 선임했습니다. 심지어 전자업계 라이벌 팀인 LG트윈스 출신입니다. 이런 과감한 시도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2024년 삼성라이온즈의 성적표는 어쩌면 삼성스포츠단 전반에 가치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지 모릅니다.

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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