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월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여러 언론에서는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지, 왜 사과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드러난 일의 숨은 가닥을 살펴 옳은지 그른지를 살피는 일 혹은 이들의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살펴 그 앞뒤의 체계가 맞는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을 사리분별이라고 합니다.
가르거나 나눠서 구별한다는 뜻이 '분별'입니다.
나눌 수 있는 힘과 나눠서 그 차이를 인식하는 힘을 ‘분별력’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분별력은 구분력과 식별력이 합쳐진 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언론을 도배하는 각종 의혹과 녹취록 내용을 듣고 있으면 거기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리분별이 엉터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분별은 겉과 속을 나누기도 하지만, 일의 선후를 가리키는 앞뒤를 나누기도 합니다.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으로 나누기도 하고, 짐작하는 것과 실재하는 진실로 나누기도 합니다.
난마처럼 얽힌 일에 대한 사리분별이 지금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선동”이라고 단언한 것을 보면, 분별의 힘은 사라지고 편견과 차별의 폭력을 부를 수 있는 씨앗인 분별심만 가득한 한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