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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겨울나기 준비해야 할 때가 지났는데···" 고온에다 잦은 비로 절반 이상 죽은 묘목


'입동' 무렵이면 겨울나기 준비로 바쁜 묘목 농가
'경북 경산시'라고 하면 대추를 많이 떠올립니다만, 묘목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해마다 재배 면적과 재배량이 달라져서 경북 경산시의 담당 부서에서도 정확한 수치 집계는 힘들다고 합니다만, 대체로 전국 묘목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농가는 500여 개, 재배 면적은 600헥타르 정도가 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2007년에는 경산시 하양읍과 진량읍 등지가 종묘 산업 특구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해마다 '입동' 무렵이면 경산의 묘목 농가들이 겨울나기 준비로 바빠집니다.

그해 봄에 밭에 심어놓은 묘목 가운데 밭에서 겨울을 나기가 힘든 묘목을 캐내서 저온저장고로 옮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건강한 상태로 봄에 판매할 수 있는 거죠.

2024년 입동은 11월 7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입동'이 지났는데도 묘목을 캐내는 농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입동이 지났으니까 묘목 농가가 매우 바쁘겠구나 싶어서 경북 경산시 담당 부서 관계자에게 문의를 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서둘러 약속을 잡고 묘목을 심어둔 밭으로 향했습니다.

2년 전쯤 가뭄·월동 준비와 관련해 취재하러 갔던 묘목 농가인데, 농사를 짓는 규모가 꽤 큰 편에 속한 곳입니다.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밭에서는 겨울을 나기 힘든 무화과 묘목을 캐내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봄부터 땀 흘려 키운 만큼 동해를 입기 전에 캐내 저온저장고로 옮겨야 하는데, 작업이 예년보다 적어도 열흘은 늦었다고 했습니다.

이광열 00 농원 대표 "2024년 가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좀 따뜻했고요. 가을비가 잦아서 묘목이 계속 생장하고 있는 과정이라서 잎도 늦게 떨어지고 그래서 굴취 작업이 좀 늦어진 것 같습니다."

"이게 처음입니다. 다른 묘목은 아직 캐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화과 묘목 바로 옆에 심어 키운 석류 묘목은 아직 굴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잎이 떨어져야 굴취를 하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싱싱한 잎이 빼곡히 달려 있었습니다.

박철호 경산시농업기술센터 종묘연구팀장 "잎에 있는 영양분을 가지에 다 주고, 잎이 떨어지고 난 다음에 저장해야지 나무가 월동을 잘할 수 있고 이듬해 봄에 심어도 생육이 정상적으로 잘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날씨가 너무 좋아 버리니까 잎이 안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광열 00 농원 대표 "무화과 같은 경우에는 서리를 강하게 맞으면 동해를 쉽게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일단 무화과 묘목부터 캐고 있는데 다른 묘목은 잎이 저렇게 많이 달려 있어서 아직 캐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장기간 계속 잎이 안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약제 처리를 해서 잎을 빨리 떨어뜨려서 묘목에 수액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도 있는데 예전에는 그렇게까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이런 기후가 계속된다면 2025년부터는 약제 살포를 할 생각도 있습니다."


접목한 묘목의 절반 이상이 죽었는데···살아남은 묘목조차도 캐내지를 못하고 있다고?
겨울나기 준비, 이른바 굴취 작업을 시작도 하지 못한 농가도 있다고 해서 경산의 또 다른 밭을 찾아가 봤습니다.

그런데 이 밭은 농사를 잘 모르는 기자가 얼핏 보기에도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봄에 접목해서 정성스럽게 키웠지만 감나무 묘목의 절반 이상이 죽어 밭 여기저기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농민은 한해 내내 극성을 부린 고온에 잦은 비 등 이상기후의 영향이 결정타였다고 했습니다.

김경로 00 농원 대표 "지금이야 제가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지만 처음에는 진짜 절망적이었습니다. 원인은 제가 봤을 때 기후변화가 제일 큰 것 같습니다. 특성상 감이나 복숭아 품종은 물을 많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비가 많이 오니까 말라야 하는데 마르지 못하고 계속 물이 있으니까, 뿌리부터 썩어 올라가니까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죽게 된 경우죠."

그나마 살아서 남아 있는 감나무 묘목이라도 건져야 하는데,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아 캐내지도 못한 채 발을 구르고 있었습니다.

김경로 00 농원 대표 "보시다시피 잎이 아직 푸르지 않습니까. 원래는 지금쯤이면 잎이 다 떨어져서 가지만 남아 있어야 하는데요. 날씨가 아침에는 추웠다가 오후에는 따뜻하다 보니까 얘가 아직 겨울이 안 됐나? 생각하고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있는 상태거든요. 굴취를 해야 하는데 지금 좀 걱정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갑자기 확 추워질까 봐."

갑자기 추워지면 안 되는데 이 상태로 캐면 건강하지 못한 나무가 될 게 뻔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상기후의 여파가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할 들녘의 모습까지 바꿔놓으며 농민들의 마음을 타들어 가게 하고 있었습니다.

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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