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통합을 공식화한 지 100여 일 만이고, 지난 2019년 이후 두 번째입니다.
시군 권한과 통합 청사 문제 등의 핵심 쟁점에서 발목이 잡힌 건데요, 시장과 도지사의 정치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과 함께 혼란과 갈등만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입니다.
박재형 기자입니다.
◀기자▶
1995년 민선 자치제 출범 이후 광역자치단체 간 첫 통합 사례를 기대하며 숨 가쁘게 달려 온 100여 일.
정부 지원까지 받으며 순항하던 행정 통합은 시도 권한과 통합 청사 문제라는 암초를 만나 삐걱대다가 결국 좌초하고 말았습니다.
8월 27일 통합 무산을 선언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28일도 SNS에 "경북지사가 통합 추진을 더 할 생각이 있다면 경북도 의회부터 설득하라"며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 TK 통합 논의가 무산된 것에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실낱같은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통합 무산을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통합 논의를 중단 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시도 간 입장차가 워낙 크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한반도 제2 도시 도약', '완전한 자치분권과 균형 발전'이란 비전을 내세우며 양 시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행정 통합 추진이 중단된 이유는 뭘까?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시군의 권한 문제 같은 핵심 쟁점에서 합의하기 어려운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대구시는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대구 중심으로, 경북도는 '자치권 강화'를 위해 도내 시군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맞선 겁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8월 20일 기자간담회)▶
"대구·경북의 핵심 도시는 대구입니다. 경상북도가 옛날에 대구시에 있을 때 대구가 중심으로 경상북도가 발전해 왔어요. 억지로 북부를 중심으로 하려고 덤비니 그게 납득이 되겠냐 이 말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8월 27일 경북도의회 본회의)▶
"시군을 축소하면 누가 협조를 해주겠나, 그리고 더 큰 대구를 만들고 북부 지역에 하나 조금, 동부에 조금 이렇게 만들면 이거 경북 사람들이 누가 협조하겠나?"
시도민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통합 합의 시한을 못 박아두는 등 시간에 쫓겨 급히 추진한 점도 통합 불발의 원인입니다.
경상북도의회와 북부권의 강한 반발을 설득하지 못한 것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지난 2019년과 달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고도 통합이 물거품이 된 것은 두 단체장이 첨예한 이견을 조율할 만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추진이 행정 통합 무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금수 사무처장 대구참여연대▶
"홍 시장이 그 (합의) 시한을 마음대로 정 해놓고 일방적으로 한 거거든요. 전체가 어떤 자치의 절차에 위배되는 어떤 일방 독주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을 홍 시장이 져야 한다."
2026년 7월 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했던 대구시와 경상북도.
수도권 일극 체제를 벗어나 지방균형발전을 이루고 소멸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를 달성하기는커녕 지역 갈등만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MBC 뉴스 박재형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화면 출처 대구시정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