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에서는 대마가 80년 넘게 마약류로 묶여 있었지만, 최근 대마의 의학적 효능이 입증되면서 의료용 대마인 '헴프'를 전면 합법화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대마는 마약'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관련 법도 요지부동입니다.
국내 기업들이 대마에서 뇌전증 치료제 원료를 추출해 정제하는 기술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관련 규제 완화가 시급해 보입니다.
김경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미국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대마를 민간 치료에 활용하며 널리 재배해 왔습니다.
하지만 환각성분이 많은 대마, 즉 마리화나가 1937년 법으로 금지되고, 1970년엔 1급 마약류로 분류되면서, 의료용 대마, 즉 헴프까지 모두 재배가 금지됐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인 2012년, 콜로라도주가 헴프를 다시 합법화하자, 대마 규제 완화 움직임은 미국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했습니다.
◀원디라드 제브루 콜로라도주 농무부▶
"콜로라도주는 미국 주 가운데 최초로 헌법 개정을 통해 헴프를 허용하고, 합법화했습니다."
급기야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헴프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정광목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캠퍼스 교수▶
"2018년에 THC(환각성분)가 0.3% 이하 함유된 칸나비스(대마) 식물인 헴프, 주성분은 칸나비디올(CBD)이 되겠죠. 2018년에 이 헴프에 대해서는 완전히 합법화가 됐습니다."
모두 헴프의 약용성분 CBD 때문이었습니다.
◀피오멜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캠퍼스 교수▶
"CBD가 특정한 간질 치료에 유효하다는 유력한 증거가 나오게 됐고···"
법이 열리면서, 대마 연구에는 매년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채드 키니 콜로라도 주립대 대마연구소 교수▶
"초기 회계연도(2016년)에 90만 달러가 지원됐고, 다음 해에는 180만 달러로 증가했어요."
◀제프 스미스 콜로라도 주립대 대마연구소 교수▶
"콜로라도주 정부는 우리가 수행하는 과학적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우리는 자금을 어느 곳에 제공할 것인지 결정합니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마 관련 법을 완화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무려 반세기 동안 대마를 마약류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2년 전, 경북이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며 대마의 산업화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지만, 정작 특구 참여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박현제 유한건강생활 천연물연구소장▶
"안동에 (헴프) 규제자유특구도 있고, 마약류 학술연구를 통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업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은 전혀 없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대마에서 99.9%의 고순도 CBD를 추출하는 기술력을 확보했지만, 소아 뇌전증 치료제와 같은 의약품으로 활용할 길은 현재로선 없습니다.
◀박상혁 콜로라도 주립대 대마연구소 교수▶
"과학자로서 연구를 6년 이상 했지만 이곳에서도, CBD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부작용이 없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방법도 알고, 추출도 너무 잘하는데 이걸 그냥 해외에 수출하거나 사장하기에는 정부에서 들어간 돈도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고요."
국내 마약류 관리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사이, 소아 뇌전증 환자들은 치료제 구입에 매달 160만 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박상혁 콜로라도 주립대 대마연구소 교수▶
"정말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너무 많잖아요. 이분들은 목숨이 걸린 일인데, (정부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면 안 될 것 같고. 만약에 정부가 주도를 해서 검증된 CBD 제품이 나오면 단돈 1만 원, 2만 원이면 그분들 삶의 개선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분들은 정말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대마 규제를 담당하는 식약처가 오는 2024년까지 마약류 관리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최근에서야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완화 범위는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경철입니다. (영상취재 임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