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고발하는 콘텐츠는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마련입니다. 요즘은 유튜브나 OTT에서도 이런 시사 콘텐츠를 방송하지만 예전에는 공중파 TV에서밖에 볼 수 없었고, 그만큼 파급력도 컸습니다. 카메라 출동, 1분 출동, 카메라 산책, 카메라 초점 등 프로그램 이름도 다양했었는데요, 하지만 고발성 뉴스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훈훈하고 따뜻한 뉴스도 발굴됐는데요, 1985년 대구의 한 대학교 앞 경양식집은 밤 11시가 넘으면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으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대구시 대명동 계명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어느 경양식집입니다.
지금 시간이 저녁 7시 30분. 학교 수업을 마치고 나온 남녀 대학생들이 이곳 스낵코너를 찾아서는 서로 정다운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을 벌이기도 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은 다시 밤 11시 15분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음악 소리가 나고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느라고 약간은 시끌벅적하던 그 장소입니다마는 분위기만은 그 분위기가 아닙니다.
음식 그릇과 술잔이 놓여있던 테이블마다에는 책을 펼쳐둔 대학생들이 가득 자리를 메우면서 이제는 책장 넘기는 소리와 숨소리만이 고요한 실내의 정적을 깨고 있습니다.
식당 주인
"중간고사 때 학생들이 저희 업소에 찾아와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녁 시간에 노는 시간을 비워놓는 것보다는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으면서 뭔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방법이 없느냐, 생각 끝에 이것을 하게 됐습니다"
마이 홈 스낵코너의 주인 박 씨는 공부방으로 개방하는 기간 동안 학생들과 같이 밤을 새우면서 시장기를 느끼는 학생에겐 컵라면을 손수 끓여주고 조는 학생을 일일이 흔들어 깨웁니다.
학생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거하고 똑같죠. 집에서 하는 것보다 능률적이고 좋은 것 같아요"
학생
"좀 색다른 분위기니까요. 좀 잘 되는 것 같아요, 공부가"
비록 시험 기간 동안이지만 대학생 고객들을 위해서 밤새 무료 공부방으로 개방되는 이곳 스낵코너에서 우리는 영업 관계를 떠나 한 가게 주인과 대학생 간에 오가는 흐뭇한 인정을 피부로 느껴봅니다.
카메라 초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