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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강변마다 우후죽순 파크골프장…환경 파괴 논란


◀앵커▶
최근 파크골프가 노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자치단체마다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습니다.

주로 파크골프장이 강변을 따라 우후죽순 생기다 보니 자연환경 파괴 논란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양관희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대구의 한 파크골프장 공사 현장에서 수달 등 법정보호종이 발견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요.

◀기자▶
대구 북구청은 사수동 금호강변에 2022년 10월부터 파크골프장을 짓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곳에서 최근 법정보호종이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환경단체가 공사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2월 20일부터 23일 사이 연달아 발견된 겁니다.

우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이 늦은 오후 금호강변에서 서성이더니, 밤에는 수달 두 마리가 먹이를 찾아 나서는 장면이 포착됐고요.

멸종위기종 2급인 삵도 카메라에 또렷하게 잡혔습니다.

이 카메라에 야행성 동물인 너구리도 관측됐습니다.

취재진이 해당 장소에 가보니 수달과 삵, 고라니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고 이들의 배설물도 있었습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 발견되기 때문에 이 일대가 법정보호종 서식처인 게 명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환경단체가 해당 서식지를 지켜야 한다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자 환경 당국이 나섰다고요.

◀기자▶
해당 파크골프장 사업 승인 전 절차인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보면, 북구청은 '법정보호종 서식이 확인될 경우 보호 대책 수립 뒤 공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지방환경청은 2월 북구청에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북구청은 3월 초 야생생물 보호 대책을 제출해 현재 국립생태원 등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면적 10만㎡에 36홀 규모로 짓는 파크골프장 공사는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환경단체는 공사 규모를 30% 줄이고, 수달과 삵을 위한 서식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공사를 하되 규모를 대폭 줄여서 하라는 것"이라며 "인간과 야생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 조성 중인 파크골프장 주변 10km 이내에는 이미 파크골프장이 9곳 있는데요.

그래서 불필요한 사업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대구 북구청은 "환경친화적으로 공사하려고 대구환경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대구에는 파크골프장이 25곳, 513홀로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앵커▶
심지어 일부 자치단체는 법을 어기고 허가 없이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다가 최근 적발됐다고요?

◀기자▶
대구 달성군 강창교 파크골프장은 2022년 11월,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원상회복 명령을 받았습니다.

2010년 18홀, 12,000㎡ 규모로 만들어졌지만 하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역시 달성군시설관리공단이 위탁운영 하는 대구 달성군 하빈 파크골프장도 폐쇄됐습니다.

하빈 파크골프장은 2018년, 21,000㎡ 규모로 조성됐지만, 여기도 허가받지 않았는데요.

게다 이 파크골프장은 애초에 지을 수 없는 부지에 만들어졌습니다.

근처에 고령 취수장이 있어, 잔디 관리용 농약이나 비료로 인한 오염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이 하빈 파크골프에 가봤는데요.

창고에서 농약병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 두 곳을 포함해 달성군 4곳, 동구 1곳 파크골프장이 허가 없이 조성돼 원상회복 명령을 받았습니다.

강 옆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이 10,000㎡ 이상이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낙동강유역환경청에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어긴 겁니다.


◀앵커▶
환경 당국이 앞으로 파크골프장 허가를 까다롭게 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요?

◀기자▶
주로 파크골프장은 강변에 조성되고 있습니다.

강변은 대체로 국유지라, 국가로부터 하천 점용 허가를 받으면 손쉽게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경상도 지역 하천 점용 허가를 내주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앞으로 허가를 까다롭게 내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하천은 전체 국민이 사용해야 하는데 파크 골프를 치는 일부만을 위한 장소로 바뀔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대구시의 파크골프장 확충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구시는 금호강 둔치에 파크골프장 4곳을 더 지으려 했습니다.

대구 파크골프장은 모두 25곳, 이 가운데 낙동강과 금호강 수계에 24개가 밀집해 있는 상황입니다.

낙동강과 금호강 수계에 우후죽순 생기는 파크골프장에 환경 당국이 제동을 걸지 주목됩니다.

양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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