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시민들이 대구시 정책에 참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책토론 청구 제도가 있습니다.
대구에서 가장 먼저 조례로 제정해 도입한 뒤 전국으로 확대됐는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이 제도가 개정됐습니다.
대구시는 다른 지역 기준과 맞추기 위해서 정책토론을 열기 위한 청구인원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래서 취재진이 전국의 시행 현황을 살펴봤더니, 대구를 제외하고는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드러났습니다.
조재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책토론 청구 제도는 2008년 대구에서 처음 도입돼 서울과 대전 등 10개 광역 시도로 확산했습니다.
실제 시행은 어떻게 되고 있는데 정보공개 청구로 현황을 받아 분석해 봤습니다.
2011년 제도를 도입한 서울에서 1번, 2017년 도입한 제주에서 2번 열렸을 뿐 나머지 시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대구만 21번으로 시민들의 정책 토론이 가장 활발했습니다.
대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시행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한 겁니다.
왜 그럴까?
정책토론을 열기 위한 청구 인원이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납니다.
광주와 충북이 300명으로 가장 적고 대전, 세종, 전남, 제주 500명, 전북 1,000명입니다.
서울과 경기가 5,000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대구는 300명으로 가장 적지만 개정으로 1,200명, 4배나 많아져 전국 3번째가 됐습니다.
청구를 하려면 실거주지 확인 등을 위한 개인정보를 기입해야 합니다.
관심이 집중된 현안이 아니면 정책토론을 열기 위한 청구인 수 채우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정책토론 시행 지자체 관계자▶
"(정책) 필요성에 의해서도 좀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일반 시민들이 쉽게 관심이 가고 이해가 되는 부분들은 참여를 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아요."
정책토론 청구제도는 주요 정책에 시민들의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가장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곳이 대구인데, 대구시는 유명무실한 다른 지역이 마치 정상인 듯 설명합니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 (5월 1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정책토론을 조례만 만들어 놓고 안 하는 곳이 전부 다입니다. 정책토론 청구제도가 활성화된, 21건이나 한 곳은 대구밖에 없다, 다른 지자체는 아예 시행이 안 되는 정도로 하는데… 그런 부분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정상화하는 게 맞겠다."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에도 청구 인원은 300명에서 1,200명으로 4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대구시의회가 개정해 통과했고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대구시가 궤변으로 정책토론제도를 왜곡하고 불통의 연속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주민참여, 시민참여를 완전 봉쇄하는 개악이라고 보이고요. 대구시 논리대로 한다면 '정책토론 청구가 활성화되는 것이 비정상이다.' 이런 황당한 논리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민들의 쓴소리를 전혀 듣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대구는 정책토론 청구 제도를 가장 먼저 만들었을 뿐 아니라 가장 활발하게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유명무실하게 운영하는 다른 지역을 따라 청구인 수를 대폭 늘리면서 시민들의 정책 참여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MBC 뉴스 조재한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