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민들이 대구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토론 청구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시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이 제도의 문턱을 높이는 결정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봅니다.
권윤수 기자, 정책토론 청구제라는 게 시민들이 토론회를 열자고 대구시에 제안할 수 있는 제도죠?
◀기자▶
지난 2008년 대구시는 전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정책토론 청구 제도 조례를 제정했는데요.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사안을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많은 시민이 모여 생각을 모으고 토론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제도입니다.
정책토론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민주사회를 실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국에서도 대구시가 선도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는데요.
도입했을 때는 시민 300명 이상만 서명하면 토론회를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뒤 대구시는 지난 3월 정책토론 조례를 바꾸겠다고 입법 예고했습니다.
청구 가능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고 청구인 수는 3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청구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도, '최근 6개월 이내 토론회 개최'에서 '1년 이내 대시민토론회, 공청회, 설명회' 등으로 대폭 확대했고, '사무처리 종료 2년 지난 사항'도 신설해 넣었습니다.
정책토론 청구가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오히려 대구시는 시민 참여가 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대구시가 제안한 대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습니까?
◀기자▶
조금 수정은 있었습니다.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청구인 수가 입법 예고한 1,500명에서 1,200명으로 수정됐고, 5월 4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처음 도입했을 때 '300명'보다 청구인을 4배 이상 더 모아야 토론회가 가능해진 겁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책토론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7월 편입하는 군위군의 경우 각종 문제가 제기돼 정책토론을 하려 해도 군위군 총인구의 최소 5.5%가 동참해야 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대구에서는 제2 대구의료원 필요성이나 아동 급식, 발달장애인 시민권 보장 등의 안건으로 연간 한두 건의 정책토론이 열려왔는데요.
정책토론 청구인 수와 제외 대상을 늘리면서 시민들이 대구시 정책에 참여하는 길은 더 좁아지게 됐습니다.
◀앵커▶
또 4일 본회의에서는 한 의원의 5분 발언이 주목받았다고요?
◀기자▶
대구시 북구 김재용 시의원의 5분 발언이 이른바 '핵사이다' 발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김 의원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시정은 요동치고 시민은 술렁이고 있다"고 5분 발언의 포문을 열었는데요.
"시 정책 방향은 대구 전역을 지뢰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김재용 대구시의원의 말 들어보시죠.
◀김재용 대구시의원▶
"대구시민들은 시장님이 또 어떤 말을 하실까 불안해하고, 꺼내신 말마다 갈등만 유발한 채 대구를 갈기갈기 찢어 놓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이 이렇게 말한 건 최근 대구 북구에서 추진되던 사업이 줄줄이 엎어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자리에서 현대화사업이 추진 중이던 대구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홍 시장이 취임해 달성군으로 이전을 결정했고요.
대구시 산격청사 자리에 짓기로 했던 국립 근대미술관과 뮤지컬 콤플렉스마저 달성군에 짓기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김재용 대구시의원입니다.
◀김재용 대구시의원▶
"행정에 대한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졌습니다. 이미 확정된 재건축을 뒤엎어 버리면서도 단 한 번도 지역 주민이나 상인과 소통하지 않는 시장님의 이런 일방통행식 정책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시민과 소통하지 않으면 실행 단계에서 저항에 부딪히고, 완료되더라도 후유증은 수십 년에 걸쳐 시민을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시장의 말처럼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가지만 우리는 사람이고 싶다"는 말로 5분 발언을 마쳤습니다.
홍 시장은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들었는데요.
김 의원 발언이 끝나자,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습니다.
김 의원 말고는 대구시를 향한 따가운 지적이나 비판을 찾아보긴 힘들었습니다.
대구시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의회는 거수기란 오명을 벗지 못한 채 300회 임시회를 끝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