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시민들이 대구시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토론 청구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구시의회가 5월 4일 이 제도의 문턱을 높이는 결정을 했습니다.
정책토론을 열기 위한 청구인 수는 4배로 늘리고, 정책토론을 할 수 있는 대상도 줄이는 쪽으로 조례를 개정한 건데요.
시민이 정책토론에 참여하기는 그만큼 어려워졌습니다.
보도에 조재한 기자입니다.
◀기자▶
대구시는 지난 3월 정책토론 조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청구 가능 연령을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추고 청구인 수는 3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렸습니다.
청구 대상 제외 이유도 최근 6개월 이내 토론회 개최에서 1년 이내 대시민토론회, 공청회, 설명회 등으로 대폭 확대했고 사무처리 종료 2년 지난 사항도 신설해 넣었습니다.
정책토론 청구가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는데, 대구시는 시민 참여가 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
"청년 참여를 확대하고 시민의 대표성을 강화해 시정에 대해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한 것이오니"
의원들은 소통을 강조해 온 홍준표 대구시장의 행보와도 맞지 않고 시민 참여가 제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김대현 대구시의원▶
"시장님의 이런 행보와 이번 조례 개정은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일부 시민들께서는 어떻게 보면 '너무 갑자기 올리는 게 우리 제대로 못 하게 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청구인 수가 입법 예고한 1,500명에서 1,200명으로 수정됐고 본회의까지 통과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정책토론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위군의 경우 오는 7월 편입과 각종 문제가 제기돼 정책토론을 하려 해도 군위군 총인구의 최소 5.5%가 동참해야 해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남은주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전국에서 가장 소수자의 목소리, 다양한 목소리,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탄압하고 나아가 제도적으로 앞으로도 못하게 하는 행태들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정책토론 청구는 2008년 대구가 시정혁신을 위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는데, 의회마저 집행부 견제가 아닌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시민들의 쓴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집행부와 대구시의회가 야합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책토론청구제도가 도입되고 대구에서는 제2 대구의료원 필요성이나 아동 급식, 발달장애인 시민권 보장 등의 안건으로 연간 한두 건의 정책토론이 열려왔습니다.
하지만 정책토론 청구인 수와 제외 대상을 늘리면서 시민들이 대구시 정책에 참여하는 길은 그만큼 더 좁아지게 됐습니다.
mbc 뉴스 조재한입니다. (영상취재 이승준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