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구·경북에서도 굳게 잠긴 검찰 예산 '빗장 풀기'
검찰의 예산 정보 '빗장'을 푸는 작업을 대구·경북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검찰 예산은 수십 년 동안 굳게 잠겨 있었는데, 뉴스타파와 시민단체 3곳이 협력해 예산 자료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검찰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이긴 이후 전국으로 확인 작업이 한창입니다.
대구·경북도 함께 하는데, 7월부터 뉴스민이 공동 취재 언론사로 참여했습니다. 부산은 부산MBC, 경남은 경남도민일보, 충북은 충청리뷰, 인천은 '뉴스하다'가 합니다. 서울과 경기에서 공동 취재사가 없는 곳은 뉴스타파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협업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검찰의 비밀 금고를 엿본다는 뜻도 있고, 특종이나 단독을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사가 욕심을 버리고 방대한 자료를 같이 검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은 검찰청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하며 10곳이 있습니다. 서부, 안동, 경주, 김천, 상주, 의성, 영덕, 포항까지 지청이 8개이고, 대구에 대구고등검찰청과 대구지방검찰청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뉴스민이 공동 취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검찰청을 찾아가 자료를 받아야 하고 일도 많습니다. 확인할 검찰 예산은 특수 활동비와 특정 업무 경비, 업무추진비의 세부 집행 내역과 지출 증빙자료입니다. 뉴스타파 등의 소송으로 검찰이 공개해야 할 자료는 2017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6년 4개월 치입니다. 이 가운데 우선 받은 것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자료입니다.
과거 보도를 살펴보면 지난 2017년,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식사 자리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돈 봉투를 건넨 적이 있습니다. 한 봉투에 70만 원에서 1백만 원까지 검사들끼리 '격려금'이라며 주고받은 돈의 출처는 '특수 활동비'였습니다.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특활비를 둔 정치적 공방도 가열됐습니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2020년 11월) "검찰총장의 쌈짓돈으로 돼 있는 것이 거의 한 50억 원에 이르는 것 같아요. 한 번도 법무부에 보고한 바가 없습니다."
시민단체가 특활비 내역 공개를 청구했지만, 검찰은 '수사 기밀'이라며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1심부터 3심까지, 대검의 특활비 내역 대부분과 중앙지검 내역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개 대상은 2017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재직 시절도 포함됐습니다. 판결이 확정되고 시민단체가 판결을 지키라고 내용증명을 보내고도 두 달이 지나서야 검찰은 내역을 공개했습니다. 분석하기 좋게 파일 형태로 요청했지만, 검찰은 상자로 10개, 대검 9천 9백여 쪽, 중앙지검 약 6천8백 쪽, 총 1만 7천 쪽 정도를 복사해 제공했습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 대표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세금을 어떻게 썼는지를 검증을 받아야 되는 보통의 행정 기관이라는 게 이 박스 통해서 저는 증명이 됐다고 봅니다."
제공된 건 일단 6개월 치인데, 검찰은 특활비 자료 원본이 종이여서 파일로 제공 못 했다며 계속 복사해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시민단체는 엉뚱한 데 쓰인 특활비는 없는지 분석에 착수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경북에서 규모가 작은 언론사에 속합니다. 평소 취재에다 검찰 예산 정보를 검증하게 되면서 더욱 시간적 여유 없이 빠듯해진 상황입니다.
김보현 뉴스민 기자 "결국 저희가 하고자 하는 게 검찰의 특수 활동비의 내용의 투명성과 오남용을 막기 위함인데, 그렇게 하려면 그동안 어떻게 사용돼 왔는지를 분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이걸 다 엑셀로 일괄적으로 볼 수 있도록 작업한 다음에서야 분석을 할 수 있는 거죠"
검증이 더 어려운 이유는 자료가 방대한 데다 검찰이 보여주기 싫은 정보는 가리는 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검찰청 관계자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낮에는 원래 업무를 하고, 밤에는 정보공개 자료 준비를 한다고요. 여기서 말하는 '자료 준비'란 가리는 겁니다. 그래서 각 지역 검찰청은 자료를 쪼개서 공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영수증 원본을 보관하다 보면 잉크가 휘발된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판독 불가능한 영수증에 대한 원본 대조도 해야 해서, 한동안 뉴스민은 대구·경북 이곳저곳의 검찰청을 수시로 드나들어야 할 처지입니다.
검찰 특활비 집행은 보통 기관은 생각해 볼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데, 관련 정보도 다른 기관들에 비해 불투명합니다. 뉴스민이 대구·경북 공동 취재사로 참여해 검증을 하게 될 특활비는 매달 초마다 전국 검찰청으로 정기 지급되는 정기 지급분 80억 원의 최종 사용처를 쫓는 작업입니다. 현재까지 뉴스민은 대구·경북 10개 검찰청 중 8개 검찰청에서 자료를 받아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자 파일로 공개 요청하고, 전자 파일로 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검찰청이 굳이 복사본으로 제공한다고 하니, 그 자료를 수령해 분석을 위한 정제 작업을 하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검찰 특활비 등을 들여다보는 것은 앞으로 언론과 시민단체가 감시할 대상에 꼭 검찰이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보도 자료만 받아쓰는 불편한 권력기관이 아니고, 대구시나 구·군청을 감시하듯이 검찰을 제대로 감시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시민은 검찰을 특수하다고 생각해 왔고 특수한 권력기관이라고 여겨왔지만 이젠 아닙니다. 행정기관이고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 자리매김한 겁니다.
② 소싸움 적자 350억 쌓아두고 '이상한 성과금'
청도 공영사업공사가 '이상한 성과금'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동안 코로나 대유행으로 계속 적자가 나다가 앞으로는 경영이 나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나아질 경영 상태에 따라 기관장에게 거액의 성과금을 주겠다는 겁니다.
청도 공영사업공사는 청도소싸움경기장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가 나서 지난 10년간 영업 적자가 350억 원입니다. 설립은 2003년인데, 운영 20년을 넘겼습니다. 적자가 쌓여 왔다는 것을 보면 운영은 미흡했다고 보면 됩니다.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방공기업 경영실적 평가에서 3년 연속으로 최하 등급을 받았습니다.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해당 기관의 기관장을 포함한 임직원이 평가급을 받지 못하고, 연봉 삭감 대상에 오릅니다. 기관장을 해임해도 됩니다. 그런데도 청도군은 2022년 공사 사장과 새로 특별 성과금 계약서를 쓰는데, 사실상 '수억 원의 특별 성과금'을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언급하는 청도 공영사업공사 사장은 박진우 사장으로 2021년 2월 취임했습니다. 경영실적 평가 3년 최하 등급을 받은 2020년, 2021년, 2022년 중 2년의 경영을 박 사장이 했습니다. 경영을 잘했다고 할 수 없겠죠. 박 사장이 취임한 후 부당 채용, 부당 해고 같은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김하수 군수와 쓴 계약서를 보면 특별 성과금 조항이 있습니다. 이전 계약서는 없는 내용으로 특별한 성과를 내면 성과금을 가져가는데, 성과는 '전년 대비 매출 총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총량이 늘면 증가한 액수의 5%를 성과금으로 챙깁니다. 여기에다 또 다른 특별 성과금이 있습니다. 당기순이익을 내면 순익의 2%를 받는다는 겁니다.
지금 논의하고 있는 청도 소싸움장은 지난 몇 년간 팬데믹으로 경영이 최악이었을 테고, 그렇다면 앞으로는 당연히 경영 실적이 좋아지는 것만 남은 상황인데 여기에 거액의 성과금을 준다는 것입니다. 소싸움경기장 매출 총량은 코로나 19 영향으로 2020, 2021년이 줄어든 걸 고려하면 2022년 이후부터는 늘어남이 자명합니다. 공사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299억, 2019년 293억에서 매출 총량은 2020년 277억, 2021년 257억으로 줄었고, 2022년엔 300억까지 늘었습니다. 매출 총량 상한금액을 50억 원으로 제한하긴 했지만, 2021년 대비 2022년에 매출 총량이 43억 원 늘어난 것을 기준으로 하면, 2억 원이 넘는 특별 성과금이 확보되고 상한선인 50억 원까지 증가하면 최대 2억 5천만 원까지 받습니다.
당기순이익은 매출 적자가 나도 청도군 보조금 수익만 늘면 달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손실이 났던 당기순이익은 2022년 약 13억 원 확인되어서 특별 성과금은 2,600만 원가량입니다. 해마다 손실이 나던 당기순이익이 2022년 흑자로 전환된 건 역시 군 보조금 지원 덕이었습니다. 2022년 공사는 자체 사업에 따른 영업 손실이 33억 원에 달했지만 청도군이 44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하면서 흑자 전환했습니다.
청도 소싸움장이 문을 연 것이 2011년이고, 그 사이 해마다 적자가 나 손실이 350억 원이 넘는데, 갑자기 전년도 매출을 따져서 튀어나온 특별 성과금이 적절하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하수 군수가 당선된 이후 인수위원장을 맡은 사람이 박진우 사장입니다. 보상이 있으면 책임도 있어야 하는데, 계약서가 한쪽에만 무게를 뒀다는 얘기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안이한 공사 운영에도 기관장에게 거액의 성과금이 지급될 수 있는 기이한 구조가 드러나면서 결국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뉴스민 이상원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