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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특혜로 얼룩진 대구형 공공 배달앱 대구로


대구형 공공 배달앱 대구로는 배달앱의 과다한 중개수수료로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출범 후 약 2년이 되어가지만 이용률이 저조하고 운영 업체에 특혜를 준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맹점에서 내는 중개수수료가 2%로 민간 배달앱보다 70% 이상 싸지만 이용자가 거의 없다 보니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민간 배달 앱들은 가격 할인 쿠폰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격 할인 쿠폰 제공에 드는 비용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높은 중개수수료 등에서 나온 수익으로 충당하며 이용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낮은 중개수수료로 가맹점을 모으는 '대구로'는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할인 행사 등을 위해 대구시로부터 절반 정도를 지원을 받고 있지만 한계가 많습니다. 예산 지원이 있으면 이용이 다소 늘다 가도 예산이 바닥나고 할인 행사마저 못 할 때는 이용자가 급감하는 게 현실입니다.

대구로 가맹 업주 "대구로는 거의 안 와요. (할인 행사 때보다)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배달이 지금 많이 죽었다고 그러는데 대구로는 거의 죽은 것 같아요. 대구로 같은 경우에는 아직까지 어렵게 깔아놔도 나한테 이득이 없으니까 그걸 안 해요. 대구로도 구독(할인 행사) 같은 거 그런 걸 해야죠. 배민(배달의 민족)과 똑같이 가야죠. 잘 되는 회사를 보고 자꾸 따라 해야죠"


꾸준히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예산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대구시는 대구로가 출범한 2021년 8월부터 지금까지 회원 가입 쿠폰과 재주문 쿠폰, 행복페이 할인 등의 명목으로 60억 4,65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대구시가 지원하기로 협약했던 22억 원보다 3배 가까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도 중소 상인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도움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구로 관계자 "아직 저희가 배민(배달의 민족) 같은 공룡을 상대하기에는 어리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지금 개별적이긴 하지만 내년 사업비를 좀 더 투자를 해서 좀 진행을 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대구로가 공공 배달앱으로 개발됐지만 플랫폼 소유권은 대구시가 아닌 민간 업체에 있습니다. 공공 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무턱대고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소유권을 가진 특정 플랫폼 회사의 기업 가치만 키워준다는 특혜 논란 때문입니다.

생활플랫폼 확대하면서 공모 절차 거치지 않고 대구로 운영 업체에 '특혜'
공공 배달앱에 대한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중개수수료를 민간 배달앱보다 크게 낮춰주는 만큼 대구시와 같은 자치단체에서 예산으로 홍보비 등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할 경우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성이 담보되어야만 합니다. 시민들의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죠.

하지만 대구시는 묻지도 따지지 않고 대구로 운영 업체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대구형 공공 배달앱인 대구로가 출범한 지 1년 2개월 뒤인 2022년 10월 말이죠, 대구시는 '대구로'를 전통시장 장보기와 꽃 배달 서비스, 택시호출 서비스까지 넓히는 등 시민 생활플랫폼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운영 업체와 계약한 '대구로' 운영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 새로운 사업으로 영역을 대폭 넓힌 건데요. 투명한 진행을 위해 공모 절차를 거치는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대구시는 훨씬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데도 공모 절차는 거치지 않았습니다.

대구시의회에서는 '택시 앱 대구로' 등과 같은 사업 확장은 특혜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습니다. 일부 시의원들의 반대에도 대구시는 다른 시의원들을 설득해 사업예산을 승인받고 2022년 12월 대구로 택시 앱을 출범시켰습니다. 이 과정에 대구 택시사업조합과 협약을 맺고 지원한 예산은 14억 2천만 원에 이릅니다.

육정미 대구시의원 "전반적으로 불투명하죠. 불투명하다는 의미 자체는 행정 절차상에서 지켜야 할 절차들을 전혀 지키지 않은 채로 가고 있습니다. 절차를 위배하고 있고 그다음에 협약은 계약서에 갈음한다라고 집행부의 국·과장이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와 맞지 않은 예산 투입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그다음에 세 번째는 새로운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이 모든, 두 가지 앞에 있었던 의구했던, 왜 이렇게 하느냐고 이해할 수 없었던 이 부분들이 결과적으로는 세 번째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결국 특혜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시민을 위한다고 앞에서 대구라는 이름을 내걸고 공익성을 내걸고 특혜하고 있다, 지금 그럼 그 이유는 뭐냐고요?"


대구행복페이 중단하고 대구로페이로 전환한 이유는?
특혜 의혹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구시가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를 중단하고 대구로페이로 전환한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대구시는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를 중단하고 지난 7월 3일부터 대구로페이'를 발행했습니다. 할인 폭이 큰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구로'를 통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불편하게 되는데요. 대구시 의회가 반발했고 대구시는 65세 이상 노인 중 희망자에게만 이전처럼 선불충전카드를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대구로페이 발행은 큰 틀에서 변화는 없었습니다. 대구시는 변화된 디지털 상거래 환경을 반영하고 시민 생활 종합플랫폼 대구로 앱 활성화를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2년 '대구행복페이' 가입자는 77만 명, '대구로' 가입자는 7월 말 기준 48만 명입니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대구로페이'로 전환하면서 '대구로' 가입자는 단순 계산으로 약 30만 명 가까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민간 배달앱이 신규 가입자에게 만 원짜리 할인 쿠폰을 주는 점을 생각하면 대구로는 30억 원을 쓰지 않고도 30만 명의 가입자를 더 확보하는 셈입니다.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 100만 명 정도 플랫폼은 가치가 500~600억 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특혜가 의심되지만 '대구로' 운영회사 측은 처음부터 사업 확장을 계획했다며 부인합니다. 대구로 운영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대구로 운영사 관계자 "처음부터 저희가 (공공) 배달 앱을 시작으로 했을 때 추가적으로 저희가 퀵이나 대리 택시 그의 각종 문화 콘텐츠로 인한 생활 편의 플랫폼으로 나간다고 사업 제안서에 명시를 했고요."

대구시도 다른 지자체와 달리 플랫폼 개발과 운영은 업체가 맡고 자신들은 홍보비만 지원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공모 절차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등도 대구시처럼 홍보비만 지원하는 등 같은 운영 행태지만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공공 배달앱 사업 담당 과장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황인수 경상북도 사회적경제민생과장 "지금 저희가 먹깨비와 한 3년 기간을 정해서 협약을 해서 지금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종료가 된다면 아마 성과라든가 여러 가지를 분석해서 기준 배점이라든가 이런 걸 좀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해서 향후 공모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대구로 운영사의 기업 분할···이유는 '매각' 때문?
대구로와 관련한 특이점은 또 발견됐습니다. 대구로를 운영하는 회사인 '인성데이타'가 2022년 기업 분할을 통해 대대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구로 운영사업은 신설 법인으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대구로 사업이 민간 운영 업체의 지분 매각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구로 운영 업체인 '인성데이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으로 2001년 4월 대구에서 설립됐는데요. 국내 1위 배달 대행 플랫폼인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로지올과 오토바이 렌트 사업을 하는 '바이크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2021년 3월에 대구시와 '대구로' 운영 업무 협약을 맺고 같은 해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인성데이타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습니다. 먼저 로지올을 흡수합병한 뒤 다시 하나의 회사를 두 개의 독립된 법인으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해 똑같은 이름의 신설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대구로 운영권은 이때 기존 인성데이타에서 새로 생긴 인성데이타로 넘어갔습니다. 회사 이름은 같지만 다른 회사로 대구로 사업권이 넘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 인성데이타는 바이크뱅크로 흡수합병되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인성데이타는 왜 이렇게 복잡한 방식의 기업 분할을 한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데요. 기업 분할은 특정 사업 부문 매각이나 지배구조 개선, 기업 가치 재평가, 업종 전문화 등을 이유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전 3년간 물적분할로 기업 분할 한 123개 상장사 중 약 94%인 116개 회사의 목적이 매각으로 추정됐습니다.

이동민 변호사(대구참여연대 법률자문단) "생성된 (신설) 법인이 기존 법인의 이름을 따라가는 경우는 없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이용자들이나 관계인들의 눈을 속여서 매각하고 싶다 이런 의중이 보이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인성데이타 측은 원활한 의사 결정과 투자자들의 요청 때문에 회사를 수평적 관계로 분할한 것이며 매각 의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성데이타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습니다. 기존 인성데이타가 대구로 운영 사업자가 되기 전인 2020년 4월에도 매각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자회사들을 포함해 4천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고 네이버와 협의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배달앱 시장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매각이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인성데이타 관계자 "네이버는 이제 말 그대로 배민(배달의 민족)처럼 주문 앱을 하는 거고 저희가 이제 '생각대로' 쪽은 이제 배송 담당해 주는 거였거든요. 그렇게 처음에 이제 협약은 됐었고 진행을 하고 있다가 잠시 이슈가 있어서 스톱했던 거고···"

매각은 무산됐지만, 네이버는 인성데이타의 지분 10%를 400억 원에 상환전환우선주 등의 방법으로 사들였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역시 배달앱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었던 신한금융그룹이 10.5%를 400억 원에 같은 방식으로 매입했습니다. 지분 매입을 한 기업들은 공교롭게도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2022년 11월 미용실과 음식점, 펜션 등 중소 상공인들을 겨냥한 N 배달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주춤한 상태입니다.

대구경실련을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소상공인들의 배달 중개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대구형 공공 배달앱 사업이 자칫 예산만 쓴 채 민간 운영 업체의 지분 매각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구로 협약 위반···대구시, 묵인한 이유는?
대구로 운영 업체와 대구시가 맺은 업무 협약을 들여다보니, 다른 자치단체들과 달리 민간 운영 업체에 매우 유리하게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구로 운영 업체가 2021년 3월 대구시와 맺은 '대구형 배달 플랫폼' 구축 운영 업무 협약서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협약서를 보면 운영 업체가 본사를 대구 이외 지역으로 옮기거나 협약과 관련이 있는 규정을 위반한 경우 등에만 협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조건은 공공 배달앱을 운영하고 있는 경상북도와 충청북도, 경기도 등과는 큰 차이가 나는데요. 이들 자치단체는 운영 업체의 활동이 협약 내용과 맞지 않거나 의무 불이행으로 판단될 경우 해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금을 투입하는 만큼 사업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한 것으로 너무도 당연한 조치인데요. 하지만 대구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대구시가 다른 자치단체들과 다르게 대구로 운영 회사의 사업권을 다른 회사에 넘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운영 업체가 최대 주주가 되어 법인을 신설할 경우 사전 동의를 받으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이동민 변호사(대구참여연대 법률지원단) "신설 법인의 사업권을 넘겨주는 조항은 어떤 특정한 목적이 없으면 애초에 만들지 않는 조항이죠. 그런데 그 조항이 있다고 하는 거는 처음부터 물적이나 인적 분할을 염두에 두고 협약을 체결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듭니다."

공교롭게도 운영 업체인 인성데이타는 서비스 개시 1년 뒤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 분할로 생긴 같은 이름의 신설 법인인 인성데이타에 대구로 운영권을 넘겼습니다. 기존 인성데이타는 자회사인 바이크뱅크에 흡수합병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와 협약을 맺은 기존 인성데이타가 협약을 어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협약서에는 서비스사업자인 기존 인성데이타가 신설 법인의 대주주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인성데이타의 대주주인 황 모 씨가 신설 법인의 대주주입니다.

인성데이타 측은 사업을 자신들이 그대로 물려받기 때문에 달라진 게 없고 대구시와도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설 법인이 권리뿐 아니라 의무도 승계한다고 하지만 대구시와 협약을 맺은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동민 변호사(대구참여연대 법률지원단) "신설된 인성데이터는 모든 권리를 가져가고 그다음에 남아있는 바이크 뱅크가 모든 의무를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바이크뱅크가 없어진다거나 책임이 없어지는 능력이 없어지는 그런 경우에는 책임 소재 자체가 없어지는 거죠"

기존 인성데이타는 대구로 운영사가 되기 1년 전인 2020년 네이버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었고 2022년 독립된 회사들로 나누는 인적 분할로 지분을 매각하기가 더욱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구시가 기존 인성데이타에 협약대로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면 인적 분할은 불가능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존 인성데이타가 신설 법인의 대주주가 되면서 수평적 분할인 인적 분할이 아닌 수직적 분할인 물적분할이 되기 때문입니다. 인적 분할은 회사를 나눠서 기존 주주가 각각 소유하는 방식으로 자산과 부채를 똑같은 비율로 나눕니다. 기존 주주가 신설 법인의 주주가 되는 방식의 기업 분할로 주식매수청구권이 없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습니다. 기존 주주들이 기존 법인과 신설 법인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 되면서 불만도 적게 됩니다. 또한 물적분할을 통한 기업 분할이 지분 매각에 이용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울린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 2022년부터 인적 분할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들로 미뤄볼 때 대구시가 인성데이타가 인적 분할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는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재 거부 지시를 이유로 해명을 거부했습니다.

대구시가 운영사 매각의 법적 걸림돌 제거하는 역할?
2023년 대구시가 공공 배달앱 대구로를 시민 생활 종합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아예 운영 업체의 지분 매각이 가능하도록 협약을 맺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은 대구시와 인성데이타 간 시민 생활 종합 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대해 맺은 협약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양측이 체결한 업무 협약서를 보면 특이한 점이 확인됩니다. 협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서비스사업자의 지위는 그대로 존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대구시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인데요.

수상한 조항은 또 있습니다. 대구로 운영 회사가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할 경우 대구시에 우선매수권을 준다는 조항을 만든 것입니다. 안전판을 만든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운영회사가 대구로 플랫폼을 매각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동민 변호사(대구참여연대 법률지원단) "매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이 특정인에게 매각이 됐을 때 이익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업을 키울 때 대구시의 혈세가 들어간다, 이런 점을 봤을 때는 특정인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한 큰 판짜기라고 보입니다."

공공 배달앱 대구로가 출범한 2021년, 대구시는 이미 운영회사가 대구로 운영권을 다른 회사에 양도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습니다. 신설 법인의 대주주가 기존 운영 회사인 경우 대구시의 사전 승인을 받고 양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다른 자치단체들의 공공 배달앱 협약에는 없는 이례적인 특혜 조항입니다.


그런데 대구시는 2023년 시민 생활 종합 플랫폼 협약을 하면서 사전 승인 조항을 아예 없애고 시에 사전 통보하는 것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운영 업체가 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을 다 걷어낸 셈입니다. 이 때문에 대구시와 인성데이터가 맺은 시민 생활 종합 플랫폼 대구로 협약은 회사의 지분 매각을 전제로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시의 승인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전에 통보만 하면 되도록 하는 어떤 그런 규정, 그러니까 협약서의 어떤 그런 내용에도 명확히 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내용들이 좀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대구시가 인성데이타 간 업무 협약을 하면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아닌 이종화 경제부시장 이름으로 서명을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관련한 모든 업무 협약에는 대구시장의 직인이 찍혔는데 왜 유독 이 협약서에만 대구시장 직인이 아닌 이종화 경제부시장의 서명으로 갈음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대구시 관계자는 의혹에 대해 해명보다 취재진이 협약서를 확보한 경위를 묻더니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재 거부 지시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대구로 공모 책임자가 '운영사 감사 출신'
온갖 특혜 의혹, 논란의 중심에는 '대구로' 운영사인 인성데이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로 운영 업체를 공모할 때 대구시 책임자가 인성데이타 전 감사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대구시는 '대구형 배달 플랫폼' 실무추진단을 만들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서비스사업자 공모에 나섰고 12월 인성데이타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당시 공모 업무를 전담한 곳은 대구시 스마트시티 지원센터였고요. 센터장을 맡고 있던 경북대학교 모 교수가 대구시의 스마트 시티 정책을 총괄하고 기획하는 책임자였습니다.

그런데, '대구로' 사업 공모를 하기 불과 7개월 전까지 인성데이타의 감사였던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요. 해당 교수는 잘 아는 사이인 인성데이타 대표의 부탁으로 감사를 맡았을 뿐이며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경북대 모 교수(당시 대구시 스마트시티 지원센터장) "(인성데이타 감사 시절) 수당도 받은 것도 없고 그렇게 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인성데이타 나중에 저도 감사 그게 문제가 될 줄 사실 아무도 몰랐던 것 우리가 뽑는 것도 심사위원도 저거하고 이렇게 해서 (절차에 따라서) 뽑는데 그거를 저희에게 문제 삼으니까 제가 뭐라고 말할 말은 없더라고요."

이처럼 공공 배달앱 대구로 공모를 둘러싸고 심각한 불공정 시비가 일었는데도 대구시는 해당 교수가 심사위원이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로 인성데이타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 스마트시티 지원센터는 대구로 사업 내용과 사업자 선정 절차, 평가지표 등 공모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전담했습니다. 특히 평가지표 가운데 배달 대행 플랫폼 국내 1위 운영사를 자회사로 둔 인성데이타에 유리한 '배송 기사 지원 계획' 등이 포함돼 논란이 됐습니다.

공모 당시 대구에 본사를 둔 국내 공공 배달앱 선두 주자인 한 업체도 지원했지만 하위권 성적으로 탈락했고, 배달앱 운영 경험이 없던 인성데이타는 이 업체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특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겠죠. 그러니까 약간의 어떤 그런 시간 차이는 있었다고 하더라도 명확하게 감사를 지냈다라고 얘기하면 명확하게 이해 당사자인 거고···"

대구경실련은 7월 7일 대구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평가지표와 항목별 배점, 심사위원 후보자와 심사위원 명단, 제안서 채점 결과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구시는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고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라며 관련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대구시는 대구로 사업자 선정 이전, 다른 공모나 평가 때는 정보를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상북도의 경우에는 아예 인터넷 홈페이지에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점수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동민 변호사(대구참여연대 법률자문단) "공개 대상이고요. 그게 공개하지 않으면 법원에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공개를 해야 되죠, 법원의 명령에 따라서"

취재진이 공공 배달앱 사업자 선정 과정에 불공정한 의혹이 있다면서 설명을 요구하자 대구시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재 거부 지시에 따라 답변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구로에 대한 특혜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대구시 관계자들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이번 주 수사 당국에 고발할 예정입니다.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소상공인들의 비싼 중개수수료를 낮춰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시작한 공공 배달앱 대구로 사업이 온갖 특혜로 원래 취지가 퇴색되는 모습입니다. 여기에다 대구시 관계자들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재 거부 지시를 이유로 운영 업체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답변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게 과연 대구시민의 살림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의 바른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조만간 수사 당국에 고발한다고 하는데 결국 이 문제는 수사를 통해 범죄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구로 사업에 대한 진상 규명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심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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