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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하인드] 집중호우로 피해 커진 경북···홍준표 대구시장의 '수해 속 골프'


① 집중호우로 피해 커진 경북
지난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북 북부 지역에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경북에서만 사망자가 20명을 넘으면서 인명, 재산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21일 오전 기준으로 도내 인명피해는 사망 24명, 실종 3명입니다. 지역별 사망자는 예천 14명, 영주 4명, 봉화 4명, 문경 2명이며 실종자 3명은 모두 예천 주민입니다. 많은 비가 오랜 시간 내리면서 산사태 등으로 피해가 났고, 사망자가 나온 예천과 봉화, 문경과 영주는 특별재난지역이 됐습니다.

예천의 경우, 많은 비로 토사가 쓸려가면서 산사태가 난 곳이 꽤 있었습니다. 피해가 컸던 예천군 지역은 감천면 금곡리와 벌방1리, 진평리, 효자면 백석리 등 모두 산사태로 사망하거나 실종자가 나온 곳입니다. 커다란 바위, 돌덩이와 나무들이 토사와 함께 쓸려 내려오면서 집들이 무너지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경북의 산사태는 예천 외에도 모두 13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중 인명피해가 큰 예천의 산사태 시작 지점은 산 정상 토사가 2km 흐르며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예천군 벌방리는 온 마을 전체가 뻘밭으로 변했습니다. 드론을 띄워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을 따라 산 정상부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에 몇 그루의 나무가 뽑혀 생긴 작은 절개지가 눈에 띕니다. 해발 500미터 산 정상부에서 한번 빗물에 쓸린 토사와 나무들은 가속도가 붙으면서 수백 킬로그램의 돌덩어리마저 산 아랫마을로 밀어냈습니다. 5명이 숨진 예천군 백석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사태 시작 지점은 작은 계곡처럼 움푹 팬 정도였는데, 2km를 흘러내려 토사들이 도착한 지점은 토사량이 마을 뒤덮을 정도로 크게 불어나 있습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 "침엽수들이 산사태엔 취약하고 뿌리가 수평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물이 스며들면 더 빨리 뽑힙니다"


전문가들은 산 정상부에서 시작되는 산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책으로 사방댐을 꼽습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사방댐의 유무에 따라 피해 규모는 크게 엇갈렸기 때문입니다.

김민식 산림과학기술연구소장 "(사방 시설이 있던) 서울 남부순환로 쪽으로 돌이라든가 토석이 하나도 흘러내리지 않았고, 그다음 (사방) 시설이 없던, 지금처럼 없던 지역에서는 토석이 많이 흘러 내려서 인명 피해로 연결된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사방 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에 산사태가 발생한 예천군 5개 지역 중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산림이 울창한 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산사태 위험 기준 등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주와 봉화도 산사태로 10명 가까운 사람이 숨졌습니다. 산비탈에 개간한 밭이나 산속에 놓아둔 간벌목으로 산사태와 피해를 키웠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7월 15일,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서는 산사태로 집 안에 있던 60대 아빠와 20대 딸이 매몰돼 숨졌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 뒷산 평탄화 작업을 거친 밭을 산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마을 뒷산을 300미터가량 오르면 수목이 적은 평탄지가 나오는데, 바로 옆 계곡물이 불어나면서 이 평탄지의 토사가 마을까지 밀려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밭이 완충지대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오는 등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에서는 산사태로 주민 2명이 사망했습니다. 도로가 유실되고, 공들여 가꾼 사과밭은 잡목과 돌덩이로 엉망이 됐습니다. 주민들은 산림청이 숲 가꾸기 사업을 하면서 솎아낸 간벌목 수십 톤을 숲속에 방치한 게, 폭우로 밀려 내려오며 하천 물길을 막았다고 주장합니다.

박향순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 "이거는 인재다, 당신네(산림청)가 봄에 1월부터 시작해서 올여름에 치워도 시간이 넉넉한데 이걸 못 치워서 이렇게··· 이거는 인재다 그랬어요."

영주 국유림관리소 측은 숲 가꾸기 간벌목이 아니라 야산에 일반적으로 버려진 잡목이 쓸려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명했습니다.

남부지방산림청 영주국유림관리소 관계자 "확인하기로는 저희가 간벌한 묘목들은 현장에 있는 부분을 확인을 했습니다. 날씨가 좀 좋아지면 안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정밀하게 조사를 할 예정에 있습니다"

결국 이런 산사태는 관측 사상 최악의 장마였던 점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번에 언론에서 많이 나온 표현 중 하나가 '극한 호우'입니다. 그만큼 심한 비가 내렸다는 뜻인데, 장마 기간 경북에는 900mm가 넘는 비를 기록한 곳도 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엿새 동안 문경 동로에는 520mm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지는 등 경북 북부 전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공식적으로 장마가 시작된 6월 25일부터 지금까지 내린 강수량으로 넓혀 보면, 영주 이산면에는 무려 941mm, 문경 동로면에도 904mm의 비가 내렸습니다. 지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50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고, 평년 강수량의 3배나 됩니다. 이 기간 대구·경북 지역의 평균 강수일수도 17.5일로 역대 최다치를 갈아치웠습니다.

정기철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 부연구위원 "예전과 다른 게 극한적인 집중호우 같은 것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취약한 지역에, 경제적으로 더 피해가 일어날 지역에 대해서 홍수 방어를 좀 높여야 하지 않을까"

태풍이든 호우든 경상북도에서 인명피해가 이만큼 발생한 것은 유례가 없어 보입니다. 특히 공공시설과 농업 피해는 집계가 오래 걸려 시간이 지나면 피해 규모도 아주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단 2010년 이후에 나온 행안부 재해연감에도 이런 큰 인명 피해가 없었고, 경상북도 재해 관련 공무원들도 이런 피해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축사 16곳이 파손되고 39곳이 침수되는 등 55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가축은 모두 11만 2,700여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농작물과 농경지 피해도 3,426.5ha에 달합니다.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이 아니어서 피해 조사는 임시에 불과하고, 앞으로 피해 상황이 모두 집계되면 역대급 피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다음 큰비가 오기 전에 추가 피해 예방과 복구에 전념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또한, 기후 위기의 영향을 고려해 추가적인 사방댐 설치와 산사태 위험 기준에 대한 개편 등 중장기적인 관점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② 홍준표 대구시장의 '수해 속 골프'···징계 개시에 '과하지욕' 네 글자 남겨
7월 15일, 전국이 물난리를 겪을 때 홍준표 시장이 골프장을 찾아 논란이 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할 때 홍준표 시장은 대구 팔공산에 있는 골프장에 라운딩을 한다며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24명의 사상자가 나던 날입니다.

당시 대구에도 많은 비가 내렸는데요, 골프가 시작된 이후 한 시간이 지난 뒤 골프장 측이 너무 많은 비로 라운딩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람을 모두 돌려보냈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골프를 시작한 건 오전 11시가 좀 넘은 시각으로 지하도 참사가 난 오송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홍수 피해가 난 이후였습니다. 경북에서만 해도 봉화와 문경, 예천 등지에서 산사태로 사람이 숨지거나 실종 상태였습니다.

공직자 신분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전국 수해 피해 상황에서 골프 라운딩을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시장도 휴일 자유가 있다"고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그런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고 항변했는데요. 그러면서 대구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시장이 골프를 친 날 대구시는 비상근무 2단계였고, 공무원 천 명 넘게 비상근무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홍준표 시장은 17일에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고 말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습니다.


<7월 17일 서울 국회 앞>
기자 "일각에서 부적절한 처신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홍준표 대구시장 "부적절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피해가 없었던 건 결과론적인 얘기고 미리 대비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

홍준표 대구시장 "뭐라고?"

기자 "피해가 없었던 건 결과론적인 얘기고 미리 대비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

홍준표 대구시장 "미리 대비를 했으니까 수해가 없지요"

기자 "골프 치는 건 사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홍준표 대구시장 "그런 트집 잡지 마세요. 그게 어제오늘 이야기도 아니고 그 십수 년간 내가 했던 원칙입니다. 그거 토요일 일요일 주말에 그런 거 자꾸 시비 걸지 마세요. 그거 뭐 내가 어디 어제오늘 그런 원칙 이야기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걸 갖다가 뭘 트집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벼서 이게 무슨 짓인지 내가 모르겠네"

기자 "그러면 15일에 관용차 이용하셨나요?"

홍준표 대구시장 "나는 내 차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네"

기자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에 동의 못 하시나요?"

홍준표 대구시장 "기자들 여러분들이나 눈높이 맞게 좀 질문하세요, 예? 그게 어느 시대의 법입니까? 주말에 공무원들이 자유스럽게 개인 활동 하는 겁니다. 어? 기자들은 주말에 그럼 나오라고 하면 그냥 나옵니까? 관용차 이야기하는데, 개인 활동하는 데 관용차 사용하지 않습니다. 내 차 있습니다. 어떻게 그걸 갖다가 꼭 권위주의 시대의 정신으로 그런 식으로 그런 질문을 하세요? 택도 아닌 소리 하고 있네"

기자 "기자들은 공직자가 아니지 않습니까?"

홍준표 대구시장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기자 "시장님 골프치시는 동안에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셨나요?"

홍준표 대구시장 "실시간으로 보고할 상황이 없습니다. 실시간으로 보고할 상황이 없습니다. 골프치는 동안 비서실장에게서 보고받은 상황 자체가 없습니다. 대구시에 상황 자체가 없습니다. 그만두고 난 뒤에 집에 와서 있을 때 팔거천 사고를 갖다가 내가 보고를 받은 거예요. 괜히 그거 쓸데없이 트집 하나 잡았다고 벌떼처럼 덤빈다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거기 기죽고 잘못했다 그럴 사람입니까? 나는 그런 처신 한 적 없어요"

홍준표 시장의 '수해 속 골프'가 후폭풍이 거세지자 국민의힘은 징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골프 논란 진상조사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수해로 전 국민적 피해가 속출하는데 골프장을 찾는 건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라며 홍 시장을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과 정의당 대구시당은 국민의힘보다 비판의 수위가 높았습니다. 골프를 친 것도 잘못됐지만, 이후에 해명이라고 한 말과 행동이 시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도 홍 시장의 골프 논란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는 "대구시는 14일 상황판단 회의를 통해 비상 1단계 근무를 확정하고 부서별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며 "전국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에 대비해야 하는 이때 홍 시장은 공무원들에게는 비상근무를 지시해 놓고 본인은 골프를 치러 갔다"고 비판했습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홍준표 시장이 말한 "'쓸데없는 트집 잡아 벌떼처럼 덤빈다'가 아니라 홍 시장이 '쓸데없는 아집으로 벌집 쑤셔놓은 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계속 맡겨야 할지 대구의 선출직 최고 공무원으로서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대구참여연대는 "시민보다 골프가 더 중요한 홍 시장에게 대구시정을 맡길 수 있겠냐"며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논란이 전국적으로 커지자 결국 홍준표 대구시장은 나흘이 지난 7월 19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를 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중간에 비가 와서 그만두고 돌아왔습니다. 주말 일정이고, 재난 매뉴얼에는 위배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홍 시장의 사과를 놓고도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7월 20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홍 시장이 사과했다"고 지적했는데요. 홍 시장이 '주말 일정이고 재난 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잘못이 없지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으니 사과한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면서 "과연 사과라고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20일에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홍 시장은 윤리위 회의를 앞두고 사과 기자회견에 이어 논란을 빚은 지난 17일 자 SNS 게시물 두 건을 자진 삭제했습니다. 삭제한 SNS의 내용은 자신이 골프를 칠 당시 대구에는 인명 사고가 없었다고 해명하며 "시대착오적인 서민코스프레 하지 마라"고 하거나, "공직자들의 주말은 자유"라고 주장한 내용입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징계 사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2023년 7월 15일 수해 중 골프 행위 관련 당 윤리 규칙 제22조 제2항(사행 행위·유흥·골프 등의 제한) 위반 ▲2023년 7월 17~18일 언론 인터뷰 및 페이스북 글 게시 관련 당 윤리 규칙 제4조 제1항(품위 유지) 위반 등으로 밝혔습니다. 징계 수위는 7월 26일 회의에서 결정될 전망입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의 네 단계로 나뉩니다. 홍 시장은 이런 분위기에 대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7월 20일 밤에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과하지욕'이라는 고사성어를 올렸습니다.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뜻하는 고사성어로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못마땅하다는 의미로 비칩니다. 이후 고사성어로 심경을 밝혔던 게시물을 슬그머니 내렸습니다. 전국적 물난리 상황에서 '대구에는 큰 피해가 없고, 주말은 사생활'이라고 말했던 홍 시장의 발언에 어떤 징계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대구MBC 이태우 기자, 조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공동 취재로 작성됐습니다.

이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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