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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출범의 그림자 | 빅벙커


대구와 부산 하면 대표적인 문화 도시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부산에는 매년 10월 국내외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있고, 대구는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과 국제 오페라 축제가 유명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3년 부산시 문화체육국 문화예술과의 '지역문화 진흥 및 문화 복지 향상' 예산은 970억 5,244만 8천 원이고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정책과의 '문화예술 진흥 예산'은 1,582억 3,675만 2천 원으로 둘을 합하면 2천 5백억 원이 넘습니다. 세부 내역은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문화 예술 활동 지원, 문화 창작활동 지원, 예술단체 지원금 등을 포함하고 있는 예산입니다"

그런데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대구 문화계를 뒤흔드는 일대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대구시 부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예산 삭감을 예고했었는데,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었던 겁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기존에 대구시 산하에서 나름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문화재단과 기관들을 통합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라는 하나의 총괄 컨트롤 타워를 두면서 예산과 인력에도 칼을 들었습니다. 문화예술계에 산재해 있는 중복된 업무를 줄이고, 예산과 인건비를 아끼고, 문화-관광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 문화콘텐츠 도시로의 도약을 하겠다는 취지로 2022년 10월 1일에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출범은 했는데요, 문화예술계에서는 '옥상옥 구조'만 만드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광범위한 대구시 산하 문화예술 기관 한 곳으로
출자·출연기관인 대구문화재단과 대구관광재단,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대구시 사업소(대구미술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방짜유기박물관, 대구근대역사관, 향토역사관) 모두가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됐는데요.

성격이 다른 광범위한 대구시 산하의 문화예술 기관을 무리하게 한 곳에 묶어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행정 조직의 통합은 보통 효율화 이슈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비대한 조직을 쪼개거나 추가 시설 역시 혁신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즉 행정 조직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시너지를 통한 경영 효율화 주장과 영역별 분화에 따른 전문화·고도화로의 경영 효율화 주장이 가치 충돌을 일으키게 되죠. 예전에 문교부라는 부처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교육부 역할을 기본으로 문화·예술·체육 사무도 관장했습니다.

이후 문화공보부가 생기면서 교육과 문화부가 분리됐는데요, 이처럼 행정조직의 개편은 동시대와 얼마나 잘 맞는가라는 질문과 연결해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행정 통합이 대구 예술계의 현재와 미래를 얼마나 읽어내면서 담아내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대구를 문화를 통한 도시혁신, 창조도시로 바꿔보겠다, 제대로 한번 문화도시 대구를 만들어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던데, 광역행정이 문화예술을 주인공으로 두는 정책 스토리가 아닌, 공공부문 경영 효율화 관점에서 행정이 예술의 멱살을 잡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뉘앙스가 강해 보입니다"


"장르 간 통합 통해 업무 효율성↑인건비↓"···실제로는?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설립 취지를 보면 장르 간 통합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줄여 결국 예산을 절감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통합이 이 목적에는 부합이 되고 있는 걸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설립 전 기존 체계는 관장, 본부장, 팀장, 팀원의 4단계였지만 설립 이후에는 원장, 본부장 및 관장, 부장, 팀장, 팀원으로 결제 체계가 4단계에서 5단계로 늘어났습니다. 결제 체계가 늘어나면 효율성이 높다고 하기에는 어렵겠죠.

기존의 본부장이 부장으로, 기존의 관장은 부서에 따라서 본부장, 관장, 실장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는데요. 대구미술관, 문화예술회관, 콘서트하우스, 오페라하우스, 관광본부, 그리고 기존의 문화재단이었던 문화예술본부 본부장까지가 기존의 체계라면 여기에 기획경영본부와 박물관 운영본부 본부장이 2명 더 추가가 되었고요. 진흥원장 자리가 신설되면서 고위 관리직이 3명 추가됐습니다"

인건비를 절약해 공무직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 공무직을 하는 팀원은 38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진흥원장 자리가 추가되고 관장과 본부장 수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2명이 증가했습니다. 진흥원장부터 3·4급까지의 간부 수만 76명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예산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2023년 책정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신규 인건비는 142억 6천 5백만 원이에요. 여기에 진흥원장과 본부장 두 명의 인건비인 4억 2천만 원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통합 전 약 162억 원에 비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2022년 예산에 포함되어 있던 기존 공무원 인건비 54억 3천 2백만 원이 2023년에는 (대구시) 본청으로 이관된 데다가 대구시 파견 공무원 79명의 인건비 7억여 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 인건비가 줄어든 게 아니고, 늘어났지만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상 증가한 인건비···운영비는?
예산을 줄여 대구시의 부채를 갚겠다는 홍준표 시장의 의도와 달리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통합 과정에서 인건비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그렇다면 운영비는 어떨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3년 책정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의 운영비는 약 283억 원인데요, 그중 인건비를 뺀 금액이 141억 2백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통합 전인 2022년 이전 기관들의 운영비를 합산한 금액이 172억 4백만 원인데 숫자상으로 봤을 때는 약 31억 원 정도 줄어든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미술관 임대료, 운영비, 리모델링 비용 약 53억 원을 2023년 예산에서는 (대구시) 본청 문화예술정책과로 이관을 했기 때문에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거지 실제 예산 절감의 효과는 미미하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기초 예술 분야 예산은 대거 삭감
결국 인건비와 운영비와 같은 행정 예산은 사실상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기초 예술 분야 예산들은 대거 삭감됐다는 점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화창작 활동 지원 예산은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예산인데요, 2022년 26억 5,271만 원에서 약 14억 원이 줄어든 12억 5,190만 원으로 '문화예술 진흥' 예산 중 0.8%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민간 예술제나 각종 대회, 교육 사업에 지원하는 예술 창작활동 지원금은 전년도 49억 2,295만 원에서 무려 27억 8,633만 5천 원이 줄어든 21억 3,661만 5천 원으로 책정이 됐는데요, 예산의 1.4%에 그쳤습니다.

기초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기초예술진흥사업은 8억 9,600만 원으로 2022년에 비해 3억 6천만 원이 줄어들었고요, '문화예술 진흥' 예산에서 0.6% 수준이었습니다. 기초 예술 분야는 특히 지원이 절실한 분야일 텐데 예산이 이렇게 삭감이 된 거죠"

천용길 뉴스민 기자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기초 예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아트랩범어의 운영 예산도 전년도 예산 8억 4천만 원에서 2억 6천만 원이 삭감됐는데요.이 공간은 예술가들의 실험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청년 예술가와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됐습니다. 2020년 범어아트스트리트 운영 만족도 조사에서 시민 68%가 '매우 만족'했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거든요? 활용성을 높일 방안보다 예산 삭감이 먼저인 건 아쉬움이 있죠"


청년 예술가 창작공간 레지던스 매입 '물거품'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한 곳도 있습니다.

대구의 첫 청년 예술가 창작공간 레지던스인 가창창작스튜디오는 폐교를 리모델링한 것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터 소유주인 대구시 교육청이 매각을 결정하면서 운영 주체였던 대구문화재단이 이 터를 매입해서 새롭게 운영을 해 나갈 계획이었는데, 진흥원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문화예술 기관을 통합하는 바람에 가창창작스튜디오를 매입할 예산이 확보되지 못한 겁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결국 이 터는 매각이 됐고, 매각된 부지는 가창창작스튜디오로 활용될 예정은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상 청년 예술가들의 창작과 소통 공간이 사라진 건데요, 청년 예술가들에게는 너무 아쉬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대구문화예술진흥원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가창창작스튜디오는 없어지지만 수창청춘맨션, 대구예술발전소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우리가 국가를 세울 때 어떤 나라에 우리가 살면 좋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법체계를 만듭니다. 여기서 '국가의 권리와 의무'를 얘기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법체계를 보면 문화국가의 원리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국가가 문화예술을 만났을 때, 혹은 행정이 문화예술을 만났을 때 '기초예술'에 대한 육성과 보호는 국가의 의무입니다. 기초 예술 분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국가 창의력에 기반이 되는 분야입니다.

예술가들은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고 다양하게 해주고, 우리 사회가 아플 때 기민하게 아픈 부분을 느끼고 읽어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 줍니다"


오페라 축제, 세계 5대 축제로 도약시킨다더니···
대구문화예술진흥원 5대 전략 중에는 오페라 축제를 세계 5대 축제로 도약시키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무색하게도 오페라 관련 예산 역시 대거 삭감됐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 예산은 15억 원이 책정됐는데요, 전년도에 비해 약 13억 원이나 줄어든 수준입니다. 오페라의 전문성을 키우고 창작 오페라를 발굴해 낼 예산도 대거 삭감이 됐습니다.

기획 오페라 제작 예산은 14억 7백만 원이 삭감됐고요, 2022년 4천 9백만 원 책정됐던 창작 오페라 개발 예산과 9천 9백만 원이 책정됐던 오페라 전문가 및 전문 인력 양성 비용은 전액 삭감됐습니다.

이렇게 많은 예산을 깎아 놓고 어떻게 오페라 축제를 5대 축제로 도약시키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 오페라 하우스가 최근 의미 있는 부분은 다른 극장보다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는 거예요. 2018년부터 기획공연 누적 관객 수를 보면 147,549명으로 다른 극장 8,303명에 비해 약 1.5배 정도 되거든요?

이렇게 많은 관객이 찾고 있지만 막상 시설 노후화 같은 개선점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예산들이 삭감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거죠.

오페라 하우스가 그래도 전국 최고의 기관이 되는데 20년이 걸렸는데 20년 세월이 퇴보할까 봐 걱정이다, 이런 토로를 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럽이나 공연 선진국들과의 교류도 쉽지 않게 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고 말이죠"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게다가 이런 불안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 구조로 보면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문예회관, 미술관, 관광본부 영역은 해당 분야에서 오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원장, 다시 말해 조직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가 되기 힘든 상황이에요.

왜냐하면 다른 분야를 잘 모른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거든요. 원장 자리의 경우 문화예술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지역 정치, 행정에 대한 이해도와 중량감이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올 확률이 높아요.

이때 원장께서, 혹은 힘을 가진 행정이 우리 영역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적을 경우 20년 세월이 퇴보할까 봐 걱정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출발부터 혼선···출범 두 달 동안 중간 책임자 없이 운영
통합 과정에서도, 예산을 깎을 때도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예술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거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되다 보니 출발부터 혼선을 빚었습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2022년 10월 1일 정식 출범을 했지만 진흥원장은 출범 이후인 10월 5일에 선임됐습니다. 진흥원장이 늦게 선임되다 보니 그 아래 관장이나 본부장들은 공모도 거치면서 선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박물관 운영본부의 본부장 자리는 진흥원이 출범한 지 두 달 뒤인 12월 19일에 최종 선임됐습니다. 결국 두 달 동안 중간 책임자 없이 조직이 운영된 겁니다.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우리나라에서는 효율을 얘기할 때 속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행정의 경우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이해 관계자의 갈등 비용이 높아지면서 진단과 처방 모두에서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속도전을 펼쳤다가 다시 도돌이표가 되어 결국은 필요한 과정을 다시 밟거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빠른 속도가 오히려 더 돌아가는 결과가 생기면서 전체적인 효율이 더 떨어지게 되는 거죠.

이번 경우도 견제와 조정 과정 없이 너무 강한 힘이 전광석화처럼 작용했습니다. 결국은 세밀한 진단 없이 수술실에 들어간 셈인데요, 수술 이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국 단위로 보았을 때 유례가 없는 수술이기는 합니다"

실제 조직 진단 연구 용역은 지금까지 추진 중이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아직 자리도 못 잡고 이사 준비로 다른 일정은 소화해 내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능 중복·방만 경영 해소될까?
기능 중복과 방만 경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통합 방향이었습니다. 이 부분이라도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그건 수술 이후의 결과를 예측해보는 질문 같네요. 이미 수술을 끝났기 때문에 결정을 번복하기는 힘들 것이고 유의해야 하는 부분을 짚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조직명입니다. '진흥원'이라는 조직명을 사용했습니다. '진흥'이라는 조직명은 지원 사업, 혹은 간접 사업을 하는 곳과는 맞을 수 있습니다.

보통 '진흥' 정책을 펴는 조직은 절차와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행정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전 대구문화재단, 대구관광재단은 해당 분야의 진흥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첫 번째 걸리는 부분이 '문화예술진흥원'이라고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이전 대구관광재단이 가진 전문성이 희석되지 않고 존재감을 가지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문화예술진흥원에서 '관광'은 다룰 것 같지 않잖아요?

중앙정부 단위에서만 문화체육관광부지 보통 광역 단위로 내려오면 관광은 따로 운영하거든요? 두 번째, 문예회관과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하우스, 미술관 등은 지원 사업, 혹은 간접 사업을 통한 '진흥'보다는 실제 공연 기획, 전시 기획을 통해 고객을 직접 만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조직원의 성향이 행정인보다는 기획인, 예술인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의 비중이 크고 중요합니다.

여기서 조직의 척추에 해당하는 기획경영본부의 조직문화가 지원 사업 중심의 '진흥'에 포커스를 주면 실제 자기 사업을 해야 하는 문예회관,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하우스, 미술관 쪽은 조직 문화가 맞지 않아 상당한 피로감과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치 조직문화의 차이가 있는 축구팀과 야구팀이 함께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높아지는 경우는 본부 단위의 전문성을 간과하면서 순환보직을 시작하면 서로 다른 전문성의 차이로 다시 쪼개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기존 예술계 기득권·카르텔 타파?
이번 통합을 두고 대구시에서는 기존 예술계의 기득권이나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 통합 행정이 오히려 또 다른 카르텔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없을까요?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여기서 기득권과 카르텔이란 무엇일까요? 보통 연고를 기반으로 서로 짬짬이 되어 밀어주고 끌어주는 폐쇄성을 가진 그들만의 리그를 얘기합니다. 인재풀의 다양성이 약한 거죠.

그런데 행정 조직이 통합되어 커지면 카르텔이 없어지고 반대로 조직이 쪼개지면 카르텔이 강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원장님을 비롯한 본부장급은 대체로 대구·경북을 고향으로 하고 경북대 등 지역 명문대를 나오는 등 대체로 대구·경북과 연고가 있는 분들이 임명됐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경력을 보면, 흔히 말하는 중앙에서 성과를 내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을 따로따로 대구문화재단 대표, 대구문예회관 대표, 대구미술관 대표 등으로 임명하는 것과 통합 조직의 본부장으로 임명한다고 카르텔이 깨지거나 커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카르텔을 깨겠다는 것은 중요할 수 있지만, 행정조직 통합의 이유가 되기보다는 프레이밍을 통한 조직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전 경남에서도 문화기관 통합
홍준표 시장의 행정 위주의 문화기관 통합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홍준표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10년 전의 일입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2013년에 지금 대구시와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경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인데요. 경남 영상위원회, 경남 문화재단, 경남 문화콘텐츠진흥원을 경남 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을 했습니다. 이름도 똑같죠?

그런데 이때 경남 영상위원회는 순수 예술 부문을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 자체가 영상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강력 반대했고, 결국 예산을 포기하고 독립 기관으로 남기로 했습니다.

이 당시에도 기관별 특성이나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방적인 통합을 진행했던 거죠"

경남 문화예술진흥원 산하에 영상사업부를 완전히 새로 꾸려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건데, 인력 충원 등으로 다시 예산을 들였지만 전문 인력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부서 자체가 유명무실하다고 합니다.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보통 문화정책을 보면 문화예술정책과 문화산업정책 투 트랙으로 갑니다. 중앙정부 단위 공공기관 중에서는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조직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있죠.

경남의 경우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두 트랙을 합쳤습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조직문화를 결합한 거죠. 10년이 지났는데 효과가 컸다면 다른 조직에서도 많은 참고를 했을 것 같지만, 경남 문화예술진흥원을 학계와 업계에서 벤치마킹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경남 내에서 지역 간 특성에 따라 이전 문화재단과 콘텐츠진흥원을 독립적인 법인으로 지역별로 나누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경남 문화기관 통합은 성공적?
당시에도 경상남도 문화예술계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통합이 이뤄졌습니다. 이유 역시 대구와 마찬가지로 경상남도 채무 감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경남 문화예술진흥원은 목표대로 예산 삭감과 행정 효율화를 이뤘을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화계 통합으로 인해서 전문 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새로운 인력의 전문화에 비용이 훨씬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갖추는데 비용과 시간이 더 들었다는 평가를 받은 거죠"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실제 진흥원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비 5천만 원, 홍보 교류 사업 1천 2백만 원, 진흥원 CI 제작 1천만 원, 전자문서 시스템 구축 5천만 원 항목으로 총 1억 원 이상 증가했고요, 이후 김경수 경남도지사 시절에 와서는 한류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예산도 늘어나게 됩니다"

어찌 됐든 통합이 됐다면 남은 과제는 시스템을 빨리 안정시키는 것입니다. 경남 문화예술진흥원은 어땠을까요?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경남 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이 되면서 각 분야의 전문 홍보 인력이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실제 전문적인 홍보가 쉽지 않았고, 또 그 사무인력 자체가 공무원이다 보니 순환 근무를 하게 되거든요?

전문성을 갖추기가 쉽지 않은 구조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예술 허브가 되려면 소통이 원활하고 그 내부 구조를 빤히 아는 사람들이 포진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구의 경우에도 그런 시스템을 확립하는데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달라진 정책으로 흔들리는 대구시립예술단
대구시의 달라진 문화정책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 단체 중 하나가 대구시립예술단입니다. 대구시립예술단은 2021년 기준 469명으로 교향악단, 합창단, 국악단, 무용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당, 청소년교향악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외 단체 운영팀과 교육 운영팀이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예산의 약 90%를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예산 삭감과 구조개혁안이 나오면서 일부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다른 정책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시는 2021년 8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서 조직 진단 및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했는데요, 그 결과가 2022년 3월에 나왔어요. 그런데 예산 8천만 원을 들여 한 연구 용역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어요.

2021년 기준으로 사무단원이 32명 정도였어요. 각 분야별 홍보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직원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실제 이번 발전계획 연구 용역에서 타지역에 비해 사무인력이 부족하고 각 분야별 홍보 마케팅 직원을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2023년 수정된 인력 구성을 보면 홍보와 마케팅 인원이 전무합니다.

게다가 예술단 입장에서는 공연의 중심을 이끌어갈 수·차석 단원들도 기존 130명에서 46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어요.

게다가 대구시가 대구시립예술단을 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 위탁하면서 2년 이상 된 단원은 상대평가를 통해서 60점 이하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해촉 조항까지 생겼어요. 전문 음악가들의 고용 안정성이나 고용의 질이 떨어지게 된 거죠"

장석류 연세대 행정대학원 사회문화 겸임교수 "이건 내용을 좀 봐야 합니다. 하나의 작품을 올리는데 출연 인원이 30명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중에서 30명 전원을 정규 단원으로 꾸리는 게 좋으냐, 20명은 정규 단원, 10명은 객원 단원이 좋으냐는 얘기를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직 단원은 정규 단원보다 급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주연 혹은 주연급을 외부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예도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효율화 이슈로 시립예술단 인원을 줄인다는 관점보다 예술단이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성을 위해 적정 정규 단원을 통한 안정적 기량 확보와 예술성 확장을 위한 필요한 객원 단원의 조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조율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턴제 등을 통해 공공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간 시립예술단이 쌓아온 예술적 성취는 바라보지 않고 효율화 이슈로 불도저식으로 경영 효율화를 밀어붙일 경우 예술인들과 감정적인 갈등만 커질 수 있는 것은 유의해야 합니다"

예술과 행정, 문화와 행정의 바람직한 관계는?
예술과 행정, 문화와 행정의 관계는 어떻게 맺어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예술과 문화를 밀어내고 행정이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다는 주객이 전도되는 모양새는 분명 아닐 겁니다.

경영 효율화, 조직 개편 등이 진짜 예술과 문화를 제대로 돕기 위한 것인지, 행정 그 자체가 성과에 조바심을 내며 주연이 되고 싶어 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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