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2022년 낙동강 녹조를 분석했더니 마이크로시스틴이 4천~5천ppb, 최대 5,921ppb까지 나온 겁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위험한 걸까요?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1ppb가 뭐냐 하면 10억분의 1이라는 이야깁니다. 독성물질이나 마약 같은 화학물질들은 워낙 적은 양만 있어도 위험하니까 이런 단위를 쓰는 겁니다. WHO의 마이크로시스틴 장기 음용수 허용기준이 1ppb니까, 물에 10억분의 1만 있어도 마시지 말라는 건데, 낙동강 물에 10억분의 5,921이나 있다는 것은 절대로 그 물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마이크로시스틴 1ppb를 정화하려면 물 1톤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5,921ppb가 검출된 물을 마실 수 있는 기준까지 정화하려면 깨끗한 물 6천 톤 정도 있어야 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WHO에서는 왜 이렇게 기준을 엄격하게 세웠을까요?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에 포함된 일부 남세균이 생성하는 물질입니다. 이들이 죽으면 그 안에 있는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강물 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의 독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에 낙동강과 금강 등에서 누치나 끄리 같은 토종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환경단체가 조사한 결과 금강에서 약 60만 마리, 낙동강에서 5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때도 녹조가 원인이라고 보고됐는데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남인의 젖줄' 낙동강···정부 "녹조는 일시적 현상"
낙동강을 흔히 1,300만 영남인의 젖줄이라고 표현합니다.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고 있고 강 안팎에서 레저활동도 많이 합니다. 영남인들과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생명수라고 할 만큼 중요한 강에 나오는 독성물질에 대해 정부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요?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지금까지 수자원공사는 가뭄과 고온 때문에 녹조가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하고, 환경부는 수치상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왔어요. 실제로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원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나오거든요? 그런데 원수에서 검출이 안 된 것은 팩트라기 보다는, 상수도사업본부의 검출 방식이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 검사에서는 높은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계속 검출되는 데 반해 상수도본부의 검사에서는 검출이 안 된다는 상반된 검사 방식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이지영 교수 연구팀 "4대강 사업 후부터 비알코올성 간 질환 발병률 늘어"
외국에서는 녹조의 독성을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기준도 훨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녹조의 독성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독성으로 많이 알려진 독소인데, 미국 오하이오 대학 이지영 교수 연구팀이 2019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4대강 사업 후인 2013년부터 인근 지역에 남조류가 늘었고 비알코올성 간 질환 발병률도 한강을 제외하고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강의 녹조와 비알코올성 간 질환이 어느 정도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환경보건과 교수 "담수 유해 조류 번성(HAB)은 간 손상 및 기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아노톡신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강 중 금강, 낙동강, 영산강에서 HAB가 자주 관찰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는 별로 검출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히 2012년에 종료된 4대강 프로젝트(FMRP)에 따라 댐, 둑, 저수지가 건설되고 퇴적물이 준설된 4대강을 따라 HAB와 인간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하는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이 연구의 목적은 HAB의 공간 분포 패턴을 요약하고 HAB와 간 질환 간의 잠재적 연관성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엽록소 농도는 강 전체를 포괄하는 유일한 꽃 관련 매개변수였기 때문에 개화 강도를 추정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간질환 자료(ICD-10)는 행정 구역별로 분류하였습니다. 일반화 선형 혼합 모델을 사용하여 개화, 간 질환 및 인구 데이터(2005년~2006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한강 지역을 제외하고는 엽록소 수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AB 강도와 간질환 발병률은 한강 지역을 제외하고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었고, FMRP 완료 이후에는 그 정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였습니다. 향후 연구를 위해, HAB와 간 질환 및 기타 블룸 관련 질환 및 증상 간의 보다 구체적인 연관성을 정확하게 결정하기 위해 해당 분야에서 보다 심층적인 역학 조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아노톡신에 대한 주요 노출 경로를 식별하는 것은 꽃 피해 지역에서 공중 보건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4대강 인근 지역 남조류 증가율과 간질환 발병률 (이지영 교수 연구팀)
2019년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 '유해 조류 발생과 간질환: 한국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를 보면, 한강을 제외한 4대강 인근 지역에 남조류가 늘었고, 해당 지역에서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녹조는 강이나 호수에서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해 물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연도별·행정 구역별로 정리했고, 이를 4대강 공사 전(2005년~2012년)과 4대강 공사 뒤(2013년~2016년)의 녹조 지표인 클로로필-에이(a) 수치와 비교 분석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한강을 뺀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남조류 지표와 간질환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증가하면서 상관관계가 급격히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피코시아닌(남조류 특유의 색소)이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클로로필-에이 수치를 사용한 것은 한계"라고 설명했다.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이지영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2015년도 또 다른 조사 결과를 보면 남조류 발생 면적이 1% 증가할수록 비알코올성 간 질환 사망률이 0.3%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녹조가 발생한 물을 상수의 원수로 사용하는 지역과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물을 상수 원수로 쓰는 사람들과 비교를 했을 때, 녹조가 있는 물에서 1km, 5km, 10km 떨어진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알코올성 간세포암 발병률이 각각 19%, 16%, 13%로 녹조가 있는 물에 가까울수록 더 높게 나왔어요. 1km라고 해도 굉장히 먼 거리인데, 19%면 굉장히 높은 거죠. 녹조가 나온 강 인근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물을 상수 원수로 쓰는 사람들보다 간세포암 발병률이 더 높을 거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 생식·장내 미생물에도 나쁜 영향 미쳐
녹조의 독성인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생식에도 영향을 미치는데요, 정자 수를 감소시키고 난자에 손상을 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 환경청이 생쥐로 실험을 해 봤더니 마이크로시스틴-LR을 생쥐에 지속해서 투여하니까 정자 수와 정자 운동 수 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미국 환경청의 경고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이 남성의 전립선과 고환 손상을 입힐 수 있고 또 비정상적인 정자 생성으로 불임증까지 유발할 수 있고 여성의 난소 손상과 난소 발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그것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에 큰 변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인간의 건강이나 신진대사, 심지어 정신활동에까지 영향을 주는데요, 이 균형이 깨어지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면역력에 크게 문제가 생기고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떨어지게 되는 거죠. 그런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아니까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그러니까 유산균 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대유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균형을 잘 이루려고 노력을 해도 일단 한번 파괴되고 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도 장내 미생물을 파괴하는 악영향이 있다는 것이 계속 증명되고 있죠"
낙동강 물로 키운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문제는 낙동강이 식수원 말고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고 낙동강에서 서식하는 수산물 역시 우리가 먹고 있습니다. 특히 쌀의 경우는 낙동강 물을 그대로 끌어서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사실 마이크로시스틴이 있는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했을 때 농산물에서도 검출이 된다는 게 해외에서 계속 연구 결과로 나왔거든요? 그래서 우리 농산물은 안전한지 걱정이 되어서 실제로 검사를 해 봤는데,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굉장히 높게 나왔어요. 낙동강 녹조 물로 키운 상춧잎에서 1㎏당 67.9㎍이 나왔고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에서 1㎏당 3.18㎍, 그리고 낙동강과 금강의 물로 노지 재배한 무에서는 1㎏당 1.85㎍이 나왔단 말이에요. 이렇게 실제 우리가 먹고 있는 농산물에서 나온 게 심각한 수치라 정부에 전수 조사를 하자고 요구했거든요? 그런데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낙동강에서 잡힌 생선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환경단체가 낙동강 물로 재배한 쌀과 상추, 무 등 농산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얼마나 검출되는지 조사한 시점은 2021년 10월, 2022년 2월, 2022년 3월이었습니다. 이후 2022년 8월 쌀, 옥수수, 고추, 토마토, 오이,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참게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빠가사리(동자개), 옥수수, 메기, 고추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실험을 한 옥수수의 경우 낙동강 인근 재배지에서 가져온 게 아니라 농산물 시장에서 구입해서 검사한 것으로 이미 우리가 모르는 새 마이크로시스틴이 든 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이 조사에서 다른 유의미한 지점이 있는데요, 오이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어요. 오이는 지하수로 재배한 거거든요? 문제는 신경장애를 일으키는 아나톡신이 검출된 겁니다. 결국 지하수로 재배되는 농산물마저도 안전하지 않다는 거고 지하수가 녹조로 인해 오염됐다는 걸 의심할 수 있는 거죠"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수산물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흔히 민물매운탕으로 먹는 빠가사리(동자개)나 메기에서 높은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습니다. 실제 미국 환경청의 경우 녹조가 있는 강에서 잡은 생선의 경우 내장을 제거하여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잡은 생선은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우리보다 월등히 낮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거고, 이번에 이런 결과가 난 빠가사리(동자개)는 미국 기준으로 보면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너무 높아서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거죠"
쌀밥·김치·붕어즙···먹어도 안전할까?
아무리 쌀 소비가 줄었다 하더라도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먹게 되는 것이 밥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다면 밥이나 김치를 먹어도 괜찮은 걸까요?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쌀과 김치를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국제기관의 일일 허용치를 넘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 OEHHA(캘리포니아 환경건강위험평가소), ANSES(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 등 국제기관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관련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고 기준치가 정해져 있어요. 기준치는 조금 다른데, 간 독성과 관련해서는 가장 낮은 곳이 OEHHA인데, 그 기준에 대비해 계산해 보면 성인 60㎏ 기준으로 일일 허용량이 0.384㎍인데, 2021 국민영향통계에 따른 하루 평균 일일섭취량 기준으로 이번에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품목을 사용해 밥상을 구성해 봤더니 6.12㎍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약 16배를 초과하는 수준인 거죠. 그만큼 간 독성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고 그래서 간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간 독성 기준으로는 15배 정도이지만 생식독성을 기준으로 하면 훨씬 더 심각해집니다. 생식독성을 기준으로 ANSES, 그러니까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의 일일 허용치를 성인 60㎏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0.06㎍인데요, 이 수치를 약 100배 초과하거든요? 그래서 생식독성과 관련해서는 더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낙동강 물로 재배한 농산물도 문제이지만 이 낙동강 안에서 살고 있는 수산물은 더 심각합니다. 붕어즙에서는 1.1ppb가 나왔는데, 하루 한 포 100㎖를 마시면 0.11㎍을 마시게 되는 상황입니다.
여름에 짙어지는 녹조···이 시기 피하면 괜찮을까?
녹조는 보통 6월, 7월에 심해지고 차차 옅어집니다. 그렇다면 이 계절에 나오는 먹거리만 피하면 되는 걸까요?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옥수수 같은 건 쪄서 얼려놨다가 먹기도 하잖아요? 또한 계절과는 특별히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게 2022년 3월에 대구환경운동연합이 2021년에 재배된 쌀 2가지 샘플을 가지고 실험을 했거든요? 결과를 보니까 쌀에서 1㎏당 3.18㎍과 2.53㎍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어요.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는 계절과는 상관이 없이 나도 모르게 계속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렇게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이 많이 되면 될수록 몸에 축적되고 그게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농수산물 마이크로시스틴 검사 시스템은?
녹조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이렇게 심각하더라도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 전에 조치가 취해진다면 좀 안심이 될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농수산물에 대해서 마이크로시스틴을 검사하는 체계, 섭취를 허용하기 위한 기준, 그러니까 안전을 위해 통제하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2021년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실험 결과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었고, 환경부 장관은 농수산식품부와 함께 실험을 하겠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이후 연구용역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들렸지만 국민들 피부에 닿는 변화는 여전히 없는 상태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 용역은 '녹조 관리, 선진화 방안 연구'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연구였고요. 8천 9백만 원의 연구비를 들여서 진행됐습니다. 녹조와 관련해서 다양한 방면으로 개선안을 마련하는 거였는데 여기에 녹조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 과제에 속해 있죠. 그리고 현재 식약처에서 쌀, 무, 배추에 한해 마이크로시스틴 추출과 측정 방법을 개발 중에 있긴 한데요, 잎채소, 콩류, 어패류에서도 녹조 독성 물질이 검출된 만큼 좀 더 연구 범위를 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정수 마친 수돗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대구MBC와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의 주요 정수장 3곳으로 들어오는 원수와 정수를 마치고 가정으로 공급되기 직전의 물을 채취해 부경대학교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정수한 모든 물, 즉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원수가 아닌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대구시 수질연구소의 분석에서는 정수와 원수 모두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환경단체와 지자체가 조사한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겁니다.
그래서 다시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과 환경운동연합은 7월 14일부터 8월 25일까지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 지역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한 결과 6개 샘플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 음용수 기준을 1.7배에서 5.83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2022년 녹조가 정말 심했었거든요. 강물이 이렇게 더러운데 아무리 정수 처리를 한다한들 수돗물이 깨끗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2022년 7월과 8월에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지역의 수돗물을 채수해서 부경대 이승준 교수 연구팀과 검사를 해봤어요. 그 결과 경북을 제외한 부산 수영구, 대구 수성구·동구, 김해시 내동, 창원 진해구 2곳의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의 위험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선 기준이 필요하겠죠? 식수와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WHO 기준을 따릅니다. 기준 농도는 1ppb로 물 1리터에 마이크로시스틴이 1㎍ 이상 있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여기는 국가들은 이것보다 훨씬 낮은 기준을 갖고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기준을 보면 3개월 이상 0.03ppb가 넘는 식수를 음용하면 독성 물질이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거든요? 이 기준에 우리 실험 결과를 반영해 보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6개 지점의 수돗물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겁니다"
우리나라가 따르는 수돗물 WHO 기준, 충분할까?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기준으로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는 정도의 수돗물이지만 WHO 기준으로는 괜찮다면, 우리나라는 왜 WHO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걸까요?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WHO 기준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캘리포니아처럼 마이크로시스틴의 위험성을 엄중하게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기준을 낮출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WHO 기준을 고수하고 있는 우리 환경부는 마이크로시스틴 문제를 좀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사실 이건 수질 검사 체계를 보더라도 마찬가지인데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은 270여 종입니다. 그런데 우리 환경부가 법정 수질검사 항목으로 정한 건 이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LR뿐이에요"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많은 나라들이 섭취 허용 기준을 정할 때 '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보지만, 또한 우리가 기준으로 삼는 WHO마저도 '총 마이크로시스틴' 허용 기준을 정해놨지만, 우리나라는 '마이크로시스틴-LR' 하나만 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LR이 검사 항목으로 지정된 게 2012년이니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한 게 없는 셈입니다.
낙동강에 투입되는 예산, 2022년에만 2,535억 원
발암물질이 검출될 만큼 위험한 상태인 낙동강에 그렇다면 예산은 얼마나 투입되고 있을까요?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이라는 예산이 있습니다. 낙동강 인근 주민이 내는 물 이용 부담으로 마련되는 세금인데요, 2022년에만 2,535억 원이 책정됐습니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현재의 낙동강 상태를 보면 별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낙동강 관련한 10년 치 예산을 살펴봤더니 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10년 치 예산 총합이 2조 4,679억 원으로 매년 많은 비용을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낙동강 녹조 문제는 해결이 안 되었는데요. 사실 이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 같습니다"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수 처리를 해야 합니다. 녹조가 없을 때도 물을 정수 처리를 하고 돈이 들어가지만 녹조가 발생하면 물이 더 더러워지기 때문에 정수 처리에 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에서 추가 지원을 해주는데, 2003년부터 2020년까지 18년간 대구시는 29억 원, 부산시는 117억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지원을 받는다니 안 받는 것보다 좋기는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많이 받아야 할 정도로 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닐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낙동강 수계 관리기금은 대부분 물 이용 부담금으로 이뤄졌어요. 물 이용 부담금은 낙동강 수계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쓰기 위해 매달 꼬박꼬박 내는 세금이에요. 국민들이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만큼 정부도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제대로 잘했으면 좋겠네요"
좀 더 깨끗한 원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구시는 안동댐 물을 끌어다 쓰려고 하고 부산에서는 조류 영향이 덜한, 취수구를 좀 더 깊은 곳에 마련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사실 어떻게 하면 낙동강 물을 깨끗하게 만들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지만 대구와 부산 모두 낙동강의 수질을 낫게 만드는 것보다는 더 깨끗한 취수원을 찾거나 취수구를 낮추는 방안을 마련하는 식의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바다에서의 물놀이는 안전할까?
낙동강 물로 키운 농작물, 낙동강 물에 사는 어패류, 낙동강 물을 정수 처리한 수돗물에 녹조 독성 물질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낙동강 원수 자체는 어떤 상태일까요?
8월 12일 충격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부산 다대포 해수욕장이 낙동강에서 밀려 내려온 녹조 때문에 입수가 금지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산 사하구청은 입수자제 권고 조처를 하고 해수욕장 내 수질을 채취해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3곳에서 채취한 시료 수질검사 결과 유해 남조류 수는 각각 50,545 세포/㎖, 59,455 세포/㎖, 82,636 세포/㎖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녹조 농도가 이렇게 높게 나와도 해수욕장 입수 금지를 위한 법, 즉 '해수욕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녹조와 관련된 조항이 없습니다. '물환경보전법'에 남조류 세포 수에 따른 조치사항이 있어 자체적으로 입수자제 권고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부산 사하구청의 설명인데요, 이런 과정에 환경부나 부산시의 지침은 없었고,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은 마이크로시스틴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이런 상황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있는 게 친수용 조류경보제입니다. 강이나 바다처럼 레저활동을 하는 공간에서 유해 남조류가 기준 이상으로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다대포해수욕장은 친수용 조류경보제 대상 구간이 아니에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조류와 관련한 통제 시스템은 담수, 그러니까 염분이 없는 강이나 호수 같은 구역에서 운영되고 있고요. 더 놀라운 건, 친수용 조류경보제는 우리나라 강 중에서도 한강에서만 시행되고 있습니다"
한강이 낙동강보다 녹조가 더 심하기 때문에 한강에서만 친수용 조류경보제가 내려지는 걸까요?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한강과 낙동강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 그러니까 독성물질을 뿜어낼 수 있는 남조류 세포 수치를 비교해 봤습니다.
낙동강 수계에서 가장 수치가 높았던 곳이 낙동강 매리지점 표층수였는데 유해 남조류 세포 수가 72만 6,402였습니다. 그런데 한강 조류관찰지점에서는 유해 남조류 세포가 단 하나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이 수치만 보더라도 녹조가 심한 건 낙동강 수계인데 친수용 조류경보제 대상에 한강만 들어간다는 건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죠"
마이크로시스틴은 270여 종···환경부가 측정하는 것은 단 1종
그렇다면 한강뿐 아니라 낙동강이나 다대포해수욕장까지, 친수용 조류경보제를 확대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지금의 경보제 발령 기준은 유해한 남조류의 세포 수를 세는 방식입니다. 녹조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수치에 대해서는 검사를 하지 않고 있어서 마이크로시스틴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환경부에서는 개선안을 마련하려고 낙동강 레포츠 밸리에서 시범 사업을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이 지점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측정하는데요, 그래서 저희도 8월 초 이곳을 조사해 봤습니다. 결과를 비교해 보니 저희 결과는 388ppb였는데, 환경부의 조사 결과는 3.6ppb~6.7ppb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사 일자, 채수 시점이 달라서 어느 정도의 차이는 감안해야겠지만 이렇게 차이가 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는 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조사한 거고요, 환경부는 이번에도 마이크로시스틴-LR만 조사했어요. 세계적인 추세, 심지어 우리가 따르는 WHO마저도 총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를 보라고 말하고 있는데 환경부는 개선안에서마저 LR 하나만 고수하고 있는 거예요"
녹조의 원인은? 비점오염원 관리부터 시작해야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낙동강 원수를 되살리는 것이고, 그렇다면 녹조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많이 꼽는 원인 중 하나는 강 유역의 비점오염원입니다. 너무 많은 영양물질이 강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신재호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 "비점오염원이라는 게 어디서 시작되는 건지 명확하게 알 수 없는 오염물질을 비점오염원이라고 합니다. 강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비점오염원이에요. 2018년 기준 전국 수질오염원 중 비점오염원이 약 72%로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비점오염원 중에서도 가축분뇨가 문제시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가축분뇨 발생량의 약 90%가 퇴비, 액비화되어 바로 살포되는 거로 조사됐거든요?"
미국 오하이오는 옥수수에 들어가는 질소와 인의 농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준치만큼만 사용하게 하고, 프랑스에서는 축사에서 무조건 분뇨 처리시설을 갖춰야 하며 매일 매출하는 양이 정확하게 모니터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축산농가 자체에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이 있기도 하고 시설이 없는 영세한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 처리시설도 마련되어 있기는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현재 경북, 경남 지역에 있는 공공분뇨처리시설 현황을 찾아봤는데요, 총 28개 시설에서 하루 동안 처리 가능한 양이 2,758톤인데, 실제로 이 지역에서 배출되는 분뇨량은 6,586톤이거든요? 행정에서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건 전체의 약 41%밖에 안 되는 거예요. 또, 시설을 신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증설하는 등의 조치들이 필요해 보이는데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가축분뇨 처리시설에 450억 원이 쓰였거든요? 16년 동안 전국에 설치한 비용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예산을 들여서 시설을 설치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면 시설을 확장하기 위한 예산 확보를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 거죠. 이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겁니다"
'흐르지 않는 강'이 수질 오염 가속화···환경단체 "보 개방·보 해체"
비점오염원이 낙동강 녹조 발생의 원인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비점오염원이 흘러가지 않고 고여버리면 수질 오염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유속과 관련해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보 이야기인데, 환경단체에서는 현실적으로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건 보 개방, 보 해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강찬수 중앙일보 기자 "보 개방, 한다 했다가 안 한다 했다가 참 말이 많죠? 그런데 가장 우선으로 봐야 할 건 보를 개방하는 게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되냐 아니겠습니까? 2017년 모니터링을 했어요. 금강, 영산강, 낙동강 보 개방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 개방이 되는 듯했으나 정권이 바뀌고 보 개방에 대한 입장도 번복됐죠"
강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어
깨끗한 물, 안전한 물을 마시고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러려면 어느새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녹조 독성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해마다 녹조로 뒤덮이는 강을 살려야 궁극적으로 인간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