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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공기에서도 '녹조 독소' 검출?


농산물·수돗물에 이어 공기도 위험?
이제는 숨 쉬는 것조차 위협받는 것일까요? 낙동강 주변 공기에서 간 독성과 생식 독성을 지닌 남세균 독소가 다량 검출됐습니다. 맞습니다. 녹조가 짙게 낀 낙동강 인근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에 이어 수돗물, 이번에는 공기 중에서 남세균 독소가 나온 겁니다.

용어가 헷갈릴 수 있으니 먼저 정리를 하겠습니다. 남세균은 녹조의 원인 생물입니다. 과거에는 남조류라 불렸습니다. 남세균 독소는 녹조 독소라 봐도 무방합니다만 여기에서는 연구팀 용어대로 남세균 독소라는 용어로 통일하겠습니다.

창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김태형 교수팀과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 경북대학교 신재호 교수팀은 8월 낙동강 인근 11곳에서 공기를 분석했습니다. 공기 중 유해 남세균을 포집한 뒤 해당 남세균에 얼마나 많은 독소가 있는지 측정했습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과 생식 독성을 갖고 있고 청산가리 독성의 200배에 이르는 발암물질입니다. BMAA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최대 523배 오염
이번 공기 중 분석에서 가장 수치가 높은 곳은 경남 김해 대동 선착장 배 위였습니다. 이곳 공기 중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6.8 ng/㎥ 검출됐습니다. 얼마나 높은 수치인지 감이 오질 않습니다. 해외와 비교를 해봐야겠습니다. 2015년 미국 뉴햄프셔주 강 주변 공기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0.013~0.384 ng/㎥이었습니다. 최젓값인 0.013 ng/㎥ 과 비교하면 대동 선착장 측정값은 미국 뉴햄프셔주의 523배에 달합니다. 최댓값과 비교해도 17배 더 많습니다.

대구도 수치가 높게 나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대구 화원유원지는 낙동강 변에 조성돼있습니다. 이곳 공기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3.68 ng/㎥ 검출됐습니다. 미국 뉴햄프셔주 강 최젓값과 비교하면 283배입니다.

문제는 남세균 독소가 공기를 통해 퍼진다는 겁니다. 남세균 독소는 안정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잘 분해되지 않고 공기를 통해 수 킬로미터까지 퍼집니다. 보통 1마일, 즉 1.6km까지 남세균 독소가 퍼진다고 봅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낙동강 본류에서 1km 떨어진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1.88 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대구와 부산 등 대도시에 사는 많은 인구가 남세균 독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낙동강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 괜찮을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플로리다 지역 시민단체 칼루사 워터키퍼는 전문가와 함께 남세균 독소의 공기 중 퍼짐을 연구했는데, 최대 10마일(약 16km) 떨어진 곳에서도 남세균 독소 농도가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해당 내용은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습니다. 
http://calusawaterkeeper.org/waterborne/


다른 남세균 독소인 BMAA도 나왔습니다. 김해 대동 선착장 옆에서 분석했는데, 공기 중에서 16.1 ng/㎥ 이 검출됐습니다.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얼마나 위험할까?
이번 검출량이 얼마나 인체에 유해한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내엔 기준치도 없습니다. 다만 일반적으로 독성 물질은 피부나 입으로 흡수될 때보다 호흡기로 들어갈 때 더 위험합니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어 들어온 남세균 독소는 소화기와 간을 거치면서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방어 체계가 많지 않은 호흡기 유입은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 이지영 교수는 콧속에 자리 잡은 남세균의 경우 바로 사멸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면서 여러 독소를 생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기 중 남세균 독소에 노출됐을 때 기침이나 인후통, 알레르기성 발열, 염증 반응 등은 미국, 호주에서 확인됐는데, 발암 가능성 등 만성 독성은 현재 연구 중입니다.

환경부 "인체에 영향 줄 수 있는지 연구 중"
2021년 탐사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문제를 보도하고,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자 환경부는 2022년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환경부는 남세균 독소가 공기로 퍼졌을 때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연구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가 끝나는 대로 에어로졸 영향 가능성을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부경대 등 연구팀과 환경단체는 환경부의 연구 용역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녹조 유해성과 위해성을 계속해 과소평가하고 녹조 문제 지적을 평가절하했던 전문가에게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연구 진행과 결과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 환경 재난 아닌 국가적 재난"
낙동강과 금강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미국 물놀이 기준 최대 2천 배 넘게 검출되고 낙동강 물로 농사지은 쌀과 배추, 무 등 농산물에서 프랑스 생식 독성 기준 최대 20배를 초과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습니다. 정수한 수돗물에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음용수 기준을 최대 5배 이상 초과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습니다. 이제는 공기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미국 뉴햄프셔주 강보다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9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장은 "단순한 환경 재난 상황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재난으로 격상시켜서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양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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