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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벼랑 끝 지역화폐 | 빅벙커


대구와 부산에는 각각 대구행복페이, 동백전이라는 이름의 지역화폐가 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와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엇갈린 목소리 속에 시작했다가 시행 3년 차를 맞으면서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3년이 지나는 동안 대구시민 4명 중 1명이 대구행복페이에, 부산시민 3명 중 1명이 동백전에 가입했습니다. 그만큼 지역화폐를 통해 발행된 금액도 상당한데요, 3년 동안 약 6조 4천억 원이 발행됐습니다. 이 금액만큼의 돈이 대구와 부산 지역 안에서 돌았다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8월, 2023년부터 국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3년 동안 대구와 부산 지역화폐 인센티브에 투입된 예산은 7,223억 원인데요, 국비 지원 예산이 모두 삭감당한 지역화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동백전은 10만 원을 결제하면 5천 원이 적립되는 것처럼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이 캐시백으로 적립됩니다. 대구행복페이는 금액을 충전할 때 먼저 10%를 할인을 해줘요. 그러니까 30만 원을 충전하려면 27만 원만 있으면 된다는 거죠.

이렇게 캐시백으로 적립되거나 할인되는 금액은 전부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 그러니까 우리가 낸 세금인데요. 이 예산을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가 나눠서 부담했어요. 2021년에는 전체 예산의 80%는 정부, 20%는 지자체가 부담했고요.

2022년에는 정부 지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어서 40%, 나머지 60%는 지자체가 부담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2023년에는 아예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나머지를 다 부담하기엔 지자체 여건이 어려우니 이러다가 지역화폐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거죠. 그러다가 11월 17일에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정부가 제시한 지역화폐 예산이 조정되기는 했어요. 여야는 5천억 원을 합의했는데요, 다만 이 예산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더라도 최종 예산안으로 처리될지는 미지수인 상황입니다.

또한 만약 최종 예산에 포함되더라도 2021년의 경우 부산에 지원된 국비만 천억 원, 대구시에는 국비 7백억 원이 지원됐었는데, 전국에 5천억 원 규모라면 충분한 규모라고 볼 수 없는 거죠"

대구·부산 지역화폐 예산 7,223억 원···정부 지원 예산이 49%
최근 3년간 대구와 부산 지역화폐 인센티브에 투입된 예산은 7,223억 원입니다. 이 중 정부가 지원한 예산이 3,524억 원으로 49%를 차지합니다.

이게 없어진다면 예산이 반토막 나는 셈이 됩니다. 결국 시민들이 받았던 캐시백이나 할인이 반토막이 날 수 있고, 그렇게 안 되려면 대구와 부산이 예산을 두 배 더 투입해야 가능하게 됩니다.

반선호 부산시의원 "사실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인센티브잖아요. 대구시나 부산시도 지역화폐를 처음 도입할 때 할인 10%, 캐시백 10% 이렇게 홍보를 많이 했고요.

2021년 한국소비자원이 지역화폐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역화폐 이용 이유'를 조사했는데 10명 중 7명이 '인센티브 혜택이 좋아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없어서 인센티브가 줄어들면 시민들은 지역화폐를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그만큼 소상공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부산은 자영업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로 꼽히기 때문에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송지현 사단법인 시민정책공방 지역순환경제센터 센터장 "코로나 19와 장기화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 많습니다. 그때 매출을 올리는 데 지역화폐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장을 볼 때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대형마트 대신 동네 마트를 가잖아요? 지역화폐가 도입되고 나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온라인 장보기 대신 우리 동네에 있는, 내 집 근처에 있는 가게를 찾게 되는 거죠"


대구 2023년 지역화폐 예산 2백억 원, 부산은 5백억 원···2022년의 1/3 수준
정부가 지역화폐 지원 중단 방침을 밝힌 가운데 대구시와 부산시는 2023년 예산을 얼마나 편성했을까요?

대구시가 2백억, 부산시는 5백억 원을 잡았습니다. 예산을 잡은 건 다행이긴 하지만 대구시는 2022년 지역화폐 예산으로 713억 원을, 부산시는 1,625억 원을 투입했으니까 2023년은 1/3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이 예산이 국비가 반영되기 전이어서 최종은 아니지만 예산이 빨리 소진돼서 평소보다 더 빨리 충전이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시가 잡은 2023년 지역화폐 예산은 2022년의 1/3도 채 되지 않는 2백억 원인데요, 대구시는 정부 예산 편성과 상관없이 자체 예산을 우선 투입하고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100억 원을 추경을 통해 더 조달하기로 했다, 이런 입장입니다.

그래서 발행액은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대신 할인율은 5%로 낮출 예정입니다"

반선호 부산시의원 "부산시가 잡은 2023년 예산은 5백억 원인데요, 2023년 예산의 31% 수준입니다. 일단 부산시는 캐시백 요율을 지금처럼 5%로 하고 1조 6천억 원을 발행하려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대구행복페이 2022년 9월 중순 '매진'···2023년은 더 빨리 소진될 듯
대구행복페이의 경우 2022년 9월 중순부터 예산이 다 소진돼 충전이 안 되고 있습니다. 만약 2023년에 예산이 더 준다면 충전 중단 시기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대구행복페이는 2020년에 도입된 이후 매년 예산이 다 소진돼 충전이 중단됐습니다. 2022년이 중단된 시기가 9월 중순으로 가장 빨랐습니다.

송지현 사단법인 시민정책공방 지역순환경제센터 센터장 "동백전도 2020년에 예산이 부족해서 캐시백 지급이 중단됐고요, 2022년은 중단은 아니고 예산이 빨리 소진되니까 충전 한도를 월 5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그리고 캐시백 요율을 10%에서 5%로 낮춰서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정책이든 연속되지 못하고 계속 변경되면 신뢰를 얻기 어려운데요 대구행복페이나 동백전이 딱 이랬습니다.

충전됐다가 안 되고, 어느 달에는 캐시백이 10%이다가 다음 달에는 5%고, 또 충전 한도도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이러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잘 안 쓰게 되는 거죠.

사실 지금 대구행복페이나 동백전 같은 경우는 결국 예산이 있을 때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기도 합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취재하면서 대구의 소상공인분들을 만나보면 할인율이 줄어든다면 행복페이를 이용해 밖에서 돈을 쓰고 가게에서 손님 돈을 받는 구조가 지금처럼 잘 굴러가지 않을 것 같다, 지금 한도가 30만 원이라서 꽉 채워 쓰면 월 3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 건데 여기서 더 줄어들면 굳이 사용을 안 할 것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캐시백, 할인이 줄어들면 지역화폐의 본래 취지인 선순환구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역화폐와 연계된 택시호출앱·공공배달앱···예산 줄면 타격 '불가피'
2021년 부산에서는 동백전과 연계한 택시호출 공공앱 '동백택시'가 시작됐습니다. 기사 입장에서는 중개 수수료가 없고 손님들은 동백전으로 결제하다 보니 택시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동백전 예산이 부족해서 캐시백 지급이 중단되거나 충전 한도가 축소된다면 택시업계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부산에 '동백택시'가 있다면 대구에는 공공 배달앱인 '대구로'가 있습니다.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적어서 부담이 줄고 소비자는 대구행복페이로 결제하면 5%를 추가로 할인해주는데요.

그래서인지 2022년 상반기 대구시민 5명 중 1명은 '대구로'를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대구행복페이가 예산이 부족해서 중단된다면 이 '대구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고요.

그러면 소상공인은 수수료가 많은 민간기업 배달앱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거죠"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 삭감 방침에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장들 "반대"···대구만 "입장 없음"
시민, 소상공인, 택시, 배달까지 많은 곳에 영향을 주고 있는 지역화폐. 정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을 때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단체장 중 16곳이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부산시 "코로나 19 이후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국비 지원 필요"

서울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합리적 결정 필요"

경북도 "발행 규모 급감에 따라 사업에 어려움 발생"

강원도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여건 감안하면 국비 지원 절실"

그렇다면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는 유일한 곳은 어디였을까요?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시만 유일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예산이 삭감되면 당장 2023년부터 시민들이 대구행복페이를 못 쓸 수도 있는 건데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거죠.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민 8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됐는데 대구시민을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비 지원 없다면 2023년 필요한 예산 대구 5백억, 부산 8백억
대구시가 2022년에 지원받은 국비는 387억, 부산시는 591억 원입니다. 만약 2023년 예산에서 국비 지원이 전액 삭감되면 특별한 해결책 없이는 2023년부터 지역화폐를 100% 시비로 충당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더 필요할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인센티브를 5%로 가정해서 계산을 좀 해보니까요, 대구시와 부산시의 목표인 1조 원, 1조 6천억 원을 발행하려면 대구시는 5백억, 부산시는 모두 8백억 원이 필요한데요, 현재 대구시가 잡은 2023년 예산이 2백억 원, 부산시는 5백억 원으로 부족한 상황이죠"

국비 지원에만 매달리는 대구시와 부산시
지역화폐 예산은 매년 부족했고, 또 해마다 국비 지원은 줄어들고 있었고, 심지어 2023년에는 국비 지원마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일단 지자체의 2023년 예산은 조금이라도 마련한 상황이지만 2024년, 2025년에는 지역화폐가 계속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렇다면 대구시와 부산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요?

반선호 부산시의원 "지금 부산시는 국비를 얼마나 확보하느냐, 얼마나 투입하느냐 말고는 뚜렷한 대비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천용길 뉴스민 기자 "대구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비에 매달려 있고 추경은 하겠다고 하지만 이외에 별다른 방안은 없는 상황입니다"

송지현 사단법인 시민정책공방 지역순환경제센터 센터장 "그동안 대구행복페이나 동백전을 홍보할 때 대구시, 부산시가 너무 캐시백, 할인만 집중 홍보했습니다.

사실 그런 이유로 가입자가 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화폐는 사용자가 늘면 늘수록 인센티브가 많이 필요하게 되고 예산이 많이 투입돼야 합니다.

결국 인센티브 지원은 계속하기엔 한계가 있는 정책인 거죠. 인천시 사례를 조금 말씀드리면요, 인천에는 인천e음카드라는 지역화폐가 있습니다. 구·군별로 1~2% 추가 캐시백을 소상공인에게 지원하고 가맹점은 자발적으로 1~5% 할인 혜택을 캐시백으로 시민들에게 지급합니다.

이렇게 하면 대구시나 부산시도 시에서 5%를 주고, 기초자치단체서 3%를 주고, 그리고 가게에서 2%를 주는 구조를 만들면 사용자들은 총 10% 인센티브 혜택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지역화폐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 구조의 캐시백 정책 만든 인천시···예산 적게 투입해도 시민은 5%~17% 혜택
인천시는 2022년 9월에 지역화폐 캐시백 정책을 바꿨습니다.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가게에서 사용하면 캐시백을 10%, 그 밖의 가게에는 5% 캐시백을 주기로 한 겁니다.

그러니까 인천시는 여러 구조를 만든 건데요, 어느 가게, 어느 동네에서 썼느냐에 따라서 캐시백이 다른데, 최소 5%에서 최대 17%의 캐시백 혜택을 얻게 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예를 들어서 제가 연 매출 3억 원 이하 가게에서 지역화폐를 쓰면 기본 10% 캐시백을 받겠죠? 또 추가로 구·군에서 주는 캐시백 2%를 받고 거기에 가게에서 자체적으로 주는 캐시백 5%까지 받으면 최대 17%까지 얻는 거죠.

이렇게 되면 인천시 입장에서는 10%만 지원해도 시민들은 17% 혜택을 얻는 겁니다. 시가 예산을 적게 투입해도 시민들은 혜택을 더 받게 되는 구조인데요.

게다가 인천시는 2023년 지역화폐 예산은 2,019억 원을 편성했어요. 아직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2022년 예산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국비가 0원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규모로 예산을 잡았다는 건 인천시가 지역화폐에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화폐로 대구 지역 내 총생산 증가 1.47%···부산은 예산 대비 소득 창출 효과 2.56배
2020년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구행복페이는 1조 원 발행할 경우 생산 유발 효과가 1조 4,800억 원이고 1.47%의 지역 내 총생산 증가 효과가 있다고 나옵니다.

2020년 부산연구원 조사에서는 동백전의 투입 예산 대비 소득 창출 효과가 2.56배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구와 부산에서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160만 명이 넘고 가입한 가맹점만 해도 22만 곳에 달합니다. 지역자치, 지역분권을 외쳐 오던 대구시와 부산시는 중앙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에 한 일종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예산보다 지역민들의 피부에 와닿고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팩트'까지 있다면 대구시와 부산시가 좀 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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