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문화방송은 지난 2022년, 달성군의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를 집중적으로 한 적이 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보도가 허위라며 법원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사실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심병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대구고등법원 제2민사부는 지난 7일 국립환경과학원이 대구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정정 보도 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보도가 진실하지 않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2심 재판부는 "남세균 DNA가 검출되었다면 남세균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 있기에 대구문화방송 보도를 허위나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수돗물 필터에 남세균 DNA가 있기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도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라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같은 것입니다.
2심 재판부는 또한 "남세균은 살아있을 때 간 독소와 신경 독소 등을 생성하여 세포 내에 가지고 있다가 죽으면서 이런 독소들을 배출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독소들은 장기적인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수돗물이나 수돗물 필터에 남세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 추가적인 검사와 분석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현미경 형태 분석만으로 녹조류만 확인하고 남세균 PCR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녹조 독소 전공)▶
"우리 수돗물에서 이런 검사들이 자주 이루어져야 되고 더 자주 하고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로 안 한다는 거는 사실 말도 안 된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
대구문화방송은 2022년 9월, 낙동강 인근 달성군 가정집들의 수돗물 필터에서 녹색 물질이 낀 사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며 그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이에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같은 해 10월 대구문화방송과 함께 달성군 현풍읍 한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녹색 물질에서 남세균의 존재를 증명하는 남세균 DNA가 검출되었고 대구문화방송은 이런 사실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국립환경과학원은 '살아 있는 남세균이라는 증거가 없고 남세균 DNA가 검출된 것이지 남세균이 나온 게 아니다'라며 허위 보도라고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대구문화방송의 보도에 대해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함께 MBC의 가짜 뉴스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대통령실이 MBC를 대표적으로 잘못된 방송이다고 이렇게 지침을 내린 것을 그대로 따라서 국립환경과학원이 나선 것이라고 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제라도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녹조 사태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윤종희, 그래픽 한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