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문화방송은 지난 2022년 대구의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 독소를 만드는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고 국립환경과학원은 법원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했습니다.
소송 10개월여 만에 재판 결과가 나왔는데, 재판부는 보도가 객관적 사실이라며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보도에 심병철 기자입니다.
◀기자▶
2022년 9월 대구시 달성군 현풍읍의 한 가정집의 수돗물 필터에 낀 녹색 물질을 부경대 연구진과 함께 조사했습니다.
검사 결과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만드는 남세균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승준 부경대 교수(녹조 독소 전공, 2022년 10월 12일 방송)▶
"마이크로시스틴을, 그러니까 남세균 독성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남세균이었습니다. 즉 가정집 필터에 있는 세균은 유해 남세균이었고요. 유전자 검사법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수돗물 안전성 논란이 이는 가운데 2022년 10월 대구문화방송은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와 함께 달성 현풍의 또 다른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 대한 공동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공동 조사에서 남세균 확인을 위한 PCR 검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맡았고, 생물체의 유전자 조각을 분석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는 경북대가 실시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서울대학교에도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를 맡겼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결과 0.1~5.3%의 남세균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도 국립환경과학원은 필터의 녹색 물질이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라고 발표했습니다.
정작 하기로 했던 남세균 PCR 검사는 하지도 않은 사실이 대구MBC의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대구문화방송은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자 국립환경과학원은 2023년 3월 허위라면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수돗물 필터에서 확인된 것은 남세균 DNA이지 살아 있는 남세균이 아니며 남세균 DNA만으로는 독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 제11 민사부는 2024년 2월 1일 국립환경과학원의 이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남세균 DNA 존재로 인해 수돗물 필터에 살아 있는 남세균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독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보도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 남세균이 없고 남세균 DNA만 있다고 해서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는 남세균은 살아 있든 죽었든 모두 위험할 수 있다는 대구MBC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하성협 변호사 (대구문화방송 법률대리인)▶
"국립환경과학원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비판하고 견제를 했기 때문에 그런 언론의 역할을 정당하게 수행한 것이 맞다, 그런 기존의 판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판결은 국립환경과학원이 국민들에게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이 검출되지 않아서 안전하다고 잘못 알린 사실을 바로잡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BC 뉴스 심병철입니다. (영상취재 장성태, 그래픽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