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 도심에 땅꺼짐 위험이 있는 '지하 공동'이 200개 넘게 확인됐지만 보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소식, 며칠 전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의 사각지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 10일 북구의 한 공중화장실 앞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요.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와 대로변 땅 밑에도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서, 땅 주인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방치돼 있습니다.
손은민 기자입니다.
◀기자▶
도시철도역 공중화장실 앞에 가로 3m, 세로 2m 구멍이 뻥 뚫렸습니다.
인도를 집어삼키고 땅이 꺼진 깊이만 4.2m, 성인 두 명 키를 훌쩍 넘습니다.
30년이 넘은 하수도관이 부서지면서 계속 샌 물이 콘크리트를 부식시켰고 지하에 생긴 빈 공간으로 지반이 내려앉은 겁니다.
지하안전법에 따르면 하수도관 주변 땅도 5년에 한 번 GPR 탐사를 해야 합니다.
땅속에 지반침하 위험 요인을 미리 확인하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싱크홀이 발생한 곳도 조사가 안 된 구간입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
"한 번에 북구 전체를 할 수 있는 예산이 없어서 지금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각 구·군이 대구시에서 예산을 받아 해야 하는데 여의찮고 조사할 곳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사각지대는 또 있습니다.
4층 건물 하나가 뚝 갈라졌습니다.
손이 들어갈 만큼 틈이 벌어졌습니다.
건물 한쪽은 옆으로 앞으로 기울었습니다.
건물 앞을 지나는 주민들은 불안하고···
◀이영애 대구 동구 주민▶
"불안하죠. 그리고 차(도시철도 열차)가 지나가잖아요? '구루루룽'하고 흔들려요,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안전불감증이잖아요. 이게 넘어져야 무슨 말이 생긴다니까? 지금 뭐 하루하루가 다르게 넘어가고 있잖아요."
건물주도 막막하긴 마찬가집니다.
◀강창완 지반침하 피해 건물주▶
"처음에는 지하철이니 구청이니 서로 탓하다가 지금은 '모르겠다'예요. 하수구를 중심으로 해서 집이 기울어지는데 구청에서는 자기 탓이 아니다···"
바로 인근 가게는 한쪽으로 땅이 꺼져 나무 바닥이 다 부서졌습니다.
식탁을 놔둘 수 없을 만큼 기울어졌습니다.
이곳은 도시철도 1호선이 지나는 땅입니다.
하수도관도 매설돼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물이 들어선 곳은 이런 지하 시설물 관리자가 GPR 탐사 같은 지하공동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하 안전을 더 촘촘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사고를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 취재 이동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