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땅 꺼짐 사고 위험이 있는 '지하 공동'이 대구 도심에 200개 넘게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3분의 2는 지표면과 가깝고 면적도 커서 즉시 복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지하의 빈 공간은 자칫 싱크홀로 이어져 대형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는데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석 달이 넘도록 보강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발밑이 위험한데 왜 이러는 건지, 손은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도로 가운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사방에 위치 표시와 숫자가 적혔습니다.
인근 왕복 8차로 도로 중간에도, 또 다른 도로 갓길에도, 같은 표시가 있습니다.
이 콘크리트 아래에 빈 공간, '공동'이 있다는 뜻입니다.
대구 도심 땅 밑에 지반 침하 위험이 있는 공동 204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구·군 별로 적게는 7개에서 50개 넘게 나온 곳도 있습니다.
대구교통공사와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가 도시철도 1, 2호선이 지나는 도로와 직경 500mm 이상인 상수도관이 매설된 곳 일대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조사는 2022년 5월부터 8개월 동안 전자파를 쏴서 땅속 구조를 확인하는 GPR 탐사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확인된 공동의 절반가량이 즉시 복구가 필요한 긴급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공동의 위치가 지표면과 아주 가까이 있거나, 면적이 4㎡를 넘어서 땅이 꺼질 위험이 큰 경우입니다.
이런 결과는 2023년 1월 대구시와 8개 구·군에 통보됐습니다.
하지만 보수 공사가 이뤄진 곳은 남구 일부 구간뿐입니다.
보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구·군이 많습니다.
◀대구시 A구 관계자▶
"관리 주체에서 지금 검사만 하고 복구는 저희한테 넘기는 상황이어서… 일단 건설과랑 상수도랑 (대구)시랑 해서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당장 한두 달 뒤면 여름철 집중호우기이고, 공동이 발견된 도로 주변에는 대규모 아파트 건설 공사나 노후 수도관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인 곳도 있습니다.
지반이 약해져 땅속 공동이 지금보다 더 커지거나, 땅꺼짐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유지형 경일대 건설방재학과 교수▶
"(특히) 상하수도관이 노후화된 부분, 공사를 위해서 되메우기가 불량하게 된 부분, 이 부분(에 생긴 공동)들은 싱크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예고 없이 (사고가) 오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매일, 마치 도심의 지뢰밭 위를 다닌다고 할 정도로 위험성이 높거든요."
자칫 큰 인명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땅 꺼짐 사고.
법을 새로 만들고 세금을 들여 도심 곳곳을 조사했지만 위험은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MBC 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 김경완, C.G.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