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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도심의 지뢰밭' 지반함몰 | 빅벙커


2022년 5월 17일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가로 30cm, 깊이 1m 규모의 지반함몰이 발생했습니다. 이곳은 공사장 앞의 도로로, 대구에서도 교통량이 많은 곳 중 한 곳이라 자칫 큰 사고가 발생할 뻔했습니다. 부산 역시 2022년 1월 20일 북구 만덕동의 한 도로에서 지름 1m, 깊이 70cm의 지반함몰이 발생해 경찰이 긴급 교통 통제에 나섰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지반함몰을 '싱크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정확한 용어는 아니라고 합니다.

유지형 경일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 "싱크홀은 석회암과 카르스트 지질이 있는 지역에서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석회암이 용해되어 생기는 것을 말하고요. 우리나라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것은 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싱크홀이라고 하는 것은 바르지 않아요. 그래서 한국지반공학회에서는 '지반함몰'이라는 용어로 정리했고요, 요즘 언론매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땅 꺼짐'은 국립국어원에서 제시한 용어입니다"

싱크홀이든 땅 꺼짐이든 지반함몰이든 땅속에 생긴 '빈 공간'인 '공동'이 그 위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해 큰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지반침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조금씩 발생하게 되어 예견도 되고 미리 조처를 할 수 있지만, '지반함몰'은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지반함몰은 1,176건

문제는 이런 지반함몰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지반함몰 발생 건수는 1,176건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로 217건이고, 충북 147건, 강원에서 125건이 발생했습니다. 부산은 104건으로 4위이고 대구는 22건으로 비교적 발생이 적었습니다.

유지형 경일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 "여기서 중요한 건 발생 면적이 1㎡ 이상이거나 깊이가 1m 이상이거나 인사 사고, 즉 사망, 실종, 부상이 있는 경우만 통계에 잡힌 것입니다. 또한 지반함몰 사례라고 알려진 발생 건도 언론매체에서 보도되거나 뉴스에 나온 큰 사건들이고, 통계에 잡히지 않은 발생 건수까지 포함한다면 지금보다 발생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반함몰 발생 시기를 계절별로 분석해 봤더니 부산의 경우 57%, 대구는 52%가 여름철에 발생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계절은 봄으로 부산시 36%, 대구시가 40%였습니다. 여름에는 장마철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화하기 때문에, 봄에는 겨울철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지반이 약화하였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지반함몰 원인의 절반 이상은 오래된 상하수도관

지반함몰은 땅속에 공동이 발생하고 그 공동이 확장되어 발생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땅속의 공동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상하수도관과 같은 지하 매설물의 파손입니다. 파손으로 누수가 생기면 이에 따라 지반이 약해지고 토사 유실로 공동이 생겨 지반함몰이 발생하는 겁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국토교통부가 2022년 1월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니까 가장 많이 발생한 요인은 매설물 손상으로, 특히 상하수도관 손상이 전체 54.5%이고, 최근 5년 동안의 절반 이상을 상하수도관 손상이 차지했어요. 이를 종합해 보면 결국 하수관로 매설물 손상이, 즉 노후한 상하수관로가 최근 5년간 발생한 지반함몰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상하수도관이 노후화가 되면 낡아서 깨지거나 금이 가고 그 사이로 물이 새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흙이 포화하여 지반이 약해지고 새어 나온 물은 땅속을 흐르게 되는데 이때 작은 흙 알갱이가 물과 함께 이동해 공동이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지반함몰로 이어지게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오래된 상하수도관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이남영 영남일보 기자 "2022년 6월 15일, 대구 북구 원대오거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알고 봤더니 상수도관 노후 파열이 원인이었는데요, 다행히 지반함몰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많은 시민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죠. 사실 상수도관은 잘 관리가 되는 편이지만 하수도관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제로 지반함몰 발생 원인으로 하수도관 손상이 상수도관 손상보다 훨씬 많이 집계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이전에 매설된 배관은 매설 연도조차 확인 못 해

상하수도관이 노후화됐다고 판단 내리는 기준은 통상 환경부의 정밀 조사를 받는 20년 이상입니다. 언제 매설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하수도관도 적지 않습니다. 1970년대 이전에 매설된 50년 이상의 배관은 매설 연도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여기서 짚어볼 것은 상수도관의 경우 매년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화율이 줄어들고 있어요. 하수도관 정비와 관련해 대구와 부산 두 지자체는 매년 예산을 200~300억 원 정도 쓰고 있는데, 이 정도는 간신히 현상 유지를 할 정도에 불과합니다. 노후 하수도관 비율은 대구는 70% 안팎 수준이고 부산시는 62%에서 63%로 늘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예산의 확대나 효율적 집행으로 풀 수 있습니다"

재개발에 지하철에···지하수 흐름 변동으로 생기는 지반함몰

도심에서 발생하는 지반함몰의 원인으로는 지하수 흐름의 변동도 있습니다.

요즘 대구와 부산에서는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도심의 지하에는 지하철을 비롯한 공동구 등 지하시설물, 지하매설관로 등을 설치하기 위한 지반의 터파기 공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터파기 공사로 지하수의 변동이 발생하게 되는데 지하수위가 높고 매립지가 많은 부산이 대구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지하수위의 변동으로 지반이 다져지면서 공동이 발생하기도 하고 지하수의 흐름에 따라 흙이 이동해 공동이 발생하게 되고 결국 이것이 지반함몰로 이어집니다.

이남영 영남일보 기자 "대구와 부산은 2000년대 초반에 '지하수 기초조사'라는 것을 했는데요. 하지만 이 조사 자체가 20년 전에 실시된 뒤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고, 그사이 도심 개발과 공사 등도 많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금의 자료는 20년 전의 자료라 신뢰도 확인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지반함몰 막기 위한 법률도 있지만···맨눈으로 지하 빈 공간 확인?

노후 상하수도관 때문이든 지하수 이동 때문이든 결국 공동을 찾으면 지반함몰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지하 공동을 찾기 위해 지표 투과 레이더 탐사를 각 지자체의 지하시설물 관리자들이 5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5년에 한 번이라는 한계가 있고, 지반함몰은 여전히 매년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반함몰을 막기 위한 법률도 있습니다.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인데요, 2018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지반침하의 우려가 있으면 지하시설물 관리자는 '지반 침하위험도 평가'를 한 뒤 결과를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통보해야 하고 위험이 확인되면 '중점 관리 대상'을 지정 고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국에 지반 침하위험도 평가를 했거나 시행 중인 경우는 부산 1건, 포항 2건, 당진 1건 등 모두 4건에 불과합니다.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 고시된 시설이나 지역은 한 곳도 없습니다.

유지형 경일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지하 시설물 관리자는 500mm 이상 상하수도관에 대해 1년에 1회 이상 육안 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육안 조사를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하라는 지침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땅속에 매설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맨눈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규정은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5년마다 하는 공동 조사···매년 못하나?

1년에 한 번 하는 '육안 조사' 말고도 5년마다 공동 조사를 하도록 규정도 되어 있습니다. 지표 투과 레이더인 GPR(Ground Penetrating Radar)이라는 장비를 주로 사용하는데요, 서울에서는 이 장비를 통해 지난 8년간 지하의 빈 공간 5,192개를 찾아 복구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에서 발생한 지반함몰은 최근 5년간 73건으로 경기도의 1/3, 충북의 1/2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매년 GPR을 이용하는 검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결론은 예산 문제 때문이죠. 대구의 한 지반탐사 전문 민간업체에 의뢰해 봤더니 도로 1km당 약 6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도로 폭이 커서 제대로 검사를 하려면 2번 검사해야 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사실상 1km당 1,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셈이죠. 그러니까 도시 전체를 조사하려면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인력 문제, 비용 문제로 매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하 매설물 통합 관리했더니···예산도 70억 아껴

지반함몰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상시적인 지하 매설물 관리가 필요합니다. 관리 주체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의 경우 2019년 KT,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유관기관과 전기, 가스, 안전공사 등이 모두 참여하는 '서울시 지하시설물 안전관리 협의체'를 발족했습니다. 각 기관별로 시행하던 지반 침하 조사 등은 서울시로 일원화하고 비용은 25개 기관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통합관리가 이뤄지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5년간 약 7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부산도 컨트롤타워가 있고 전담 인력도 7명이 배치되어 있지만, 대구는 컨트롤타워는 고사하고 담당 공무원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유지형 경일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 "도로 지하에는 지하철과 같은 지하시설물과 가스, 통신, 전기, 상하수도관 등 수많은 지하 매설물이 있습니다. 부산시의 경우 이를 담당하는 기관이 9곳이나 됩니다. 그래서 지반함몰을 전적으로 전담하는 부서가 필요합니다. 또한 관련 기관이나 부서를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나 TF를 가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받아 편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행정체계가 필요합니다. 대구시는 다행히, 운 좋게 지금까지 인명 피해가 없지만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이라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하 공동 조사 인력의 충원과 산학연관의 협력을 통한 기술개발도 필요합니다"

이남영 영남일보 기자 "지반함몰을 막는 방법의 기본은 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노후 상하수도관의 정비입니다. 노후 하수도관 예산도 현상 유지 수준을 뛰어넘어야 하고 문제가 있는 곳은 빠르게 보수해야 합니다. 세부적인 중장기 계획도 필요한데요, 결국 지자체의 적극적 예산 반영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 년에 2백 건 이상 발생하고 있는 도심의 지뢰밭 지반함몰. 매일 생활하는 도심 한가운데의 땅이 갑자기 꺼진다면, 또는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너무 불안한 삶 아닐까요? 소 잃기 전에 미리 외양간을 고칠 수는 없는 걸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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