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대구시민이 낸 전기요금은 1조 7,682억 원, 부산은 2조 4,664억 원입니다. 대구와 부산 시민들이 일 년에 낸 전기요금이 4조 원을 훌쩍 넘는 겁니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전기요금은 이보다 훨씬 많겠죠.
이렇게 도시민들이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강원도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동해안에서 부산까지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이처럼 전기 에너지는 '지역'에서 만들어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으로 공급되고 있는데요, 누구나 365일 24시간 내내 사용하고 있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에너지 정책의 전반적인 흐름 담겨 있는 전기 요금
우리가 내는 전기 요금에는 단순히 내가 사용한 전기의 요금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먼저 기본요금이 있고, 쓴 만큼 내는 전력량 요금, 그리고 기후환경요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RPS라고 신재생 에너지 의무 할당제 비용이나 ETS 즉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비용, 석탄발전 감축 비용과 같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제공에 드는 비용을 전기 요금으로 받고 있는 겁니다.
또한 전력산업 기반 기금이라고 해서 원자력, 태양력, 풍력 등의 다양한 에너지 기술 개발과 사업에 지원되는 비용을 우리가 전기 요금이라는 이름으로 내고 있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수도권에서 멀리···석탄 발전소는 수도권에 전기 보내기 쉬운 곳에
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발전원은 1위가 석탄 화력발전, 2위가 원자력, 3위는 천연가스입니다. 석탄과 원자력을 더하면 60%가 훌쩍 넘고 신재생 에너지는 6~7%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022년 현재 전국에 석탄 화력발전소는 57기가 운행 중이고 4기가 신규로 건설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24기가 운영 중이죠. 그런데 이 발전소들은 특정 지역에 모여 있습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많이들 아시겠지만 원자력 발전소는 동해 해안선을 따라서 영덕, 울진, 경주 월성, 부산의 고리원전까지 이어집니다.
유독 수도권에서 먼 바닷가 쪽으로 몰려 있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다수호기 동시 사고였잖아요? 우리나라도 이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봐야겠죠."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 "석탄 화력발전소는 주로 충청권과 강원도, 경상남도에 위치하는데요. 발전원 중에서 발전량 비중이 가장 높은 만큼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기 용이한 곳에 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021년도 전국 광역시도 전기 소비량을 살펴보면 1위가 경기도, 2위가 충청도, 3위가 서울이었습니다. 서울은 부산의 2.2배, 대구의 3배나 되는 전기를 더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이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얼마나 생산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력 자급률은 어떨까요? 부산의 전기 자급률은 212.9%인 반면 서울의 자급률은 12.7%에 그쳤습니다.
다시 말해 수도권이 사용하는 전기를 송전선로까지 깔아서 지역에서 만들어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재인 정부, 석탄 화력발전소 감축 공약 내세웠지만···
문재인 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 감축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LNG 교체 2기에 그쳤습니다. 석탄 화력발전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강원도 삼척과 강릉에서 2개의 민간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입니다.
전 세계가 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국민들도 함께 노력하고 있지만 한쪽에는 매연을 내뿜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지어지고 있는 겁니다.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 전 세계가 파리에서 지구 온도가 1.5℃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대응하기로 약속했고, 최근 들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자는 의견이 모였는데요,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흡수하는 탄소의 양을 똑같게 해서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에 선언했는데요,
우리나라는 화석연료가 국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57기의 석탄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규 석탄 발전소를 4기나 건설하고 있는 나라인 겁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자는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죠."
MB 집권 말기 확정된 신규 석탄 발전소 15기···지금까지 건설 중
석탄 화력발전소가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201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역대급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이때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겠다며 임기 말인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석탄 발전소 15기를 확정 반영합니다.
이후 빠진 것도 있고 추가된 것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총 7기가 계획대로 진행이 됐고 이 가운데 6기가 민간 기업이 지었거나 짓고 있는 겁니다.
2024년이 되면 'MB 석탄 벨트'가 완성되는데 이미 상업 운전을 시작한 충남 서천에 1기, 경남 고성에 2기에다 강원도 강릉과 삼척에 모두 4기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문을 열게 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선거 시절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 발전소를 모두 재검토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그러자 발전사는 공정률을 빠르게 높이기 시작했고 허가도 빠르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매몰 비용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결국 석탄 발전 사업 취소를 한 것은 당진에코파워 2기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삼척블루파워로 사명을 변경한 삼척포스파워에도 석탄 대신 LNG로 연료 전환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석탄 발전소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에 22조가 들었는데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사업에 17조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명 '제2의 4대강'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더 있어요.
공기업이 석탄 화력발전소를 지었던 공사비와 민간기업의 공사비를 비교해 보면 공기업의 평균 공사비는 1조 4,400억 원이었는데 대기업 즉 민간기업이 지으면 평균 2조 5,1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거예요.
이 늘어난 금액은 당연히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죠."
석탄 발전소, 경제성은 뛰어나지 않나?
그렇게 진통을 겪고 많은 돈을 들여서 지은 석탄 발전소, 전기 자체의 경제성은 어떨까요? 흔히들 석탄 화력발전이 싸다고 생각하지만, 탄소배출권을 고려한 비용을 적용하면 달라집니다.
우리나라는 몇 가지 기준에 따라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석탄 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니 당연히 탄소배출권을 많이 구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석탄 발전소는 탄소배출권 97%가량을 무상으로 지급받아왔습니다.
여기에다 석탄 발전소에서 1MW의 전력을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를 889kg까지 배출할 수 있게 한 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 발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가스 발전소는 389kg까지만 배출할 수 있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방법이 적용되어 있으니 석탄 발전소가 저렴해 보일 수밖에 없는 왜곡이 생기고, 기후 위기 시대에 석탄 발전소를 저렴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나중에 값을 다 치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0년에 환경부가 연료별로 다른 탄소배출권 할당 방식을 연료별로 똑같이 적용하고, 더불어 정부가 무상으로 주던 97%의 배출권을 90%로 줄여 탄소배출권의 부담을 10%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잘 안됐지만, 이렇게 했을 경우 석탄 화력발전소의 평균 발전원가는 50.7원에서 59.88원으로 16% 정도 비싸지고 LNG 발전소의 평균 발전원가는 55.56원에서 54.32원으로 2% 내려갔습니다.
결국 탄소배출권 비용을 똑같이 적용하면 석탄 화력발전은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조만간 탄소 국경세가 도입되기 때문에 석탄 화력발전소의 전기로 만든 물건을 생산했을 때 유럽에 수출하려면 엄청난 세금을 물게 됩니다.
석탄에 의한 화력발전소는 국가 기술력과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자연스럽게 사양길로 접어들 텐데 계속 석탄 화력발전을 고집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물건을 해외에 팔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생길지도 모르죠."
석탄 화력발전소, 30년 뒤에 문 닫는다는데···비용은 국민 몫?
이 때문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어렵게 지은 석탄 화력발전소는 앞으로 30년도 가동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재의 온실가스 규제와 재생에너지 목표만 따르더라도 기존 석탄 발전소는 물론 현재 건설되고 있는 발전소 역시 2040년 이후 이용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2050년에는 석탄 화력발전소의 경제성이 아예 상실되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간 기업들 입장에서는 큰 사업비를 들인 발전소가 일찍 문 닫을 수밖에 없다면 큰 손해인데 무조건 짓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현재 지어지고 있는 두 개의 발전소 모두 민간 사업자가 추진하고 있는데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겠죠.
'총괄 원가 보상제'라는 약속 때문입니다. 환경 규제가 강화돼 석탄 발전의 비용이 오르고 수익 악화로 이어져도 적정한 수익률을 보장받는 것이 총괄 원가제입니다.
원가가 얼마가 들든 석탄 발전사업의 원가에 적정 투자보수를 더해 정산하게 되는데 결국 민간 사업자의 이익 보장을 위해 증가하는 비용을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2024년까지 신규 석탄발전소 7기 완공···온실가스 5천만 톤 배출
현재 계획대로라면 2024년까지 신규 석탄발전소 7기가 모두 완공이 되는데 이들이 매년 뿜어낼 온실가스는 약 5천만 톤으로 추산됩니다. 온실가스 5천만 톤은 어느 정도일까요?
온실가스 5천만 톤을 줄이는 것은 한반도 면적 80% 정도의 아마존 우림을 보존하는 효과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온실가스 말고도 각종 대기오염물질 역시 배출됩니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먼지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노출되는 겁니다.
국내 석탄발전소가 모두 폐쇄될 때까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국내에 최대 2만 4,777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탄소중립이라는 국제 추세에도 맞지 않고 더 이상 경제성도 장담할 수 없는 석탄 에너지, 주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침해하면서까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 방향일까요? 지금이라도 멈추는 것이 미래를 위한 결정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