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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교통약자, 0.3%의 자유 | 빅벙커


얼마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시위는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에서도 이뤄졌습니다. 이를 계기로 '교통 약자 이동권'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동시에 정치적 소재로 소비되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장애인들이 왜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본질은 가려졌는데요, 교통 약자 이동권 시위는 사실 20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통 약자 위한 예산은 0.24%에 불과

2022년 대구와 부산에서 교통 약자를 위한 책정된 예산은 581억 5,229만 원입니다. 금액으로 보면 적지 않아 보이지만 대구와 부산의 2022년 예산이 24조 원이니 총예산의 0.24%에 불과합니다.

박용민 부산시인권센터 센터장 "여기서 교통 약자는 누구를 말하냐 하면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분, 어린이까지 나이가 많든 적든 여자든 남자든 장애의 유무를 떠나서 배려가 필요한 모든 분을 말하는 겁니다. 대구와 부산의 시민 10명 중 3명은 교통약자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거의 180만 명에 달합니다. 이 180만 명을 위한 예산이 0.3%도 되지 않는다고 하면 결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구와 부산의 교통약자 한 명에게는 얼마 정도가 배정된 걸까요? 대구와 부산의 교통 약자 총예산 581억 원을 대구와 부산 교통약자 179만 명으로 나누면 3만 2천 원이 나옵니다. 그러니까 1년에 교통 약자 한 명이 3만 2천 원의 교통편의 서비스를 받는 셈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다른 시와 비교해서 보니까 대구와 부산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더라고요. 8대 특·광역시 중에서 교통 약자 1인당 예산이 가장 많은 곳은 대전시로 1인당 4만 9천 원인데요. 대구는 평균에 조금 못 미치는 3만 9천 원으로 5위, 그리고 부산은 2만 7천 원으로 제일 낮았습니다. 1위인 대전과 2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거죠."

교통 약자 예산, 저상버스·지하철 엘리베이터·장애인 콜택시에 사용

이렇게 마련된 예산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버스와 관련된 예산은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데 쓰입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 승강 설비가 있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된 버스인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나 어린이, 임산부,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탈 때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구시와 부산시가 2022년 2백억 원 정도 씁니다.

지하철 예산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든지 열차 안에 노인 배려석, 임산부 배려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2022년에 부산은 3천만 원, 대구는 0원이 배정됐습니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 "사실 지하철 엘리베이터만 봐도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나 젊은 분들도 많이 사용하시죠. 교통 약자를 위한 예산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정말 기본적인 것들이에요."

비장애인은 거리에서 쉽게 손을 흔들면 택시를 탈 수 있지만 장애인, 특히 휠체어 사용자들은 일반 택시를 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휠체어 탑승 설비가 되어 있는 차가 별도로 필요한데 이런 장애인 콜택시에 대구와 부산이 382억 원 정도를 씁니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 10cm···예산 0원이 만든 틈

교통 약자를 위한 예산 0.24%, 하지만 이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예산이 있습니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을 장애인들은 '크레바스'라고 부릅니다. 빙하 사이의 틈이라는 의미의 크레바스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죠. 2022년 3월 부산 연산역에서 시각장애인이 발을 허공에 디뎌 이 공간에 빠져 옆에 있는 승객들이 끌어올려 줬고, 동대구역에서는 어린이가 이 틈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대구와 부산에서는 이 틈을 줄이기 위해 고무 발판을 설치하거나 자동 안전 발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격이 10cm가 넘지만 여전히 고무 발판이 설치되지 않은 역은 8곳이며, 이 틈을 메울 예산은 없는 상황입니다. 부산 남포역의 경우 승강장과 열차의 간격은 18.5cm나 됩니다.

박용민 부산시인권센터 센터장 "저도 지하철을 탈 때 굉장히 조심하는데요. 밑을 보면 발이 빠질 것 같아서 아찔할 정도예요. 사실 발이 작은 아이들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들도 누구든지 빠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장애인도 위험한데, 휠체어를 사용하는 분들 경우에는 그 틈에 바퀴가 끼면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실제 부산 지하철의 틈 문제는 계속 부산시의회에서 지적됐던 문제인데 '스크린 도어 설치하면 문제없을 거다' '구조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이다' '승객이 탈 때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서 이 틈을 줄이기 위한 예산은 없는 상황인 겁니다."

대구도시철도는 2016년과 2017년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을 다시 측정해 새로 고무 발판을 설치했습니다. 곡선 구간에는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발판이 올라오는 자동안전 발판을 설치하면서 현재 10cm를 초과하는 승강장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발빠짐 사고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대구에는 최근 5년간 발빠짐 사고가 5건 있었는데 모두 도시철도 1호선 동대구역에서 발생했고 최근에는 어린아이가 빠졌습니다. 발이 작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휴대폰 보고 가다가, 여행 가방이나 장바구니 바퀴가 걸려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이 틈 문제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고령자까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사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5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탈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

교통 약자를 위한 예산 대부분은 저상버스 구입비와 장애인 콜택시 운영비에 쓰입니다. 대구에서는 '나드리콜', 부산에서는 '두리발'이라고 부르는데요. 교통 약자들은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을까요? 이런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청한 뒤 보통 한 시간 정도씩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론적으로 15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데요, 왜 하필 150대 1의 경쟁률일까요?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서 보행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대꼴로 특별교통수단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그러니 최소 경쟁률이 150대 1인 거죠. 그런데 이 150명에 1대라는 기준에 명확한 근거가 없어요. 2019년 전까지는 200명당 1대였거든요?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당시 100명당 1대로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것만 봐도 근거 없이 그냥 '해줄게' 선언하면 되는 기준인 겁니다."

이 기준이라도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요? 교통약자법 시행규칙에 따라 계산해 봤더니 부산은 법정 대수의 89%, 대구는 75%밖에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으로는 150명당 1대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부산과 대구에서는 183명당 1대꼴로 운용 중인 셈입니다. 전국 17개 시도 중 법정대수를 충족한 지자체는 서울과 경기, 경남 이렇게 세 곳뿐입니다.

박용민 부산시인권센터 센터장 "대구와 부산은 전국에서 경기도 다음으로 특별교통수단 이용 실적이 많은 곳입니다. 그만큼 특별교통수단이 필요한 분들이 많고 많이 이용한다는 거죠. 그런데 운행되는 차는 적으니 1시간, 2시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죠. 또한 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차를 운전하는 인력도 충원해야 합니다. 실제 부산은 운전원이 없어서 차가 놀고 있어요. 두리발이 총 187대가 있는데 운전원은 173명이거든요? 그러니까 14대가 쉬고 있는 겁니다."

3대 중 2대는 보내야 탈 수 있는 저상버스

부족한 것은 장애인 콜택시만은 아닙니다. 부산의 경우 전체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는 29%입니다. 휠체어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목적지에 가는 버스 3대 중 2대는 그냥 보내야 하는 겁니다. 대구는 부산보다는 조금 높은 39% 정도 운행되고 있지만 그래도 절반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박용민 부산시인권센터 센터장 "그나마 있는 저상버스도 모든 노선에 있는 게 아니에요. 번화가나 중심지에 가는 저상버스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어요. 결국 이 말은 휠체어 사용자는 가고 싶어도 저상버스가 운행하지 않아서 못 가는 곳이 있다는 거죠. 저상버스는 휠체어 사용자만 편한 게 아니거든요? 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르신들이나 아이들, 짐을 들고 타기도 훨씬 편안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빠르게 확대해야 하죠."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 "정부가 2021년까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 목표치를 잡은 게 있어요. 서울은 65%, 광역시는 45%, 9개 도는 32%로 정했는데 그 어떤 곳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어요. 이건 이번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달성한 적이 없어요. 교통약자법이 개정되면서 시내버스는 2022년부터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때문에 앞으로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그리고 각 지자체가 저상버스 도입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상버스를 도입하는 것도, 특별교통수단 운영도, 결국 예산이 투입되어야만 가능합니다. 지난 5년 동안 부산과 대구는 저상버스와 특별교통수단에 각각 907억, 1,082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는 특별교통수단 대수, 저상버스 목표 보급률을 맞추기 위해서는 예산의 우선순위, 그리고 의지와 직결되는 문제일 것입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상버스의 경우 비용은 국토부에서 절반을 지원하는데요. 정부가 목표로 세웠던 보급률을 맞추려면 약 2,500억 원 정도가 필요해요. 그런데 2022년 국토부 저상버스 예산이 깎여서 최종 결정된 게 985억 원이에요. 정부가 약속한 건데요 필요한 예산 절반도 투입하지 않는 거죠. 교통 약자, 특히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이라는 생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거라고 봅니다."

교통 설계할 때부터 교통 약자 고려해야

교통 약자 예산은 소수만을 위한, 장애인만을 위한 예산일까요? 그래서 0.24%의 비중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어릴 때 다 교통약자이고 나이가 들면 다시 교통약자가 됩니다. 영국은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이고 일반 택시에 휠체어 사용자도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기차와 플랫폼 높이가 같아서 미리 전화하고 직원을 기다리고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기차를 탈 수 있습니다.

박용민 부산시인권센터 센터장 "이 문제는 처음에 교통 설계를 할 때 장애인이 버스를 탄다, 택시를 탄다, 기차를 탄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설계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이제 와서 보니 문제가 많잖아요? 그러니까 여기 예산 조금, 저기 필요하다면 조금, 이렇게 땜질하듯이 해오다 보니 해결은 안 되고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교통 현실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한국에 온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나아가 거리에서 장애인이 잘 보이지 않는 거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장애인이 많지 않아서가 아니라, 장애인이 대중교통 이용을 안 했던 게 아니라, 못해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장애인이 지금 겪고 있는 교통 현실은 과거에 어린이였고 미래에 고령자가 될 우리 모두의 과거이면서 미래인 것은 아닐까요?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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