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반려동물.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의미가 더해져서 ‘반려‘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 세대가 넘었습니다. 다들 처음에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입양해 가서 사랑을 주고 아끼고 키웠겠지만, 이렇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느는 만큼 유기 동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유기된 동물은 백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유기 동물···휴가철에는 20~30% 증가
문제는 이렇게 유기된 동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6년 8만 9천여 마리에서 2018년 12만 천여 마리, 2020년에는 13만 마리가 넘는 동물이 잃어버리거나 버려졌습니다. 1년 중에서도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이나 명절 때 집을 나가거나 주인이 버리는 동물 수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정성용 캣치독 총괄팀장 “휴가철인 7월과 8월이 되면 다른 달보다 20~30% 정도 늘어납니다. 이 시기에는 봇물 터진 듯한 구조 요청 제보가 들어오는데요, 휴가지에서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환경 좋은 사설 보호소에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4년간 키우셨는데 임신했다고 파양된 사례가 있어 연대 단체에서 구조해 입양 보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버려지는 이유와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매일 357마리 버려져···"병에 걸려서"
2020년 기준으로 매일 357마리의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는 셈인데요, 왜 이렇게 많은 동물이 유기되고 있을까요?
정성용 캣치독 총괄팀장 “현장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이유가 질병에 걸려, 나이가 많아 치료비가 비싸서 금전적으로 감당하기 벅차다는 것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 또는 더 마음에 드는 동물이 눈에 보여 반려동물을 교체하는 경우도 있고요, 혼자 사는 사람의 경우 자기가 받은 스트레스 화풀이 대상으로 여기고 부부의 경우는 이혼, 이성 친구의 경우 이별,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네 명 중 한 명 "반려동물 양육 포기 고려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에 한 국민 의식 조사를 보면, 반려동물의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26.1%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 조사에서 파양을 고려한 이유의 67%가 ‘물건 훼손과 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와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함’ 등으로 나왔어요. 그런데 비용이나 동물의 짖음과 같은 문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키우기 전에 미리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전 지식이나 별다른 고민 없이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다는 게 문제인 거죠”
동물보호센터에 간 유기 동물, 죽을 확률 46%
유기된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우여곡절 끝에 구조되더라도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 들어가고 13일 뒤에 죽을 확률은 50%에 달한다고 합니다.
박순석 동물메니컬센터 원장 “2020년의 경우 전국의 유실·유기 동물은 13만 마리가 넘는데 이 중 분양은 30% 정도 되었고 안락사는 약 21% 정도입니다. 자연사까지 포함하면 생명을 잃게 된 동물들은 46%로 거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현재 유실·유기 동물에 대한 지원은 10일까지만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10일간의 유실·유기 공고를 하고 그 기간이 끝날 때까지 입양되거나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안락사를 피하기 위해서 후원을 받아서 겨우겨우 이어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안락사를 담당하는 수의사로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도 계시죠”
유기 동물 한 마리당 비용, 대구 18만 원·부산 11만 원
2020년의 경우 유실·유기 동물 한 마리당 비용이 대구는 18만 원, 부산은 11만 원 정도 듭니다. 얼핏 돈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돈은 동물보호센터 운영비와 인건비, 치료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입니다. 버려진 동물들은 다치거나 병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용으로는 사료와 치료에 쓰기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치료에 한계가 있고, 많은 유실·유기 동물들이 자연사나 안락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사실 지자체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대구는 마리당 18만 원, 부산은 11만 원인데 대전의 경우는 39만 원이고 서울은 25만 원입니다. 이게 어떤 차이냐면 대구의 경우 자연사와 안락사를 합쳐서 49%이고 부산은 55%입니다. 그런데 대전의 경우는 24%이고 서울은 31%입니다. 거의 2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납니다. 결국 유실·유기 동물 마리당 비용이 많을수록 유실·유기 동물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겁니다”
의무화됐지만···44.8% "동물등록제도 잘 모른다"
예산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예방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2014년 1월 1일부터 동물등록제를 시행했습니다. 동물의 보호와 유실, 유기 방지 등을 위해 고유번호를 부여해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의무 시행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2020년의 경우 전국 반려견 6백만 마리 가운데 232만 마리만 등록돼 등록률이 38.6%밖에 되지 않습니다.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동물등록제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은 44.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물등록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1차 적발되면 과태료 20만 원, 2차 적발에 40만 원, 3차 적발되면 60만 원이 부과되지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동물 미등록과 관련해 위반 처분 실적을 살펴봤더니 대구가 0건, 부산은 5건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단속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런데도 0건, 5건이라는 건 제대로 단속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죠. 결국 동물등록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성용 캣치독 총괄팀장 “고양이의 경우는 개에 비해 등록 수가 현저히 낮은데요, 이 때문인지 고양이 유기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동물등록제 등록 여부 검사를 하려면 담당 공무원이 기기를 들고 다니면서 동물마다 스캔해서 등록을 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일일이 하기에는 인력 문제, 비용 문제 등이 발생합니다. 어쨌거나 위반 처분 실적이 차이가 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지자체의 의지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 등록을 매년 갱신하는 ‘등록갱신제‘를 도입했고, 갱신 의무 이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인식표 색도 바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인이 바뀌거나 주인이 주소지 등을 옮기면서 등록 갱신을 하지 않을 경우 1차 5만 원, 2차 10만 원, 3차 20만 원 등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지만 역시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유기 동물보호센터 지자체 직영했더니···안락사율 '뚝' 떨어져
경주시의 유기 동물보호센터는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합니다. 시설부터 미용사나 수의사 등 전문인력을 갖추고 깨끗하고 건강하게 관리를 하고 있으니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안심할 수 있으니 입양률도 높아졌습니다. 경주 말고도 대전과 서울의 경우도 직영으로 운영 중인데요, 대전의 경우 54억 원의 예산을 들여 동물보호소 안에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전담 공무원 9명에 16명이 동물 복지 운영을 전담하고 수의사 2명, 환경미화원 4명 등을 두고 관리했더니 2021년 기준 안락사율이 7%로 전국 평균 16%의 절반보다도 더 낮습니다.
박순석 동물메니컬센터 원장 “대전의 경우 주인이 다시 찾아가는 반환율도 높은데요, 36%로 전국 평균 12%의 세 배 수준입니다. 이런 반환율은 지자체가 얼마나 동물등록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실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지자체가 의지를 갖고 직접 운영을 하면 유실·유기 동물이 제대로 관리되고, 그러면 입양률이 높아지고, 입양률이 높아지면 유실·유기 동물의 안락사율도 낮아지는 등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구조라고 생각합니다”
"분양 말고 입양"···지원 제도도 뒤따라야
매년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 규모 속에서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를 계속 확대하기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분양 말고 입양을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유기 동물의 입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입양할 때 혜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경기도 수원시와 세종시의 경우 유실·유기 동물 입양비 지원을 해 주고 있습니다. 진료비도 한 마리당 15만 원 한도로 지원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시의 경우도 지정 동물보호센터에서 유기견을 입양한 경우 펫 보험에 가입해 주는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펫 보험에 가입하면 반려동물이 상해나 질병으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 치료비와 수술비를 연간 천만 원 한도 내에서 60% 보장받을 수 있고,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반려동물에게 피해를 주면 배상책임 손해도 함께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부산시의 경우도 유기 동물 입양 시 치료비 지원 등의 항목으로 마리당 최대 15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장난감?···결국 문제는 시민의식
안락사보다는 분양이 좋은 방향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시민의식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직 개와 고양이를 살아있는 장난감,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많습니다. 집을 지킨다며 마냥 묶어두거나 즉흥적으로 동물을 선물하거나 개와 고양이를 가정에서 번식시키는 행위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인식은 결국 동물을 누군가에게 떠넘기거나 슬그머니 풀어두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박순석 동물메니컬센터 원장 “동물을 유기하는 사람은 당당하고 오히려 ‘펫티켓‘을 준수하는 다수의 반려인이 유기 동물을 발생시키는 잠재적 범죄자로 오해받고 눈치 보는 실정입니다. 의무를 다하는 반려인은 존중받고 동물을 학대하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물 소유자는 처벌받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동물 입양은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동물 등록, 동물 건강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이 그 시작이죠. 부득이하게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물을 입양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번식을 시키는 행위는 동물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동물을 유기시킬 잠재적 소인이 증폭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저는 입양이나 분양할 때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외국의 경우 입양이나 분양을 쉽게 하지 않습니다. 사전 교육을 받아야 하죠. 동물 사랑, 동물 보호, 동물 권리 등에 관해서 어릴 때부터 교과목의 하나로 교육을 하니 자연스럽게 동물을 이해하고 아끼고 사랑하게 됩니다. 저는 분양 혹은 입양자들은 미리 사전 교육을 통해 동물을 키울 때 발생하는 어려움, 부담 등을 인지하고 제대로 반려동물로서, 가족으로서 케어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분양이나 입양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주인에게 버림받고도 주인이 자신을 버린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어느 강아지의 사연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슬픔과 아픔을 모를까요? 그렇다면 ‘반려’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지 않았겠죠. 키우던, 혹은 같이 살던 동물을 버리는 행위는 자신의 양심과 인간성을 함께 내던지는 일이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