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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전기는 지역의 눈물② 원자력발전 | 빅벙커


2021년 대구시민이 낸 전기요금은 1조 7,682억 원, 부산은 2조 4,664억 원입니다. 대구와 부산 시민들이 일 년에 낸 전기요금이 4조 원을 훌쩍 넘는 겁니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전기요금은 이보다 훨씬 많겠죠.

이렇게 도시민들이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강원도에서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동해안에서 부산까지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습니다.

이처럼 전기 에너지는 '지역'에서 만들어져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으로 공급되고 있는데요, 누구나 365일 24시간 내내 사용하고 있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윤석열 정부 "탈원전 정책 폐지"···부산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노후 원전의 연장 운행 등을 통해 원전의 발전 비율을 높이겠다는 건데요.

원전 관련 산업계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R&D 투자, 원전 수출, 차세대 원전 기술 소형 SMR 개발 등 그야말로 원자력을 밀어주겠다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동해안 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분포돼 있습니다. 화력발전이 강원도 지역 현안이 된 것처럼 원자력 역시 경북과 부산의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부산-경주-울산에 거쳐 원전은 16곳이나 됩니다. 부산에 6기(고리 1~4, 신고리 1, 2호기), 경주 6기(월성 1~4, 신월성 1, 2호기), 울산에 2기(신고리 3, 4호기), 울주군 서생면에는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 중이죠.

조금 더 올라가면 경북 울진에도 한울 1~6호기가 있고, 신한울 1, 2호기가 건설 중입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부산은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입니다. 전 세계 가동 원전 수가 441기인데요, 이 중 70%가 한 부지에 1기 또는 최대가 2기 이내입니다.

오직 6%만이 한 부지에 6기 이상이 설치되어 있는데 부산은 한 부지 안에 6기가 있으면서 인구 300~400만 도시지요.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심각한지 알 수 있는데요. 다수호기 문제가 처음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도 4기가 모여 있다가 한꺼번에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부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1년 앞두고서야 정지···고리 2~4호기도 수명 완료일 '눈앞'
문제는 원전 상당수가 노후화됐다는 점입니다. 실제 부산 고리 1호기가 영구 정지 1년 전인 39년 만에 원전을 정지했고, 나머지 고리 2~4호기도 설계 수명 완료일이 2023년에서 2025년까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면서 원전 24기를 2038년까지 14기로 줄여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원전 정책이 폐기됐습니다. 있는 원전은 그대로 쓰고 노후화한 원전도 수명을 늘려 쓰고 신규 원전도 지어서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겁니다.

그렇다면 80년대 지어져 2023년이 수명 만료인 고리 2호기도 멈추지 않고 계속 사용하게 된다는 뜻일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해 3천억 원이 투자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고리 2호기의 안전성을 갖추는 데 이 3천억 원이 모두 쓰이는 게 아니고 그 중 약 1,300억은 주민의 의견 모으는 데 쓰이고, 또 약 800억 원은 연장 가동 가능성을 조사하는 연구비에 쓰입니다. 결국 남은 8~900억 원 정도만 노후 설비 개선에 투자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후속 조치로 재가동을 위한 안전성 개선을 위해 호기당 2조 원 정도의 비용을 투입했는데, 우리나라는 호기당 평균 200억 원 정도 투입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적은 예산으로 참으로 걱정됩니다. 건설 비용도 우리나라 원전 건설비가 가장 싸거든요? 중국 원전 건설비보다도 싸니··· 너무나도 취약한 안전 문화를 보여주고 있어 우려됩니다"


'수명 연장 추진' 고리 2호기 가동 3일 만에 정지···"조사 중" 정보 차단

얼마 전에는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고리 2호기 노후 원전이 가동한 지 3일 만에 소내 차단기가 타서 정지된 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보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 "이런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면 해당 지역에 당연히 영향을 미칩니다. 단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해당 지역 주민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발전시설이 들어서기 전에 진행되는 것은 소수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뿐입니다. 모든 주민이 발전소가 건설되는 사실을 알고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에 대해,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없이 모두 알게 하고 각자의 삶에 대해 다시 계획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어떤 시설이 있는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까요"


원전 대가로 받는 법적 지원금의 1.9%만 주민 건강 지원 사업에 사용

석탄 화력발전처럼 원자력 발전 역시 지역자원시설세를 내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전력 1kWh를 발전하는데 1원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고리원전의 경우 이 돈을 해당 지자체에 내는데 매년 280억~350억 원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기장군이 65%, 부산시가 35%를 가져가게 됩니다. 지역의 세수가 되는 거죠. 2021년 기장군이 받은 법적 지원금은 80억 원 정도인데요, 일반 기초지자체의 역할인 마을 지원사업이나 교육 사업에 쓰였고, 가장 중요한 건강증진 지원 사업에는 겨우 1.9%만 쓰였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수원의 고리원자력본부가 쓴 지원사업 중 억대가 넘는 사업들을 살펴보니 인근 학교 원어민 영어 강사 지원, 초중고 학력 신장 프로그램, 원전 최인근 지역 선진마을 조성 프로젝트, 주변 지역 자매마을 일체감 조성 등에 주로 쓰였습니다.

지원금을 주민 보상이나 마을 발전 기금으로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안전이나 건강에 대한 지원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은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은 결국 모두 주민들이 그대로 감수하고 있다는 거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부산 인구 70% 포함···정부 지원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모든 곳에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만약의 경우 방사성 누출 사고가 났을 때 피해 거리를 예측해서 시행하는 단계별 주민 보호 체계를 의미합니다.

부산시는 그동안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원전 반경 20~21km로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법이 정한 최소한의 범위였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2021년 말 이를 30km로 확대하는 안을 승인했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원전에서 30km 넘게 떨어진 지역에서도 당사선 누출 피해가 실제로 확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30km까지 비상계획구역이 늘면서 부산에서는 기장군, 해운대구, 금정구 3개 지역에서 부산 10개 구·군으로 확대됐습니다. 영향을 받는 시민도 46만 1,844명에서 235만 3,300만 명으로 부산 인구의 70%가 포함됐습니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면 어떤 절차가 진행될까요? 3~5km에 있는 인근 주민을 우선 방호 물품, 대피 물품과 함께 먼저 대피시키는 '예방적 보호구역'이 있고, 그 외 지역은 '긴급 보호조치 구역'으로 방사능 평가와 환경 감시를 거쳐 보호조치가 이뤄집니다.

이를 위해 전담 인력과 장비 물자도 확보하고 비축할 창고도 지어야 합니다. 주민 훈련과 교육도 필요하니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합니다. 부산시는 향후 5년간 143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제는 예산 마련입니다. 부산시는 전체 예산 가운데 45% 정도를 국비로 끌어 쓴다는 계획이었는데요, 부산시가 행안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민관군을 동원, 통제하는 방재를 담당하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행정안전부로 이관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술 지원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방사능 방재가 규제 행위가 아니잖습니까? 지자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고요. 예산 확보가 보다 수월한 행정안전부로 일원화하는 부처별 업무 조정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핵폐기물 포화율 72%···10년 안에 국내 원전 절반 가동 멈춰야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핵폐기물인데요. 일본에서도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해서 국제적인 걱정거리인데 우리나라도 핵폐기물을 더 이상 저장할 수 없을 만큼 목 끝까지 차오른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원전 전체의 포화율은 72%에 달하는데요, 경북 울진 한울 원전의 저장률은 90.7%로 2032년이 되면 꽉 차게 됩니다. 월성 원전의 경우 저장률이 99.2%로 이미 포화 상태에 다다랐습니다. 이대로라면 10년 이내에 국내 원전의 절반이 가동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러자 2021년 말 정부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영구 저장시설로 이동하기 전까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에 한시 보관하도록 규정했습니다.

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조차 핵폐기물 임시 저장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영구 저장'이 아니냐는 우려에서입니다.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폐기물이 쌓일 수밖에 없는데요, 정부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원자력을 더 늘리자고 하는 것일까요?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지난 40년간 해결 못했던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처리장', 지금 바로 진행해도 37년, 50년까지는 마련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한시적'이라고는 하지만 기약 없는 '영구 저장시설'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사용 후 핵연료 영구 저장시설'에 대한 고민 없이 원자력 비중을 높이는 것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입주부터 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임시 저장' 핵폐기물, '영구 저장'되나?
경주에 있는 월성 원전에는 건식 핵폐기물 저장시설인 맥스터 부지가 있습니다.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해 놓고 보니 저장할 공간이 부족해졌습니다.

용지 확보가 안 되면 발전소 문 닫게 생겼다, 이런 압박 속에서 정당한 주민과의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앞으로도 재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수명 연장과 추가 건설 모두 영구 처분장 확보를 전제로 정부를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 "월성 원전은 원자력에 대한 주민 찬반이 주민 갈등으로까지 이어졌던 곳입니다. 그 과정에서 얼떨결에 중저준위 방폐장도 떠안게 되었어요.

중저준위 방폐장을 만들면서 월성 지역에는 향후 고준위 방폐장을 짓지 않겠다는 조건에서 주민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그런데 지금처럼 원전 부지 내에 사용 후 핵연료 보관을 규정하면 고준위 핵폐기물을 월성에서 임시라는 이름으로 계속 보관하게 되는 겁니다"


핵연료봉 있지만 전기 생산 안 하면 지원도 끊겨···주민 안전은?

핵폐기물과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는 주민 지원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원전이 가동을 멈추면 지역자원시설세와 법적 지원금 둘 다 끊깁니다.

4년 전 가동을 중단한 고리 1호기도 전기 생산량이 없으니까 주민 지원은 더 이상 없습니다. 하지만 고리 1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해도 그 수조 안에는 사용 후 핵연료봉 485다발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열을 식히는 과정일 뿐 주민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2021년 9월 월성 원전에서 수조 내 핵폐기물 방사능 유출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2021년 발의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보면요, 원전 부지 내에 방폐장을 만들거나 핵폐기물을 보관해주면 지원금을 주겠다는 거죠. 한마디로 핵폐기물 떠안으면 지원금 주겠다, 그겁니다. 영구 처분시설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는데 말이죠"

원전, 경제성은 있지 않나?
이렇게 위험 부담도 크고 안전 비용도 많이 드는데 원전 정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만큼 원전이 경제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일까요?

전 세계 원전 비중은 1996년에 17.5%였지만 2020년에는 10.1%로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수출은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발전 단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 대비 2020년에 태양광 에너지는 가격이 90%가 떨어졌지만 원전은 33%까지 올랐습니다.

신재생에너지가 기술 발전으로 단가가 급속도로 낮아지는 추세에 비해 원자력은 폐기물 처리 비용과 발전소 해체 비용,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비용까지 추산하면 그 단가는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탄소 중립에는 유리하지 않나?

윤석열 정부는 '백투더 원전'의 논리로 '탄소 중립'을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화석원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원전을 가동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는 논리입니다.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 "원자력 발전 자체가 탄소가 덜 나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설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보았을 때의 탄소 배출을 고려해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더 정교하고 튼튼하게 건설해야 하고 그만큼 원자재나 에너지 등이 많이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가 얼마나 배출될지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 대응의 목표는 지속가능성입니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 확대가 옳은 방향입니다. 원자력 발전이 확대되면 재생에너지가 확대되기 어렵습니다. 원자력 발전은 시작과 중단이 어렵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출력과 상충합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요. 새 정부는 지난 2차 예산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 탄소중립 선도 프로젝트 지원 등의 탄소중립 관련 사업 8,017억 원의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전 결정은 수도권, 피해는 지역이?···전기 생산은 지역이, 소비는 수도권?
윤석열 정부는 K-원전 공약으로 원전을 강조하는 대선공약을 내세웠고 한덕수 총리도 최근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발언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시장 방향과 정반대라는 점과는 별개로 안전에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하는 원전 확대, 결정은 원전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가 거의 없고 사고 책임도 지지 않는 곳에서 하고 피해는 지역민이 입는 구조 아닐까요?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희생하는 곳 역시 지역민의 삶이 있다면 그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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