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곳곳에서는 수천억 원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다대포와 청사포에서는 해상풍력발전이, 명지와 장림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이 네 곳에서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하게 되면 발전사업자들이 1년 동안 벌어들일 예상 수익은 906억 플러스알파에 이릅니다. (906억 원은 해상풍력발전 두 곳 예상 수익입니다) 이 금액은 단순히 민간사업자의 이익에 불과한 걸까요?
발전사업자가 발전소를 짓고 전력을 만들면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전에 판매합니다. 이때 한전은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으로 발전사업자에게 돈을 지불합니다. 다시 말해 발전사업자가 1년 동안 벌어들일 906억 플러스알파는 시민들 지갑에서 매달 나가는 전기요금인 겁니다.
부산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뒤에는 '맥쿼리 그룹'
네 곳 사업자의 이름은 각기 다르지만 그 이름들 뒤에 숨겨진 또 다른 민간업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투자 전문기업인 맥쿼리 그룹입니다. 맥쿼리 그룹은 이미 부산시와는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부산의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부산시가 맥쿼리와 맺은 잘못된 협약 때문에 많은 세금이 맥쿼리 쪽으로 흘러가게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두 터널 운영으로 부산시가 지급한 재정지원금만 2020년까지 1,92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이 금액은 통행료와는 별도의 수입입니다. 사실 안정적인 사업 수익 때문에 맥쿼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게 거의 연금 수준이라고 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에 전국적인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너무 보급이 적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죠. 중앙정부에서도 방식은 좀 달라지고 있지만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간 부문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진 것은 많지 않습니다.
맥쿼리가 부산에서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크게 풍력과 수소연료전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풍력발전은 해기 청사포 해상풍력 발전사업과 다대포 해상풍력 발전사업 두 곳이고, 수소연료전지는 장림 수소연료전지와 부산 명지집단에너지 연료전지발전소 두 곳입니다. 네 곳 중 장림 수소연료전지를 제외하고 모두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상황입니다.
많은 주민은 발전소 들어오는 사실 몰랐고 구청은 "반대"했지만···
발전사업 허가까지 받았지만 주민들은 해당 발전사업에 대해 대부분 뒤늦게 알게 됐고, 우리 동네에 어떤 규모가, 정확히 어디에 발전소가 들어서는지 잘 모르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구청은 반대까지 했지만 발전소는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운대구청은 지역민과의 공감이 이뤄진 뒤에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청사포 해상풍력의 경우 해운대구가 '우려' 의견을 냈지만 산자부에서 허가심의를 할 때 지자체의 특별한 의견이 없다는 이유로 전기발전사업 허가가 났습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설 사하구청의 경우 "주민들이 반대한다"라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역시 허가가 났습니다. 각 구청은 "산자부 소관이기에 구청에서 허가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정보 자체를 잘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전기 발전사업은 3MW가 넘는 규모의 경우에 산업자원통상부에서 허가를 하는데요, 해당 지자체에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실질적인 의견 반영이 제대로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 발전사업 허가가 다 나고 이미 결정이 된 후에 주민들이 알게 되는 거죠"
주민들도, 해당 지자체도 정확히 아는 것 없이 발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데, '빅벙커'에서는 맥쿼리와 부산시가 맺었다는 MOU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협약서를 정보공개 청구했지만 부산시는 '비밀 유지조항'이 들어 있다는 이유와 내용이 공개될 경우 해당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공공재 이용하는 민간 사업···매년 수백억 원 '고정 수입' 거둬
그렇다면 업체는 어느 정도의 이익을 거두는 걸까요? 청사포 해상풍력 사업자 설명자료를 보면 영업수익은 매년 254억 원을 거두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인건비와 같은 영업비용에다 이자 비용 등을 빼면 당기순이익은 매년 고정적으로 195억 원이 됩니다. 다대포 해상풍력의 경우 영업수익은 매년 651억, 당기순이익은 49억 원 정도로 사업자 측에서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예를 들어 해운대 청사포 해상풍력의 경우 발전사업자 설명자료에 나오는 수익은 거의 고정이니까 엄청 안정적인 투자로 볼 수 있죠. 게다가 바다는 공유자원이라 큰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데요, 발전사업차 추정치대로라면 임대료는 매출의 3%로 비싸지도 않죠. 게다가 발전 원료인 바람은 공짜잖아요?"
반선호 부산시의원 "부산의 경우 이렇게 906억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이 발전사업 운영사를 통해 민간투자 회사인 맥쿼리로 들어가게 되는 건데요, 공공재를 이용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으면서 발전사업을 하는 건데 민간에서 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고 주민도, 지자체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맥쿼리, 영양·영덕에서도 풍력발전소 인수해 운영···'깡통회사' 된 뒤 손 떼
사실상 맥쿼리가 운영하는 발전소는 부산만은 아닙니다. 이미 영양과 영덕 풍력발전소도 맥쿼리가 인수했는데요, 발전소가 들어선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처음 이곳에 풍력발전소가 지어질 때 지역주민들도 발전소가 생기는 것은 잘 몰랐다고 합니다.
문제는 맥쿼리가 두 발전소를 운영하며 본인이 본인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로만 막대한 이익을 얻어갔다는 점입니다. 이런 고리대금으로 인해 회사는 '깡통회사'가 되어 버렸고 2019년 영양과 영덕 풍력발전소를 패키지로 매각하며 손을 뗐습니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외국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여기 회사들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요, 영양 풍력발전의 경우 맥쿼리가 신종자본증권이라는 걸 발행시켰더라고요. 매년 이자로 117억, 171억, 94억 이렇게 계속 나가고 있어요. 이건 은행이나 기업이 주로 자본을 늘리기 위해서 발행하는 건데 매년 이자가 100억 정도 나왔다는 건 15%에서 30%에 달하는 고리 이자인 거예요.
영덕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자율 25%가 맥쿼리로 들어가는 걸 찾을 수 있어요. 전환사채로 25% 이자가 발생한 건데, 매년 44억씩 이자로 빠지고 있어요. 2016년에는 매출액이 74억인데 이자로 44억을 가져갔어요. 매출액의 거의 60%를 이자로 챙겨간 거죠"
감사보고서에 나오는 걸 계산해 봤더니 영덕에서는 176억 원을 빌려주고 이자로 318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영덕과 영약 풍력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맥쿼리가 이자로만 약 883억 원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에 맥쿼리가 풍력발전 사업을 다른 회사로 매각해서 얻은 차익까지 더하면 더 많겠죠. 이렇게 판 돈은 결국 외국으로 가게 됩니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결국 이런 발전사업에 대한 직, 간접적인 피해나 불편함은 결국 주민이 감수해야 하는 건데도 발전사업으로 인한 이익은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지지 않고 특정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돼버린 거잖아요? 이런 식으로 사유화되다가 20년 뒤에 결국 노후화한 발전기만 지역이 떠안을 수도 있습니다"
반선호 부산시의원 "영덕과 영양의 사례만 해도 자기가 자기 회사에 돈 빌려주고 고리로 수익을 챙겨갔잖아요? 결국 이 돈들이 모두 우리 주머니에서 나가는 건데 지역에 골고루 배분되는 것이 아니고 민간의 영역에 너무 내버려 두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부산은 발전사업 시작 전이지만 수수료·이자는 벌써 지급
부산의 경우 아직 발전사업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벌써 특이한 부분이 발견됐습니다. 수수료와 이자가 벌써 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겁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청사포 풍력 발전 운영사인 지윈드스카이는 빚이 이미 49억 원가량 됩니다. 해상풍력 운영사의 돈은 GIG라는 모회사를 통해 맥쿼리로 가는데 GIG라는 회사 자체가 맥쿼리로 지급하는 수수료가 엄청 많습니다. 116억 원 정도 되는데요 GIG가 작년에 64억 적자였습니다. 그런데도 수수료를 이렇게 많이 낸다는 겁니다"
부산시 "외국기업들이 돈 벌어가는 걸 어떻게 이야기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맥쿼리로 지급되는 수수료에 대해 발전사업자 측은 "GIG의 투자 및 운영을 위한 임시적인 자금을 조달함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와 이자 비용"이라고 설명했고 어민들을 포함한 주민설명회도 충분히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부산시는 SOC 신산업이므로 자본에 대한 국가의 규제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한 외국기업들이 돈 벌어가는 걸 어떻게 이야기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한 마디로 부산시가 답변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답변할 입장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신재생발전 사업, 공적인 견제 방법 없나?
이렇게 지역 주민들은 어디에 발전소가 들어서는지도 모르고 지자체는 견제할 방법도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까요? 모든 신재생발전 사업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대부분의 지역에서 풍력발전 사업이 추진될 때 사업자가 신청하고 산자부가 검토하고 지자체에 의견을 묻는 순서로 진행되지만 제주도의 경우 이 과정이 좀 다릅니다. 사업자가 아닌 제주도청이 먼저 풍력 발전지구를 선정합니다. 그리고 그 지구 내에서 발전사업자는 허가를 받아 사업합니다. 이런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가 의지만 가진다면 충분히 과정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과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시민 모두가 골고루 함께 나눠야 할 소중한 자원이 정작 당사자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고 지자체에서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 채 특정 세력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