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지방 중소 도시의 평균 연령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소비 패턴도 고령층에 맞춰지다 보니 젊은이들이 떠난 지방 중소 도시의 서비스업도 점차 바뀌고 있는데요.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널드를 먹으러 수 십km 원정길에 올라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경북 북부지방의 사례를 통해 지역 소멸 위기의 양상과 그 의미를 짚어봤습니다.
이도은 기자입니다.
◀기자▶
안동의 한 중소기업 사무실.
직원 평균 연령이 32살이 채 안 되는 청년 기업입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구입하러 구미 원정길에 오릅니다.
◀맹진욱 구미 원정 유경험자▶
"구미나··· (맥도날드가) 제일 가까운 게 아마 구미인 것 같아요. 구미 가서 패스트푸드 사 와서 직원들한테 주고··· 간혹 사다 주면 직원도 좋아하니까···"
직장 때문에 김천에서 안동으로 이사 온 워킹맘 임민아 씨도, 안동에 맥도날드 체인점이 없어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임민아 맥도날드 원정 유경험자▶
"(주말에) 맥도날드에서 맥모닝 세트 먹으면서 여유를 즐기고 했었는데, 또 애들도 해피밀 세트를 먹고 싶다는 그런 얘기를 종종 하기 때문에 신랑이 퇴근길에 사 오기도 하고 그래요."
다양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매장이 경북 북부에도 많지만,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원조 격인 맥도날드 매장은 한 곳도 없습니다.
"이러한 아쉬움은 맥도날드 안동점이 양복점이 위치한 이곳에서 2003년까지는 영업을 했기 때문에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안동점은 경북 북부에서 유일한 맥도날드 가게였습니다."
당시 점주는 고인이 돼 정확한 폐점 이유를 알긴 어려웠습니다.
◀전성열 맥도날드 인근 가게 30년 운영▶
"수입이 자기한테 만족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가게를 그만둔 것이지, 정치적인 그런 이유로 '효순이 미선이(미군 여중생 압사) 사건 때문에 없어졌다.' 그건 아니에요."
맥도날드가 경북 북부 지역에 재개장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한국 본사에 직접 물어봤더니, "현재 안동시 내 입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적절한 부지를 찾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맥도날드만큼이나 젊은 층에 인기지만 역시 안동에 매장이 없는 써브웨이 측에도 같은 문의를 해봤습니다.
"예전부터 안동과 경북 북부 지역에서 예비 가맹주의 문의는 많았다"며, "계약을 위한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사업자들도 있었습니다.
공식 인터뷰는 거절했지만, 프랜차이즈 주 소비층인 청년 인구가 계속 줄어들어 안동에선 수익을 장담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청년 인구가 많아야 매장이 들어올 수 있는데, 거꾸로 맥도날드 입점이 자꾸 미뤄진다는 건 결국 청년들이 우리 지역을 앞으로도 계속 떠날 것으로 시장에서도 예측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신찬휴 국립안동대 취·창업 진로 본부장▶
"(어른들은) 패스트푸드니까 몸에도 안 좋은데 그런 거 왜 필요하냐고 얘기하지만 서울이든, 경기도든, 대구에서든 항상 먹던 거를 여기 와서도 먹고 싶은 것뿐이죠."
대구나 서울로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도 최소한의 소비 트렌드를 즐길 수 있어야, 지역 청년들의 고향 탈출을 조금이라도 돌려세울 수 있지 않을까요?
MBC 뉴스 이도은입니다. (영상 취재 배경탁, CG 황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