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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니] 마약과의 전쟁 | 빅벙커


우리나라는 마약을 엄격하게 다루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많은 시민이 우리나라를 '마약 청정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유엔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이 넘으면 마약류가 급속도로 확산할 위험이 있다고 보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마약사범 지수가 25를 넘겼고, 2021년에는 28로 증가했습니다. 2021년 마약사범은 1만 6천 명이 넘습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마약류 범죄는 암수 범죄입니다. 왜냐하면 혼자 조용히 투약하는데 주변에서 이걸 알고 신고하기 어렵죠. 그래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단속 건수의 28배까지도 보고 있거든요? 전문가들은 50만 명에서 100만 명까지도 추정하고 있어요"


마약은 연예인이나 유흥업소에서만 투약?
마약은 특정 유명인, 특정 직업군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더는 아니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50만 명에서 100만 명이면 전체 인구의 1~2% 정도, 그러니까 우리 주변 사람 백 명 중 한두 명은 마약과 연관돼 있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대부분 사람은 마약이라면 유흥업, 연예·예술계에 종사하는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2021년 마약류 사범 중 유흥업 종사자는 94명으로 0.6%, 연예·예술계가 72명으로 0.4% 정도였어요. 그런데 학생은 494명으로 3.1%, 회사원은 1,010명으로 6.3%였어요. 마약이 특정 직업군,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8년까지는 40~50대 중장년층에 많았다면 2021년의 경우 20~30대가 전체 마약류 사범 중 56%를 차지했습니다. 19세 이하의 청소년 마약류 사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마약류 사범의 65%가 향정신성의약품
우리가 보통 마약이라고 하는 것의 정확한 법률 용어는 마약류입니다. 마약류는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이렇게 3가지로 분류됩니다. 마약은 양귀비, 코카잎, 아편이 해당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약품이지만 오남용할 경우 문제가 생기는 약물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필로폰, 즉 메스암페타민도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합니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기도 하는데요, 2021년의 경우 전체의 약 65%에 해당했습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마약의 위험성은 '중독'에 있습니다. 약물을 남용하면 뇌가 파괴되어 도파민양이 줄어들게 되고 초기에 느꼈던 자극이 점차 줄기 시작하면서 더 효과를 보기 위해  약물 사용양을 늘리게 되죠. 파괴된 뇌는 정상화하기까지 1년에서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뇌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생활에서의 쾌감이나 즐거움, 행복감을 느낄 수 없게 되어 또다시 약물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마치 고리대금을 빌려 쓰다가 가산을 탕진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마약류는 다른 범죄자에 비해서 재복역률이 높습니다. 2019년의 경우 교정시설 출소자 중 마약류 사범의 재복역률은 48.4%로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재범률 또한 매년 30%를 훌쩍 넘을 정도로 높습니다.


처벌은 당연하지만 치료·재활도 필요
마약사범을 대하는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불법이니 처벌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런데 마약사범 중에서도 치료나 재활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책임 변호사 "마약사범은 치료, 재활이 필요해요. 초범 비율이 높기 때문이죠. 2021년 마약사범 중 초범 비율이 약 75%였어요. 초범의 경우 교도소에 복역하게 하면 거기서 상습 투약자는 물론이고 유통, 제조 사범까지 한 방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얻게 되죠. 수감의 목적인 교화가 이뤄지지 않는 거예요"

중독은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닌, 정신질환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단순 투약범, 초범은 중독이 심각해지기 전에 마약류를 끊을 수 있게 치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마약류 사범을 위한 제도로는 크게 교육, 치료감호, 치료보호제도가 있습니다. 먼저 법에 따라 모든 마약사범은 재범 예방을 위해서 200시간 이내 의무교육을 들어야 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사범 중 특수한 치료를 받아야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치료감호 처분을 받을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마약 중독자를 치료하기 위한 제도가 치료보호인데요, 국가가 지정한 치료 보호기관에 검찰이 의뢰하거나 중독자가 스스로 찾아가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어요"

2021년 치료감호 받은 마약사범은 단 21명
제도는 있지만 실제 치료는 많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치료감호 시설은 국립법무병원과 국립부곡병원 2곳입니다. 2021년 치료감호를 받은 마약사범은 단 21명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 7만 5천여 명 중 정부 지원으로 마약류 중독을 치료받은 인원은 1,252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일까요?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제적 관점으로 보자면 오히려 마약사범 한 사람에게 드는 치료비용이 형사사법비용보다 적었어요. 2018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치안정책연구소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조사를 했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마약류 등 유해 약물로 인한 형사사법 비용이 1인당 5,451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치료비는 1인당 821만 원이었죠. 직접적인 비용만 비교해 보더라도 투약자들을 치료해서 사회에 복귀하게끔 하는 게 더 경제적인 방법이죠"


마약사범 치료에 왜 세금 쓰냐고?
마약사범 본인의 즐거움과 쾌감을 위해 약을 투약했는데 왜 그걸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나, 이런 반론도 나오지만, 마약류 사범 치료와 재활 지원은 마약사범 개인이 아니라 사회 방위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책임 변호사 "치료 환경과 인프라를 더 높여 질 좋은 치료가 이뤄져야 결과적으로 범법 환자들이 사회에 복귀해 적응하고 일도 하면서 재범의 길에 빠지지 않고 사회 일원으로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야 이분들도 소득을 창출하고 또 세금을 내지 않겠어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 뭐가 더 나은 방향인지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치료보호 지정병원 중 절반 이상이 환자 안 받아
마약류 문제를 중독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보고 마약 사범을 비롯해서 드러나지 않은 중독자까지 치료하기 위한 제도가 바로 '치료보호 제도'입니다. 하지만 치료보호를 받는 환자는 많지 않습니다.

2021년의 경우 지정병원 21곳 가운데 마약류 중독 환자를 단 한 명도 받지 않은 곳이 절반이 넘는 13곳이었습니다. 나머지 지정병원 8곳 중에서도 인천차사랑병원, 국립부곡병원만 환자 100명 이상을 치료했고, 나머지 6곳은 1년 동안 한두 명의 중독 환자만 받는 데 그쳤습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 아닐까 싶어요. 국가에서 지원한 치료 예산을 보면,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국립병원을 제외한 치료 보호기관에 지원한 예산이 2018년 9,200만 원, 2019년 1억 2천만 원, 2020년 1억 9,50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1인당 치료비로 계산해 보면 2018년의 경우 한 해 중독자 1인당 치료비가 44만 8천 원인 셈이에요. 저희 국립법무병원의 경우 수용자 1인당 연간 치료비가 146만 원이거든요? 이 액수도 충분한 치료를 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보건복지부 지원액은 1인당 45만 원 정도이니 예산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죠"

대구 치료보호 예산 일 년에 100만 원···부산은 360만 원
대구와 부산의 경우는 어떨까요? 2021년 기준 대구와 부산 각 의료원에 있는 약물중독 환자 병상은 2개씩이고 치료는 각각 1명씩 했습니다. 두 곳의 치료보호 예산은 대구시 100만 원, 부산시 360만 원입니다.

이 예산은 국비 반, 시비 반으로 구성돼 있는데, 다시 말해 대구시는 50만 원, 부산시는 180만 원을 들인 겁니다. 예산이 적어서 치료를 한 명만 한 것일까요? 아니면 한 명만 치료해서 지원받은 돈이 적은 걸까요?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국립병원을 제외한 치료기관은 병원이 치료하고 나서 든 비용을 지자체에서 정산해주는 시스템입니다. 시 예산이 적다 보니까 예산을 초과해버리면 정산이 어려워지는 거죠. 결국 병원 입장에서는 마약 중독자를 많이 치료할수록 계속 적자를 보는 시스템인 겁니다"


청소년들에 번지는 향정신성의약품
모든 마약류가 불법은 아닙니다. 마약류 중에서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약류가 있습니다.

바로 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인데요, 그런데 경남, 부산지역 고등학생과 학교밖 청소년 등 42명의 청소년들이 펜타닐이라는 마약성 진통제 패치를 불법 처방받아 판매하고 공원과 상가 화장실, 심지어는 학교 안에서도 투약을 했다가 불구속 입건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 "미국의 경우 이 펜타닐 같은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2017년 한 해에만 4만 7,600명이 사망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였죠. 마약성 진통제는 남용할 경우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갈 정도로 위험한 약품이에요. 이런 위험한 약품이 청소년들 손에 쥐어진 거니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 거죠"

'마약성' 식욕억제제, 청소년 처방이 17.5%
식욕억제제 역시 마약류에 속합니다. 식욕억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 중에서도 메스암페타민과 같은 계열의 마약성 약품인데, 메스암페타민은 일반적으로 필로폰이라고 부르는 약물입니다.

안전 사용 기준에 맞춰서 잘만 사용하면 일부 향정신성의약품은 효과를 낼 수 있고, 식욕억제제의 경우도 비만 치료를 위해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안전 사용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굉장히 쉽게 처방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1년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약 128만 명입니다. 이 중 10대와 20대가 22만 5천 명으로 전체의 17.5%에 해당하죠. 그런데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이 있습니다. BMI 지수 30 이상인 환자의 비만 치료를 위해서 처방해야 하고 청소년, 어린이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거죠"


안전 사용 기준 있지만 '권고사항'
안전 사용 기준이 있지만 왜 지켜지지 않는 것일까요?

식약처에서 2020~2021년 한 해 식욕억제제 처방을 분석했더니 안전 사용 기준을 벗어나 처방한 의사가 1,70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책임 변호사 "문제는 이 안전 사용 기준이 식약처 권고사항이어서 의무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일부 의사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의료진이 조금만 안일해졌다간 환자가 마약류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 거죠"

환자가 투약한 마약류 의약품 확인할 수 있지만 '유명무실'
처방 마약류 남용이 문제가 되자 식약처가 2020년에 '마약류 의료 쇼핑 방지 정보망'을 마련했습니다. 환자가 1년 이내에 투약한 마약류 의약품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의사가 10만 명이 넘지만 이 서비스에 가입된 의사는 7,400명 정도였고, 가입을 했더라도 6개월 이상 접속하지 않은 회원이 6,400명에 달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펜타닐 패치나 식욕억제제 외에도 각종 마약성 진통제, 수면제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의료용 마약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의료용 마약류 사용 내역을 보면 지난 1년간 전 국민 중 1,823만 명, 그러니까 3명 중의 1명 꼴로 의료용 마약류 사용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어요. 3명 중의 1명이라는데 정말 남의 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마약류 예방 교육 예산, 대구 학교당 5만 7천 원···부산은 6만 2천 원
마약류는 이미 우리 일상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그만큼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았는데요, 위험 약물에 대한 교육은 2019년이 돼서야 의무교육이 됐습니다. 하지만 예전이 부족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우지영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구시만 보더라도 교육청에서는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시비로만 진행하는데 대구시가 약 2,650만 원, 부산시가 3,870만 원이에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기 쉽게 계산을 해봤는데요, 대구시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한 학교가 462곳인데 한 학교당 예산이 5만 7천 원 정도 편성된 셈이에요. 부산시는 예방교육을 실시한 학교가 633곳이고 한 학교당 편성된 예산은 6만 2천 원인 셈이죠"

중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마주친다면?
유독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마약이라는 위험한 약물에 손을 대게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얘기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게 아닐까요? 중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 거고, 우리는 살면서 한번은 그런 상황을 마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중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치더라도 마약이라는 덫에 걸리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나의 안전과 직결되는 것 아닐까요?

<예산추적 프로젝트 빅벙커> 대구MBC·부산MBC 매주 목요일 밤 9시 방송



윤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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