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야당과 대통령 간 일전이 벌어진 한 주였습니다.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일찌감치 재의요구권 행사를 예고했던 대통령은 거부권을 곧바로 행사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다른 입장을 지닌 농민 단체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여러 세부 사항에서도 이견과 온도 차가 있는 법안입니다.
그런데 정작 법안을 표결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이 이 법안의 내용을 이해하고 고민했는지는 무척 의문스럽습니다.
일리(一理)는 어떤 면에서 타당성이 있는 이치, 그럴 만한 일을 일컫는 말입니다.
한편 무리(無理)라는 말은 이치에 닿지 않거나 정도에 지나치게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 법안을 찬성하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 모두 일리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법안에 담긴 일리 있는 주장들을 토론하고 숙고하는 과정 없이,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고 보는 것도, 그 통과된 법안을 곧바로 거부하는 것도 무리한 일입니다.
여야와 대통령이 말마다 앞세우고 있는, 농민과 식량안보에 대한 걱정보다 야당과 대통령은 서로의 정략적 셈법이 더 큰 듯이 보입니다.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점에서 법은 소시지와 같다"
19세기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가 한 말이라고 전해집니다.
법률 제정 과정에 개입하는 지저분한 실상을 소시지 제조 과정에 비유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개정안의 처리 과정을 보는 국민은 앞뒤가 꽉 막힌 소시지처럼 가슴이 답답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