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일상에서, 대인관계에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흔한 질병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울증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사람도 많은데요. 숨길수록 커지는 마음의 병, 우울증 진단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교수와 알아봅니다.

[김병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우울증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 양극성 장애가 있습니다. 양극성 장애는 흔히 조울증 또는 조울병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양극성 장애는 우울한 기분과 너무 들떠 문제가 되는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끝과 끝이 정반대 방향으로 두 가지가 존재한다는 거죠. 이때 조증이나 경조증 삽화가 있으면 양극성 장애라고 볼 수가 있는데요.

비정상적으로 기분이 들뜨고, 의기양양해지고, 때로는 너무 과민해져서 짜증을 많이 내거나 신경질적이 되기도 하고, 활동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적어도 7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현상이 첫 번째로 있고요.

그 외에도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거나, 밤에 5시간 미만으로 자도 피곤하지 않거나,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내 다른 사람이 제지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하거나,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빨라져서 얘기를 해도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인지 맥락을 따라잡기가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또 아주 산만해지기도 하고, 밤에 자다 깨서 갑자기 컴퓨터를 켜는 등 활동량이 많아지고 부산해지기도 하고요.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충동적으로 돈을 많이 씁니다. 재력이 되지 않는데도 값비싼 부동산을 계약해 버리거나 외제차를 덜컥 사오는 일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경우들도 보는데요.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서 일상생활 기능이 현저히 손상되거나, 입원을 필요로 하거나, 정신병적인 증상인 환각이나 망상을 경험하면, 그때 우리가 조증이 발생했다고 말씀을 드리고요.

심각한 조증이라고 할 만한 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즉 입원이 필요하거나 정신병적 양상이 있지는 않고 기능의 현저한 손상을 입지 않더라도 앞서 언급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대략 4일 이상 평소와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가 되면 그때는 경조증, 가벼운 조증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이게 임상적으로 의사들이 진료하면서 환자를 진단하는 과정에서는 중요하게 보는데요. 그 이유는 우울증을 치료할 때는 항우울제라는 약을 씁니다. 그런데 양극성 장애의 경향을 가지고 있거나 실제로 양극성 장애이신 분들에게 항우울제만을 처방하면 조증이 발생할 우려가 매우 높습니다.

매우 우울한 상태로 찾아온 환자의 우울증을 낫게 하기 위해 약을 처방했는데, 1~2주 후에 그분을 만나 뵈면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듯 말도 많고 들떠 있는 거죠. 오히려 이것 때문에 가족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본인도 나중에 힘들어지는 조증 상태가 되어 버리면 치료를 잘못한 게 되는 거거든요.

처음 상담할 때 환자가 양극성 장애 가능성이 없는지 감별 진단을 잘해야 그분을 더 힘든 상황으로 만들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감별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되겠습니다.

(구성 이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