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이란?
'내로남불'이란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말입니다.
똑같은 일을 두고 남이 할 때 손가락질하면서 자신이 할 때는 좋게 포장하는 걸 말합니다.
정치권을 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임기를 핑계 삼아 죽치고 앉아 있는 후안무치
얼마 전에도 한 번 언급했습니다만 공무원을 '어공'과 '늘공'으로 나눌 때가 많습니다.
'어공'은 어쩌다 어쩌다 줄 잘 서서 공직을 맡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대구시장이 새로 선출되면, 정무직 공무원이 대거 교체됩니다.
그리고 산하기관장도 새로 임명합니다.
그런데, 정해진 임기가 다 끝나지 않아 못 나가겠다며 버티면서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장이 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년 반 전인데요.
당시 홍 시장은 SNS를 통해 정무직 존립 근거인 임명권자가 바뀌었는데 임기를 핑계 삼아 죽치고 앉아 있는다면 도리도 모르는 후안무치이며, 중앙이나 지방이나 똑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능력이 출중해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후안무치, 능력 출중해 간 것 아냐"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당사자라면 매우 치욕스럽게 느낄만한 말이지 않습니까?
강력하게 지키겠다는 의지로 '특별' 조례로 제정했는데···
그렇게 만든 조례가 '대구광역시 정무·정책 보좌 공무원,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입니다.
조례를 만들 때 당시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이 대구시의회에서 "왜 '특별 조례'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김정기 당시 대구시 기획조정실장 (2022년 7월 19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조례에 '특별'을 붙인 것은) 새로 오신 홍준표 시장님은 오히려 내가 이 규정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도 있고, 조례 간에 혹시 그런 게 있을지 몰라서 다른 조례에 우선한다는 측면에서 '특별'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홍준표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고, 특별히 다른 조례보다 우선한다고 한 겁니다.
'앗'!···생각지도 못한 대선판이 열릴 판이라니
조례가 적당한지 무리한 건지에 대한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한 본인이 스스로 뒤집는다면 참 민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12·3 내란 사태로 조기 대선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자, 홍 시장은 대선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을 '장돌뱅이'에 비유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비난했던 일을 특별조례까지 바꿔가며 하겠다고 합니다.
입법예고에 보면, '출자·출연 기관장의 경우 단체장이 불가피하게 사임·퇴직 시 그 임기가 불합리하게 짧아질 수 있는 문제 개선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내로남불의 극치"···쏟아지는 비난
조례 개정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참여연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에서 성명을 내고 규탄하기도 했는데요.
시민단체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후안무치하게도 제 식구를 챙기는 '알 박기' 인사를 시도해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개인적인 대선 야욕을 노골화하여 본인 스스로 사퇴를 선택하는 것을 두고 불가피한 것으로 포장하여 시민을 기만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민을 무시하는 궤변이자 안하무인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쯤 되면 제 식구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대구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고 할 만합니다.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 "시민에 대한 사과도 없이 손바닥 뒤집는 것도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홍 시장은 마지막까지 제 사람 챙기기, 내 편 꽂기 등의 논공행상 인사로 소모적 논쟁을 시정과 시민에게 크나큰 짐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대구시의회를 향해서는 조례 개정에 반대할 것과 개정안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그런데도 대구시의회는 무사통과?
모두 아시다시피 대구시의회, 굉장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현재 32명 의원 가운데 31명이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홍 시장과 같은 소속이죠.
홍 시장 취임 이후 박정희 동상 설치 등 논란이 되는 조례가 여러 건 있었는데, 대구시의회는 잇달아 별다른 걸림 없이 통과시켰습니다.
'거수기'란 오명을 듣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입니다.
내로남불의 극치로 지적받는 이번 특별 조례 개정까지 홍 시장 손을 들어줄 거란 전망이 작지 않습니다 .
혹시 모르죠. 이제라도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한번 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