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24년 경북에서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이 운영하는 의료협동조합이 출범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주민들이 출자하고 운영하는 1차 의료기관도 얼마 전 상주시에 문을 열었습니다.
개원 첫날에 김서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북 상주시 냉림동에 작은 동네의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병원 실내.
직원들이 환자를 웃으며 친근하게 맞이하고, 첫 방문에 감사하다는 뜻으로 꽃과 손 편지도 증정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말 한마디 허투루 듣지 않고 주의 깊게 처방을 내립니다.
흔한 공장식 '3분 진료'는 이 의원에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환자▶
"(약 먹으면)몸이 붕 뜬 것 같이···"
◀의사▶
"그럼 그 약은 뺄게요."
◀환자▶
"그래서 약을 처방해 줘도"
◀의사▶
"다 먹진 못하고 세 번 먹으라 하면 두 번만 먹고 이렇단 말이죠?"
그런데 이 의원의 주인은 의사가 아닙니다.
4백 명 넘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출자금으로 지은 의원이기 때문에 의원의 모든 대소사는 주민들이 결정합니다.
4년 전 경북에서 처음으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보건복지부인가를 받기까지···
의원에 달린 등 하나, 벽 하나 주민들 손을 거치지 않은 데가 없습니다.
◀민재경 조합원▶
"우리들의 병원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고, 사실은 제가 기침 때문에 오긴 했지만 그걸로 보통 때는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제 믿음이 가니까 편하게 지금의 증상 얘기할 수 있어서"
또한 이 의원은 조합원이 아닌 일반 환자들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박종덕 외래환자▶
"다른 지역에서 훈련 때문에 와서 친절하게 안내해 주셔서 되게 진료를 잘 본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의료사협 연합회에 등록된 조합은 전국에 모두 30곳.
'과잉 진료를 받고 싶지 않다', '믿고 다닐 수 있는 동네 의원이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작은 바람이 모인 겁니다.
상주의료사협은 현재 외래환자만 받고 있지만 조합원의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주치의 제도와, 농촌 산간벽지로 찾아가는 방문진료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김정용 상주의료사협 '마을숲의원' 원장▶
"돈이 되는 것들을 하자는 게 아니고 의료를 같이 함께 살아가는 의료를 하자는 사람들이어서 방문 진료라든지 여긴 면 소재지가 굉장히 넓잖아요, 땅이 넓고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어르신들이든지 조합원이든 조합원 아니든지 그런 걸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서 한번 해보자"
나아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지역에서 의료뿐만 아니라 돌봄 문제도 주민 공동체에서 다룰 수 있도록 의료사협의 역할을 확장하는 게 상주의료사협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김하동 상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여기 사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어, 저 동네 가니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네' 이렇게 사람들이 이곳을 주목하고 이곳으로 오고 싶은 생각도 들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 거죠."
인구 감소 지역의 주민들이 지역 소멸의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서현입니다. (영상취재 최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