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공무원 '어공'의 운명은?
원래 공무원이 아니지만 선출직의 '픽'으로 공무원이 되는 정무직 공무원을 '어쩌다 공무원', 줄여서 '어공'이라 합니다.
상대적으로 원래부터 공무원인 경우 '늘공'이라 하죠.
대통령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든 선출직 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은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경우 임명권자인 단체장이 바뀌었는데 임기가 있다고 버티다 다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전국 최초로 도입한 대구의 '어공' 임기 제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직후인 2022년 7월 대구에는 전국에서 유일한 특별조례가 하나 생겼습니다.
'대구광역시 정무ㆍ정책보좌공무원, 출자ㆍ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입니다.
제5조(임기)에 보면 '시장이 임명하는 정무·정책보좌공무원은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는 경우 시장의 임기가 개시되기 전 그 임기가 종료되는 것으로 본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조례는 다른 조례에 우선해 적용한다고까지 명시했습니다.
시장 덕에 '어공'이 됐으니 시장이 바뀌면 물러나라는 겁니다.
홍준표 "버티기는 후안무치···능력 출중해 간 것 아냐"
당시 홍준표 시장은 SNS를 통해 '정무직 존립 근거인 임명권자가 바뀌었는데 임기를 핑계 삼아 죽치고 앉아 있는다면 도리도 모르는 후안무치이며, 중앙이나 지방이나 똑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 능력이 출중해 그 자리에 간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대구시 역시 특별조례는 전임 시장이 임명하는 소위 '알박기' 인사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며 전국 첫 도입한 제도를 설명했습니다.
홍 시장 '제 식구 챙기기'에 조례 개정?
12월 23일 홍 시장은 산하기관장 회의에서 “민선 8기 출범 시 단체장과 정무직·산하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조례를 제정했다”며, “임기 일치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는 경우로 한정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시(市)의회와 협의하고 있으니, 기관장들은 동요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대선을 노리며 중도에 시장 자리를 내놓을 상황이 되자 대놓고 조례를 개정하겠다는 건데요.
본인이 임명한 '제 식구 챙기기'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습니다.
적용 한번 못한 조례 개정?···"내로남불의 극치"
정무직 임기 관련 특별 조례는 홍 시장이 대구시장 선거 후보 시절부터 공약하고 취임 즉시 제정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임기 중도에 시장직을 떠날 가능성이 커지자, 조례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개정하겠다는 건 '내로남불'의 극치라는 따가운 지적이 나옵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홍 시장이 대시민 약속을 조례로 제정한 만큼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고 보는데 만약 (정무직 등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면 그야말로 조례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알박기 인사이고 내로남불의 극치로 이것조차 못 지키면 이제 대선에 나갈 자격조차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대구시의 정무직과 산하기관의 장과 임원 임기를 제한하는 조례는 '후안무치'한 '알박기 인사' 폐해를 해소하자며 홍준표 시장 취임과 함께 도입했습니다.
그간 시장이 바뀐 적 없으니 2년여간 적용 한번 못했습니다.
갑자기 터진 내란 사태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자, 홍 시장은 시장 중도 사퇴를 하고 출마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선도 욕심나고 내 식구도 챙겨야 하는 마음이야 어쩌겠습니까?
그런데, 대구광역시정을 하면서까지 이렇게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이 다른 상황이 벌어져서야 될 일입니까?
